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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석 문화칼럼] 막장으로 걸어 들어간 실존, '광부 화가' 황재형 작업실에서김형석/컬처크리에이터(Culture Creator), 前 거제문화예술회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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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12.19  11:3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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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존엄과 생명을 상품, 소모품 취급하는 도시라는 막장을 벗어난 백두대간 자락. 국제적 관광지를 만들겠다며 폐광을 대신하여 들어선 욕망의 막장, 카지노가 들어선 곳에 문화답사 온 중국 북경 화가들과 강원도 태백의 황재형 화백 작업실을 찾았다.

   
▲ 그림/쩡판즈(曾梵志 Zeng Fanzhi). 1830년부터 지금까지, No.4
   
        김형석
세계적인 미술관인 프랑스 파리 루브르에 들라크루아의 명화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 옆에 그 그림을 패러디한 중국화가 쩡판즈의 작품 '1830년부터 지금까지, No.4'가 걸렸다고 자랑하는 그들. 제2차 세계대전 후 유럽에서 미국으로 갔던 현대미술의 중심이 경제력으로 무장한 중국으로 이동하는 현실을 수긍하며, 서구 지향의 미학이 아니라 동양적인 정신을 담은 자존의 길을 걷는 한국작가 작품을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지능과 재능은 내 것이 아니다.”
인간애의 공유화를 주장하는 황재형 화가를 처음 만난 것은 시대상황으로 민중미술이 대세일 때 한 월간 미술잡지에서 본 작품 ‘황지330’이었다. 1980년대 대학생 황재형이 그린 중앙미술대전 수상작인 사실적 그림에 감탄했지만, 그 스토리에 전율했다. 화가가 광부의 삶에 주목한 것은 탄광이야말로 우리 사회에서 극한으로 소외당하고 가난한 사람들이 삶에 내몰린 마지막 현장인 '막장'을 체험한 뒤이다.

   
▲ 그림/황재형. 황지330

‘황지330’ 그림은 태백시 황지 탄광에서 갱도 매몰 사고로 사망한 어느 광부의 작업복을 극사실화로 그렸다. 가족을 위해, 생존을 위해 막장으로 걸어 들어갔던 한 광부의 작업복에는 이름도 없이 숫자로 표기되는 인간성 부재와 상실의 ‘황지 330’이라는 명찰. 찢어지고 헤진 낡은 내의와 작업복을 그린 사실주의적 작품이었다. 이 작품은 '미술의 현실 참여'를 고민하던 청년 황재형을 화가로 등단시켜주었지만 동시에 그의 실존적 정체성의 시작이기도 하다.

‘모든 철학의 근원은 노동’이라고 강조하는 광부 화가의 작업실. 모두가 출세를 위해 서울로 향할 때 강원도 태백의 탄광촌으로 가서 광부생활을 하며 인간에 대한 연민과 희망으로 그린 검은 땅에 사는 민중의 삶과 풍경을 보다 가슴이 먹먹해지는 그림을 발견했다. 2013년에 유화로 그린 최근작 ‘아버지의 자리’를 중국작가들에게 작품 설명하는 원로화가의 이야기를 들으며 진정한 예술가의 길과 시대정신을 생각했다.

   
▲ 그림/황재형. 아버지의 자리
노동으로 실현되는 삶의 진실을 향해 자유롭고 창의적으로 시대정신을 밝혀온 화가는 인간 삶의 서사를 그려냄으로써 위안과 안식을 준다. 따뜻한 인간애를 배경으로 한 작품은 시대가 변해도 굴곡진 역사로 점철된 이 땅을 닮은 거친 주름의 민초의 생명력, 땀의 무게는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역설한다.

쥘 흙은 있지만 뉠 땅이 없었던 비인간화 시대의 노동자. 과거 ‘광부’였던 노인을 그린 그림 ‘아버지의 자리’는 굵은 주름살, 상처 가득한 다문 입술, 그렁그렁한 눈망울은 부조리한 시대의 풍상을 담아서인지 울컥함마저 준다. 연탄재처럼 용도가 다한 늙은 광부를 그린 리얼리즘의 백미인 ‘아버지의 자리’가 처연한 공감으로 성찰하게 하는 이유는 우리 이웃의 이야기, 모진 세월을 묵묵히 견뎌온 ‘우리 시대의 아버지 이야기’이기 때문일 것이다.

 

   
▲ 그림/들라크루아(Eugène Delacroix).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
감성적 인간에겐 언어보다 시각적 이미지가 전달력이 강하다. 미술의 중심, 서울을 버리고 막장으로 걸어 들어갔던 참여미술의 선구자였던 화가와의 대화에서 캄캄한 어둠 속 막장에서의 광부들 식사 그림 이미지가 가슴에 남았다. 빛이 없는 지하로 매일 막장을 향해가는 사람들과 갱에서 떨어지는 석탄먼지 속에서 탄 알갱이를 집어내며 먹는 도시락이 꿀맛임을 안 노동의 신성함. 서로 상대방에게 헤드 랜턴 불빛을 비추어줘야 식사를 할 수 있는 광부들을 그리며 작가는 동시대 미술의 방향성과 진정한 공동체 삶을 깨닫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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