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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석] '칼레의 시민'은 좌대가 없다!김형석/컬처크리에이터(Culture Crea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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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10.16  11: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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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시민의 안전은 보장하겠다. 그러나 시민들 중 6명을 뽑아와라. 그들을 칼레 시민 전체를 대신하여 처형하겠다."
영국과 프랑스와의 백년전쟁 당시, 잉글랜드 왕 에드워드 3세는 1346년 9월 프랑스의 항구도시 칼레(Calais)를 포위하였으나 시민들의 눈물겨운 저항은 1년 가까이 지속되었다. 결국, 성채 안의 모든 양식이 떨어지자 더 버틸 힘이 사라져 사자를 보내 항복을 전하며 칼레 시와 시민에 대한 관용을 요청했다. 1년 동안 칼레 시 때문에 고생한 영국 왕은 측근들도 선처를 베풀 것을 청하자 항복을 수용하는 조건이 지역 대표 6명의 목숨이었다.

모든 칼레 시민은 6명을 어떻게 골라야 하는지 고민하는 상황에 빠지게 되었다. 그때 칼레 시의 최고 부자가 죽음을 자처하고 나서게 된다. 그 뒤로 고위관료, 상류층 등이 직접 나서서 영국의 요구대로 목에 밧줄을 매고 자루옷을 입고 교수대로 향하게 된다. 오귀스트 로댕의 조각 '칼레의 시민'은 바로 이 순간을 묘사한 것이다. 이 사건은 그들이 상류층으로서 누리던 기득권에 대한 도덕성의 의무, 즉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예로 꼽히며 절망 속에서 죽을 운명이었던 이들 6명의 스토리는 로댕(Auguste Rodin)에 의해 칼레를 역사의 광장으로 끌어낸다.

   
▲ 역사에서 해피엔딩으로 끝난 운명의 6인 시민대표를 조각한 로댕의 칼레의 시민(The Burghers of Calais).
19세기로 접어들어 민족주의가 대두하여 칼레의 시민 대표들처럼 외세에 저항하며 살신성인으로 시민들의 목숨을 구하고자 한 애국적인 민족 영웅들 부각이 필요했다. 1871년, 비스마르크가 이끄는 프러시아와의 전쟁에서 패배한 프랑스의 분위기와 국민들은 침체해 있었다. 땅에 떨어진 국민의 자긍심을 고양하고, 애국심을 고취하기 위해 도시마다 그 도시를 대표하는 명사를 기념하는 동상을 조성하였다. 근대 미술의 걸출한 조각가 로댕의 걸작 '칼레의 시민'도 이런 분위기에서 탄생할 수 있었다. 로댕은 이 용감한 6명의 칼레 시민들을 불멸의 예술작품으로 탄생시켰는데 이 작품의 위대성과 창의성은 따로 있다.

그들 모두 지체 높은 신분이었으나 스스로 목숨을 내놓아 시민을 구하려한 숭고한 영웅들로 작품 제작을 의뢰한 칼레시장과 시민은 영웅적 조각을 원했다. 그러나 이 '반전'이 있는 작품에 나타난 6인의 얼굴은 영웅의 모습이 아니다. 하나같이 죽음을 향해 걸어가는 비장감으로 고뇌하는 평범한 인간의 모습으로 치욕스러운 포로처럼 끌려가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특히, 그동안 모든 조각품은 좌대를 높이 만들어 그 위에 조각상을 올려놓아 사람들이 고개를 들어 우러러보게 제작했으나 이 작품은 그런 좌대도 없앴다.

   
▲ 거대한 의자로 상징되는 '권위'를 불 태우는 정인식 조각가의 이 시대를 향한 메시지는 무엇일까?
로댕은 인상주의를 조각에 도입하여 거친 느낌으로 작품의 표면 질감(matiere)을 강조하고 '칼레의 시민' 좌대의 높이를 관람자의 시점으로 낮춰서 감상자의 영역을 확대하고 인간의 내면적 정신성과 생명력을 표현했다. 우러러보는 기념비적 공공조각에서 벗어나 일상적인 삶의 공간으로 예술품을 끌어내려, 관람객들이 영웅들을 같은 눈높이에서 수평적인 관계의 이웃처럼 '공동체 정신'으로 작품을 감상하게 했다. 칼레시는 신화를 요구했으나 로댕은 진실을 선택했다.

조각을 발주했던 칼레시는 조형물의 인물 표정이 도저히 영웅 같지 않고 좌대도 없이 설치하라는 로댕의 요구에 불만을 품고 시청 앞에 설치하지 않고 바닷가의 외딴곳에 방치하였다. 그러나 로댕이 죽은 후, 30년이 지나서야 작품의 진가를 깨닫고 '칼레의 시민'은 시청 앞에 좌대 없이 잔디밭에 설치하게 된다.

   
▲ 강원도 정선군 해발 1000미터 고원, 국제불조각축제에서 불태운 이재효 조각가의 5미터가 넘는 대형 나무작품.
"인간 최후의 명품, 진정한 예술작품의 고향! 그 안식처는 미술관이 아니라 자연이다!"
지난 10월 초, 백두대간 태백산 자락에서 작지만 의미 있는 축제가 있었다. 시대상황과 동시대 미술을 고민하며 자신의 분신 같은 예술작품을 불태워 불멸을 거부하고 자연 속으로 귀환하려는 창조적인 조각가들과 2014정선국제불조각축제(2014 International Fire Sculpture Festival in Jeongseon)를 기획했었다. '우리 시대의 아버지' 산업전사 광부들의 헌신과 희생에 대한 진혼,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성공 개최, 그리고 함께 누리는 따뜻한 공동체, 대한민국 부활 등을 기원하며 '비움과 버림'으로서 문화를 통한 공감과 소통의 페스티벌이었다.

이 욕망과 물질만능의 시대에는 인간과 자연에 대한 사랑과 예의 없이 바벨탑 같은 랜드마크가 탐욕과 협잡, 편견과 아집으로 건설된다. 작품성보다 좌대만 높고, 그림보다 액자만 황금빛으로 빛나 무지한 대중들을 현혹하는 예술품들도 넘친다. 명품의 진가는 시간이 밝혀준다? 시대정신을 담고 대중들의 기호를 뛰어넘는, 전위라는 예술 본연의 미학으로 선도하는 '저항정신과 생명력을 지닌 심미안의 모험가 정신'의 예술가들이 창조경제를 표방하는 코리아(Korea)의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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