<이 글은 이수호 해양개발연구소 대표가 보내온 것입니다.>

거제시가 진행중인 '남부해안도로 테마공원(여차-홍포 해안경관도로 계획)'의 사업구상에 대해 우려와 문제점을 지적하는 시민단체와 지역언론의 목소리가 구체화되고 있다. 이 사업은 거제시가 관광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목적으로 지역 내 제일의 해안절경으로 손꼽히는 여차리와 홍포리 사이를 연결, 테마공원을 조성하는 것으로 사업계획 용역이 진행 중에 있으며 이달 말쯤 확정을 거쳐 7월경 최종용역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대규모 신규시설 설치 및 테마단지 조성을 담고 있는 작년 11월 용역착수 발표회 구상에 대해 당시 필자는 별도 시설계획을 전면 백지화할 것을 제안하였었다. 구체적으로 부대시설들은 홍포의 접점에 있는 저구나 명사 또는 여차의 접점인 다대에 설치하고 홍포-여차에는 경관도로 정비와 전망대 휴게소 주차장 등에 한해 시설의 신규설치를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직접 입지가 필요한 상업시설들은 기존 취락구역과 자연발생유원지에 있는 주택과 시설의 최소한 정비와 개조를 통해 확보하는 것만이 자연 훼손을 최대한 줄이는 방안이라는 점을 담고 있다.


그리고 현실성 없는 기존도로 유료화 및 트림카 운영계획을 취소하고 이에 대한 대안임과 동시에 관광객 유인을 위한 차별화된 전략으로 홍포 및 여차 초입 휴게소와 주차장과 연계하여 조망권이 훌륭한 망산 중턱까지 식생이 우수한 지역을 피해 교각 형태로 기초를 만들고 전기 공중궤도열차를 설치하며 중턱-정상까지는 등산로를 정비하는 방안을 환경부와 협의를 통해 추진할 것을 제안하였다.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환경운동연합 또한 연약암반으로 인한 낙석 위험과 자연환경 훼손이 구체적으로 염려되는 무모한 사업계획을 중단할 것을 여러 차례에 걸쳐 촉구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주장들은 굳이 자연공원이나 관광계획에 대한 전문적인 식견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하더라도 지역 사정을 이해하고 있고 자연공원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있다면 충분히 생각해 낼 수 있는 상식에 속하는 사실이다.

그런데도 최근 주민공청회 후 한 달도 지나지 않아 그 동안의 입장을 급선회했지만 8개월 남짓한 용역기간의 2/3가 지날 때까지도 실행가능성이 낮고 효과도 분명하지 않은 무모한 백화점식 개발계획을 계속 밀어붙이게 된 배경은 어디에 있었던 것일까. 여기에 대한 원인과 해답을 바로 보는 것이야말로 그 동안 지자체의 눈물겨운 노력에도 불구하고 답보상태에 빠져있는 지역 내의 많은 대규모 민자유치 개발사업들의 활로를 찾는 길이 될 것이다.

가장 중요한 단추는 단지 허가를 받기 위한 들러리 또는 알맹이 없이 포장만 요란한 사업계획으로는 비록 승인이나 지정을 받았다 하더라도 민자유치가 곤란하며 실행가능성과 수익성이 구체적으로 담보된 사업계획안을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연공원법에 의해 설립된 비영리단체가 정관에도 애매한 용역사업에 참여한 일이나 그 협회의 임원과 시 도시계획위원을 같이 맡고 있는 사람이 이번 용역에 참여하였다는 사실과 수의계약 의혹 등이 지역언론에 보도되고 있음을 볼 때 거제시나 용역기관이 내실있는 사업계획을 준비하는 것보다는 중앙정부 기관으로부터 사업승인 및 지정에 관련된 편의를 반대급부로 나누는데 더 관심이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받을 만 하다.


과거 사업계획서 내용이나 품질과는 상관없이 개발붐을 타고 먼저 울타리 치고 깃발만 내걸면 돈이 되고 기업이 몰려들던 시대는 이미 지났다는 사실을 지자체도 기업도, 그리고 용역기관도 바로 보아야 할 것이다.

둘째, 지역의 환경과 여건을 무시한 사업계획과 주장이 더 이상 발붙일 곳을 허락해서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용역기관이 공공 도로를 막고 유료화 한다는 것이나 식생이 우수한 자연공원에 수목터널과 난공원, 야생화단지, 분재원 등을 새로 만든다는 생각 자체가 백화점식 테마공원계획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천편일률적이고 지역주민은 물론 거제시민에게 있어서 홍포-여차가 가지는 의미 즉, 가장 아름다운 거제의 자연이라는 자부심은 그 동안 발표된 계획구상의 어디에도 확인할 수 없었으며 오히려 이러한 자부심을 망가뜨리는 것들로 가득하다. 지역의 정서가 녹아있지 않은 사업계획은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긍정적 효과보다는 지역주민의 소외, 환경의 파괴 등 돌이킬 수 없는 폐해를 나을 가능성이 훨씬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셋째, 용역기관의 전문성에 대해 사전에 철저하게 따져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에 용역을 수행한 자연공원협회의 자연공원에 관한 전문성에 대해서 의문을 표시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줄로 안다. 그러나 지금까지 발표된 사업구상들을 놓고 볼 때 결코 간과해서는 안될 중요한 부분을 놓치고 있지는 않나 하는 아쉬움이 생긴다. 산악을 대상으로 한 여타 국립공원들과 달리 이번 사업대상지역은 해상국립공원지역으로 바다와 경관이라는 특별한 주제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소개된 구상들을 들여다보면 해상택시라는 아이템을 제외하면 바다라는 이미지는 찾아보기 힘들고 오히려 식물원이나 도심테마파크를 연상하게 만든다.

또한 이번 계획에서 해양경관 조망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도 가장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할 바다의 개방성과 랜드마크에 대한 고려가 빠져 있으며 단지 방문객의 입장과 관점만이 고려되었다는 것이다. 즉, 바다는 바라보는 사람의 관점과 바다에서 육지를 보는 사람의 느낌이 확연하게 차이가 나는데 계획에서는 양자를 모두 고려하여야 한다. 전망대가 계획된 망산이나 경관도로의 경우 해안선을 오가는 유람선은 물론 인근 통영·남해·여수와 대마도, 대한해협을 오고가는 선박 등에서 바라다 보이는 시각적 관점과 김해공항으로 들어가는 항공기에서 내려다보이는 시각적 관점 등을 충분히 파악하고 반영하여 보는 이로 하여금 궁금하게 만들고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게 만드는 랜드마크로 활용해야 할 것이다.

넷째, 지역활성화라는 본래 목적과 상식적인 생각들이 어떤 합리적이지 못한 의도와 주객전도된다면 결국 사업자체도 엉망이 되고 예산의 낭비는 물론 시민사회의 불필요한 갈등을 만들고 소중한 자연 훼손을 불러오게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사업시행기관과 정책 및 여론 주도계층은 겸허하게 받아 들여야 한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평범한 진리를 외면해서는 안될 것이다.

아직 용역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보고서의 최종 품질을 논하기도 그렇고 당장 드러나는 예산 낭비나 환경 훼손은 없었지만 장밋빛 개발 환상으로 들떠했을 홍포 및 여차 주민들의 실망과 주변지역 부동산 가격의 변동이라는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들의 부담으로 남게 되었다. 국내 최고의 해양관광 도시건설이라는 야무진 목표를 가진 거제의 자부심에 걸맞는 품격있는 구상들이 준비되고 제대로 실행에 옮겨질 수 있도록 거제시는 이번 일을 계기로 시스템을 점검하여야 하고, 지역 언론은 편향된 시각으로 여론을 부추기지는 않았는지와 비판과 대안의 소임을 다하고 있었는지를 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지속가능한 개발의 정의가 '미래 세대가 그들의 필요를 충족시킬 능력을 저해하지 않으면서 현 세대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발전(Development that meets the needs of the present without compromising the ability of future generations to meet their own needs)'이라는 말을 아름다운 거제의 유지와 발전을 위해 인용해 본다. 이번 '남부해안도로 테마공원'의 문제제기를 포함하여 지역환경의 파수꾼 역할을 일관되게 수행하고 있는 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의 노고에 존경과 박수를 보낸다.

                                                                                         이수호 대표/ 해양개발연구소 http://oceanlove.com.n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