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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순] '어떤 이별'수필가/다올펜션 대표
거제타임즈  |  geojetime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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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12.01  13:4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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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마음 저 마음 다 내려놓고 걸레질을 할 무렵 초인종이 울린다. 찬바람에 얼굴이 발갛도록 볼이 언 자그마한 여인이 복도 앞에 서 있다. 보름 전에 이혼 서류가 마무리됐다는 소식은 이미 전화로 들었기에 차갑게 언 손을 끌어 거실로 앉히고 어루만지며 녹여준다. 가정을 지킨다는 게 부수기보다 힘들었기에 종지부를 찍었단다. 지지리도 맞지 않는 부부였기에 아이를 빌미로 살기에는 상처가 너무 깊었노라 고해성사처럼 쏟는다.

웃고 있는 표정 뒤에 희미하게 가려진 슬픔이 조금 보이긴 했지만 표정이 편안해 보여 다행이다. 이미 정리했다면 시간을 잘 견뎌야한다는 말로 길게 이어질 대화의 근거를 잘라버린다. 그저 차 한 잔을 내밀며 따뜻하게 안아 줄 것 밖에 없다.  여인의 지난 날을 오래 전부터 봐 오던 터라 행복해 하던 모습을 본 기억이 없다. 자기 자신 밖에 모르는 남자에게 이 괜찮은 아내는 아까운 존재였던 게 맞다. 사랑의 맹세는 상호간에 책임을 다할 때 가치 있는 약속이다. 존재의 의식 없이 바닥으로 치닫는 삶은 서로의 가슴에 붉은 벽돌을 쌓는 일이다.

그저 그렇게 그 남자 그 여자가 되어 사는 그런 시간의 끈이라면 잘라버리는 방법도 한 방법이다. 그 끈을 자른 후 가장 먼저 날 찾아 온 이 여인에게 나는 잘했다 못했다는 결론을 매길 것이 아니다. 세상에 대한 미련이나 아쉬움이 보통 사람들만큼 깊지 않은 내 의식으로는 더욱 그렇다.  희망이 보이지 않는 미래보다 현재 이 선택에 있어서 책망할 생각조차 없다. 꿈을 이루는 일보다 먹고 마시는 일이 더 좋은 남자를 남편으로 둔 이 여인을 오래 전부터 보며 내게도 그 남자는 미운 털로 박혀있다. 행복은 꿈꾸는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몫이다. 행복할 수 있는 법을 배우려고도 않는 사람에게는 자격미달이다. 지난날의 숱한 시간들 속에서 지켜야 했던 순리는 끝까지 그 남자가 어기며 일방적으로 잘못했다.

사랑이란 것은 사랑할 수 있을 때 후회 없이 사랑해야 한다는 걸 우리는 알면서도 실천하지 못한다. 가정을 제대로 지키지 못한 개인의 불행은 죽을 만큼 힘들 때 홀로 서기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일 수밖에 없다. 서로를 원망하며 본인의 잘못과는 무관하다는 생각을 관철 시킬 필요는 꼭 없지만 조용히 마무리 한 그 여인이 대견하다는 생각마저 든다.  출산의 고통 하나만으로도 여자는 남자에게 평생 보호 받아야 할 대상인데 배우자 만나기 나름대로 사람의 일생은 결정된다. 폭력과 폭언을 미련하게 견딜 것이 아니라 박차고 나온 용기를 응원하는 건 뿌리 깊게 내린 남자의 성품을 알기 때문이다. 그 남자의 아내였던 여자는 늘 외로워했으니 이런 여자를 책망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늘 가슴에 비수를 맞는 비극에 같이 아팠기 때문이다. 헤어지지 않으면 이미 생긴 거리로 인하여 사랑할 시간은 다 잃고 살 것이기 때문이다.

이 시대에 있어서 이혼이란 대중들에게만 익숙할 뿐 개인에게는 여전히 낯설고 두려운 단어다. 잠을 이룰 수 없어서 잠들었을 여인의 방으로 가 본다. 그 남자를 혹독하게 몰아 부치며 돌아 세운 어제가 아픈지 여인도 신열을 끙끙 앓고 있다. 홀가분해 질 때까지 기다려야 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다독이는데 느닷없이 울고 있는 쪽은 오히려 나였다. 이 세상에 여자로 태어 나 하나의 사랑을 선택해야 했을 때 주저 없이 택했던 대상에 대한 어리석음을 후회할 필요는 정녕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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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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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제 2015-05-11 09:35:37

    잘 읽었읍니다. 나는 언제쯤 나를 객관적으로 볼수 있을까요?신고 | 삭제

    • 김순선 2014-12-17 15:02:02

      이야기를 편하게 써 내려가는 길을 눈길 따라 가니 끝이네요.
      다정다감하면서도 공감이 가는 얘기 속에는 여전히 이혼은 나에게 익숫치 않은 단어이기에 갈때까지 가는것이 아닌가 쉽습니다. 오랜만에 이작가 친구만나네요.신고 |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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