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안풍'사건 징역 9년, 추징금 470억 구형

"장래가 촉망한 젊은이 죽게 내버려 둘 것인가"

5선에다 최연소 집권여당 사무총장을 지낸 강삼재(한나라당 마산 회원)의원이 '안풍'사건으로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하자, 'YS가 입을 열어 구제해야 한다' 는원성이 자자하다.
강 의원은 2000년 12월 안기부자금을 신한국당 총선 자금으로 유용한 혐의로 기소되어 무려 35차례의 재판을 오다 지난달 26일 검찰로부터 징역 9년에 추징금 940억원(김기섭씨와 연대) 의 구형을 받았다.

검찰은 이날 서울지법에서 열린 결심공판에서 최후 논고를 통해 "국가의 중요한 기관인 안기부의 제도적 약점을 이용해 1천억원이 넘는 국고 손실을 초래한 범행이 크고 무겁다"며 구형 이유를 밝혔다. 강 의원은 최후진술에서 "정권교체 후 전 집권당 사무총장이었다는 납득할 수 없는 이유만으로 기소되고 수난을 겪었다"며 정치 보복을 당했다고 주장하고 "안기부 자금을 선거자금으로 받은 일이 없다"며 검찰측 공소 사실을 끝까지 부인했다. 함께 기소된 김기섭 전 안기부 운영차장은 "국민에게 죄송하다"며 고개를 떨구었다.

변호를 맡은 같은 당 소속 이주영 의원은 "재판과정에서 안기부 예산외 다른 자금이 입금될 수 있음을 증언할 증인신청이 납득할 수 없는 사유로 거부당했고, 안기부 계좌추적마저 이뤄지지 않았다"며 "안기부 자금이 아닌 것이 확실해 무죄를 확신한다"고 말했다.

9월23일 법원 선고의 향방
이 사건은 법원이 검찰측의 "안기부 자금이 확실하다"와 강 의원측의 "잠시 머물렀던 통치자금"이란 첨예한 공방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달려있다. 이 사건은 법조계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한 법조계 인사는 "DJ 아들에게 용돈으로 건네진 국정원 수표를 보면 안기부에 예산외에 다른 자금이 있음을 알 수 있는 것 아니냐"며 낙관론을 펼쳤다. 또 다른 법조인은 "안기부 자금이 아니라면 어떻게 마련된 자금인지 당사자가 명확히 밝혀야만 면죄부를 받을 것이나 그렇지 않을 경우 비관적일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말은 강 의원이 사용한 자금이 누구에 의해 조성되었고 누구의 지시로 안기부 계좌를 이용해 세탁을 했는 지를 밝혀야만이 유죄를 피할 수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금이라도 강 의원이든 YS든 한 사람이 진실을 공개하는 것만이 유일한 돌파구란 지적이다.

YS입에 달린 강 의원의 정치생명
이 같은 견해는 강 의원의 측근들도 공감하고 있는 눈치다. 지난달 말 취재팀과 만난 강 의원의 한 측근은 "강 의원은 결코 그 진상을 공개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그 이유에 대해 "자기가 살기 위해 양부(養父)이자, 정치적 은혜를 베푼 YS를 배신할 위인은 못된다"고 말했다. 그의 말에는 앞날이 구만리 같은 50대 중반의 강 의원의 정치 생명 영위를 위해서는 속된 말로 '해볼 것 다해본 YS'가 입을 열어 "모든 것은 나의 지시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라고 실토해야 한다는 염원이 아주 짙게 베어 있었다.
또 다른 측근에 따르면 "강 의원도 근자 들어 내심 YS가 입을 열어주기를 고대하는 눈치였으나, 2년 7개월에 걸쳐 진행된 재판의 결심이 임박했음에도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어 '섭섭'해하는 표정이 역력했다"고 전했다.

YS 입 열어도 全·盧 전철 안 밟는다
일각에서는 YS가 입을 열을 열지 못하는 것은 "全·盧의 전철 밟지 않을 까"하는 우려 때문이란 분석이다. 하지만, 지구당 관계자에 따르면 "김대중 전 대통령이 97년 12월말 이전에 발생한 정치자금에 대해서는 '제로베이스'를 선언했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는 YS가 입을 열더라고 법적 책임은 피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당시 DJ의 '20억+∝'설도 이 선언직후 재거론 되지 않았다. 설사 법적 책임이 없다하더라도 YS의 입은 쉬이 열리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92년 대통령 취임 당시, 금융실명제를 전격적으로 실시하고, "단 한푼의 정치 자금도 받지 않겠다"고 공표해놓고 지금와서 1천억원에 가까
운 자금을 수수했다고 고백하는 것은 자신의 명예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징역은 별 것 아니지만 추징금이...
강 의원이 재판부로부터 유죄 선고를 받게 된다면 그의 정치 생명은 끝이나 다름없다. 강 의원측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징역형이 아니라 추징금이다. 징역형은 집행유예나 특별 사면등으로 복권되어 공직 선거 출마가 가능하지만, 470억원이란 추징금은 강 의원의 정치 재기를 원천 봉쇄하는 요인이 된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검찰의 추징금 회수 작업으로 타고 다니던 벤츠 승용차까지 공매 처분되는 수모를 겪는 등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를 당하고 있는 것만 보더라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렇다고 추징금을 납부하기에는 그만한 자금도 없거니와, 주위의 도움을 받아 납부한다고 해도 국민들로부터 "얼마나 챙겼으면..."이란 '비난'이 쇄도할 것이 당연시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사면초가 상태에 처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안기부 자금인가 통치 자금인가
검찰에 따르면 강 의원은 1996년 15대 총선을 앞두고 당시 안기부 예산에서 970여억원을 빼내 당소속 후보들에게 지원한 것으로 되어 있다. 이 사건은 '안풍'으로 지칭되어 신한국당의 후신인 한나라당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히기에 충분했다. 구속 기소된 김기섭 전 안기부 운영차장은 검찰과 법정에서 "안기부 계좌에서 인출한 것은 사실이나 안기부 예산은 아니다"면서도 누가 어떻게 조성해 입금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끝내 입을 열지 않고 있다. 강 의원도 "윗선을 보호하기 위해 무덤까지 갖고 가야한다"며 자금의 성격에 대해 일절 언급을 회피해왔다.
강 의원은 2001년 2월28일 체포영장이 발부된 상태에서 검거를 피해 본회의도중 도중 이회창 전 총재에게만 메모를 남기고 지하 비밀통로를 통해 승용차로 마산 회원 지구당사로 피신했다.(당시 기자 단독 보도)

YS 정치 자금 가능성 짙어
당시 강 의원은 초췌한 모습으로 당사에 도착해 100여 당원들에게 자신이 이처럼 탄압을 받고 있는 것은 YS를 보호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혼자 십자가를 질 수밖에 없다는 ‘의리’를 내세운바 있다. “지금이라도 검찰에 출두해 그 돈을 누구로부터 받았는 지 밝히면 되지만, 밝힐 수 없다.

내가 사무총장할 때 윗분이 있었다. 내가 억울하다고 밝히면 윗분에 누가 될 수도 있다. 따라서 비밀을 지켜야 할 이유는 보호해야할 어른이 있기 때문이다”라고 밝히면서 “장세동씨는 어른을 보호하기 위해 세 차례의 옥고를 치뤘다. 지금 내가 그와 같은 처지다”며 전두환 전대통령의 그림자요 의리파로 소문이 난 장세동 씨의 의리를 자신이 계
승했음을 역설하기도 했었다.

2년이 지난 지금 강 의원은 YS와의 의리를 지키기 위해 5선의 관록과 최연소 집권 여당 사무총장이란 영화가 무색할 정도로 정치적 위기에 처했다. 굳이 강 의원을 구원하는 차원이 아니더라도 안기부 자금의 실체에 대해 김영삼 전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공개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일 성 싶다.
 

 기사제휴 <  우리신문 >  김 욱 기자 2003-09-04 (47 호) kimuk@ur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