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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금숙의 여행이야기 85] -동유럽과 발칸반도를 찾아서 <4>아직도 끝나지 않은 전쟁, 발칸반도
거제타임즈  |  geojetime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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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1.06  16: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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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보르보니크, 모스타르 사라예보 곳곳에 총탄 흔적 남아

   
 

호텔은 신 도시 바닷가에 자리 잡고 있었다. 아드리아해의 일몰이 긴 노을을 남기며 바닷속으로 사라져 갔다. 호텔에 투숙한 사람들은 모두 외국인들이고 한국 여행객들은 눈을 씻고 봐도 우리들뿐이다. 시내에서 만난 그 많은 우리나라 관광객들은 모두 어디에서 잠을 자는지 궁금하다. 방을 배정 받고 저녁 식사를 위해 식당에 내려와 보니 꽉 찬 관광객들의 규모에 놀라고 샛팅해 놓은 음식들에 놀랐다. 유럽의 식사는 성찬이라고 하기엔 좀 부족하다 했는데 이 식당의 메뉴는 정말 브라보다.

   
▲ 성벽에서 바라본 성안 풍경.
다들 정신없게 배를 불린다. 어느 정도 현지에 적응해가는 터라 대부분의 음식이 이제는 먹을 만하다. 특히 작은 멸치 같은 생선이 이날 메뉴로는 최고였다. 모두들 삼삼오오 모여앉아 내일 둘러볼 드보로브닉에 대한 이야기로 밤을 새다가 늦게 잠이 들었다. 어디선가 흘러내리는 계곡의 물소리에 하현달 그림자에 나는 깊은 잠을 이루지 못했다. 아드리아해, 달마시안의 가을이 심연 속으로 이끌어 나는 밤새 신열을 앓아야 했다.
   
▲ 성 내부 풍경.
아침 예정대로 드보르보니크의 성벽에 올랐다. 언니들이 그토록 간절하게 오고 싶어 했던 이번 여행의 종착역이자 하이라이트다. 쪽빛 바다와 붉은 기와, 그리고 성을 에돌아 눈길 닿는 곳마다, 발길 머무는 곳마다, 탄성이 나오지 않는 곳이 없다. 지진으로, 내전으로 파괴됐다가 복원된 아드리아해의 진주 드보르보니크는 그래서 더 여행자들의 가슴을 쓸어내리게 하는지 모르겠다.
   
▲ 성벽에서 바라본 드보르보니크 요새.
이승기가 걸었던 성벽과 도시의 골목들, 부자카페까지 모두 돌고난 일행은 기념품점에서 다들 가족들 선물을 고르느라 정신이 없다. 나도 이곳의 특산인 물고기 도자기와 암닭을 한 마리씩 샀다. 그리고 일행은 다시 케이블카를 타고 산꼭대기에 올라 도시를 내려다보았다. 아직 전쟁의 상흔이 남아 있는 성벽과 요새, 내전 당시 전쟁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십자가 비석이 여기 저기 세워져 있다. 멀리 긴 산맥이 천연의 요새처럼 누워있다. 성벽에 올라 이 나라가 겪었던 전쟁의 아픔을 다시 한 번 느껴본다.
   
▲ 드보르니크 성벽 바깥에 위치한 부자 카페."꽃보다 누나"촬영팀이 와서 커피와 맥주를 마시던 곳.
전 세계에서 하나뿐인 분단국가인 대한민국의 현실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이번 여행길이 새삼 조국과 평화와 통일, 책임감등을 모두에게 숙제로 안겼다. 그리고 어디에서도 동족간의 상잔인 이런 전쟁은 일어나지 말아야한다는 것을 이번 발칸을 돌며 실감했다.

점심을 먹은 뒤 아드리아해의 진주 드보로브니크를 뒤로하고 일행들은 다시 발길을 보스니아의 수도인 사라예보로 향했다. 크로아티아 국경을 넘어 다시 보스니아 국경에서 1시간을 기다려 입국 허가를 받았다. 불과 얼마 전까지 관광객들이 올 수 없었던 나라, 상처뿐인 발칸 땅 보스니아엔 어디에서든 총탄자국의 도시들을 만나게 된다. 민족끼리 인종청소라고 불리우며 세르비아계와 이슬렘이 서로 총부리를 겨누고 싸웠던 보스니아 내전은 그래서 우리들에게는 더 낯선 전쟁으로 다가오는 것일까.

   
▲ 드보르니크 해안을 따라 운행하고 있는 바이킹 유람선.
버스안에서 가이드가 보여준 비디오 한 편이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끝나지 않은 전쟁 보스니아에 대한 다큐멘터리였다. 남편과 자식을 잃고 아픈 상처를 가슴으로 보듬고 사는 이슬렘 어머니들의 한이 옹이처럼 박혀 있는 전쟁터와 학살현장, 그리고 무덤들. 길옆 묘지가 들려주는 이 마을의 슬픈 애가, 누군가의 남편이고 아들이었을 비목에 붙어 있는 빛바랜 꽃 한 송이가 너무나 아프게 다가선다. 언덕바지에 피어있는 노란 돼지감자 꽃이 어울리는 계절, 지금 보스니아는 깊은 가을 속으로 젖어가고 있다.
   
▲ 케이블카에서 바라본 드보르니크 시내 풍경.
총탄자국이 선명한 건물의 잔해를 바라다보며 모두들 말이 없다. 침묵이 주는 의미가 무엇일까. 또 언제 우리가 다시 이 땅을 밟을 수 있을까. 묵언으로 스쳐 지나온 모스타르의 다리를 눈으로 보며 그림 같은 풍경에 넋을 잃는다. 보스니아에서 유명한 여섯 개의 다리 중 하나인 모스타르의 이 다리는 전쟁에서 파괴됐다가 유네스코가 그대로 복원하여 놓은 것이다. 하얀색의 복고풍 다리가 주변의 모스크와 어울려 묘한 대조를 이룬다.
   
▲ 케이블카에서 바라본 드보르니크 시내전경.
점심을 먹고 다시 버스는 달린다. 어디를 둘러보아도 아직은 내전의 아픔이 가시지 않은 보스니아 헤르체코바, 세시간이 넘게 걸려 유고연방의 해체 후 가장 혹독한 시련을 격은 이 나라의 수도 사라예보에 일행들이 탄 버스가 도착했다. 한국인 현지 가이드를 만나 잠시 사라예보에 대한 설명을 들고 말라츠카강이 내려다보이는 다리 앞에 섰다.

이 에리사와 티토 대통령과 1차 세계대전의 발발 근원지로만 알았던 사라예보는 세월을 거슬러 타임머신을 탄 도시 같았다. 세계대전발발 100주년을 맞이했다는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면서 전쟁의 시초가 된 다리를 걸어 시내로 발길을 옮겼다. 오스트리아 황태자부부가 피살된 곳에 비석이 세워져 있다. 역사는 이렇게 또 하나의 단서를 남기고 사라진다.

   
▲ 산위의 내전희생자들을 위한 십자가.
어둠이 내리는 사라예보 구 시가지를 관람하며 모스크와 희미한 불빛들로 아롱지는 골목길 기념품 가게를 둘러보다 사라예보에 유명하다는 식당에 들러 저녁을 먹었다. 비싼 음식인데도 우리 입맛에는 영 별로다. 이번 여행의 마지막 여정이 되는 밤이다. 라돈 플라자는 5성급 호텔답게 어마어마한 방에다 방만큼 큰 욕실이 우리를 반겼다. 내일이면 다시 뮌헨으로 올라가 인천으로 향할 것이다. 비행기는 12시 20분 출발이다. 느긋한 아침을 기대해도 좋을듯하다.
   
▲ 산위의 요새 곳곳에 파괴된 흔적과 내전 당시의 총탄 자국이 남아 있다.
밤늦게까지 마지막 소주 한 잔까지 다 털었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7시가 훨씬 넘어 있었다. 19층 꼭대기에 위치한 식당은 근사했다. 안개 속에 가려진 사라예보의 아침이 희미하게 다가섰다. 여행이란 돌아갈 곳이 있기 때문에 더 아름다울 수 있는 것. 세 번의 발칸여행 길이 올 해 나의 여행에 정점을 찍었다.
   
▲ 드보르니크 산위 풍경.
이 글을 쓰는 지금은 해가 바뀌어 2015년이다. 지나간 세월 저편의 아지랑이 같은 추억도 돌아서면 까마득한 옛 일 인양 새로운 법이다. 한 팀은 사라예보에서 헝가리를 거쳐 폴란드와 체코를 돌아 동유럽을 모두 돌았다.누군가에게는 희망이었고, 누군가에게는 추억이었고, 또 누군가에게는 힐링이었을 이번 여행길에서 나는 보았다. 그들의 미소를, 그리고 행복을...
   
▲ 산위의 요새 곳곳에 파괴된 흔적과 내전 당시의 총탄 자국이 남아 있다.
또 어디론가 훌쩍 떠날 날 함께 동행 해 줄 이들이 있기에 어쩌면 나도 행복 바이러스가 되어 을미년 한 해를 웃으며 보낼 수 있지 않을까싶다. 동유럽 여행길에 벗이 되어 준 반올림팀과 시청팀, 남부 어르신 팀들께 감사함을 전하며 아드리아해 꿈의 여정을 마치려한다. 아듀 2014년 청마의 해여.
이금숙<시인/세계항공 월드투어 대표>
   
▲ 드보르니크 산위 풍경.
   
▲ 희생자들을 기리는 추모비.
   
▲ 마을마다 어귀에 자라잡고 있는 내전 희생자들의 무덤들.
   
▲ 다리위에서 바라본 모스타르 시내풍경.
   
▲ 모스타르 다리 위 관광객들.
   
▲ 보스니아 모스타르 다리전경.
   
▲ 오스트리아 황태진 부부가 암살당한 사라예보 다리.
   
▲ 내전으로 파괴된 시내 유적지 풍경.
   
▲ 사라예보 구 시가지 풍경.
   
▲ 사라예보 대성당앞 미완성 요한바오르2세 조각상.
   
▲ 드보르니크 산위에서 필자.
   
▲ 일행들과 기념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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