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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룡수필:차은혜]'당신의 사랑 안에서'수필가. 계룡수필문학회 회원, 수필과비평작가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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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4.22  11:5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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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의 사랑 안에서

 

                                                                                                                                           차 은 혜

   
 
문득 봄이 찾아왔음을 느낍니다. 여기저기서 봄의 기운이 고개를 들고 다가섭니다. 피부에 와 닿는 바람의 감촉과 햇볕의 농도를 나 몰라라 할 수 없어 속옷가지를 벗어던집니다.

텃밭의 배추가 봄을 알립니다. 이곳 거제는 기온이 따뜻하여 배추가 한 겨울에도 노지에서 잘 견디어냅니다. 속을 감춘 배추는 말라 버린 겉잎을 걸치고 우두커니 앉아 있습니다. 무엇이 그리 비밀스러운지 속을 감싸 안고 웅크리고 앉아 있습니다. 제 속을 남모르게 감추고 있으려니 겉잎의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그 못난 배추의 옆에는 속을 감추지 않은 또 다른 배추가 가슴을 다 열어 제치고 웃고 있습니다. 옆의 친구는 스치는 바람에도 으스스 떨고 있지만 이것은 다릅니다. 감출 것 없이 제 모든 것을 열어 보이고 있기에 찬바람도 봄바람으로 여깁니다. 어느 것보다도 먼저 봄기운을 느낍니다. 따사로운 햇볕도 받아들이고 그 빛을 즐기며 자신을 키워 갑니다. 어쩜, 그렇게 싱싱하고 건강해 보일 수가 없습니다.이파리에는 신의 은총이 내려 윤기가 돌고 있습니다. 머지않아 이것은 꽃대를 올리고 예쁜 꽃을 피울 것입니다.

자연의 변화 속에 우둔한 나 자신을 찾아봅니다. 나는 어리석기 그지없는 바보입니다. 텅 빈 모습을 가리기 위해 가식으로 칭칭 감으면 다 가려지는 줄 알았습니다. 조금 들은 하느님의 말씀으로 나의 못난 모습을 가리고는 자만에 빠져 있었습니다. 나의 허물이 겉으로 드러날까 두려워 꼭 끌어안고 살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내 피부는 각질뿐인 배춧잎처럼 바스락거립니다. 참으로 부끄러운 모습입니다.

진즉에 내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그곳에서부터 출발했어야 합니다. 이제라도 온몸을 내보이며 푸르고 건강하게 성장하는 배추를 닮으려합니다. 자신의 허물을 내보이고 용서를 받고 건강히 살아가는 배추처럼 나 자신을 내려놓고 용서를 받으려고 합니다. 그러나 마음처럼 생각했던 것들을 쉽게 실천으로 옮기지 못합니다. 자꾸만 얼굴을 가리려 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내 행동을 서너 발치 거리의 성모님은 미소를 머금은 채 지켜보고 계십니다. 어느 날에는 혼내시려다 참으시는 것 같고, 또 다른 날엔 어이없어 하시며 지그시 눈을 감고 계시는 것 같습니다. 한번도 큰 소리로 책하신 적은 없으십니다. 언제나 묵묵히 인내하시며 사랑스런 표정으로 지켜봐 주십니다. 어머니의 자비하심과 너그러움입니다. 제 스스로 깨달아 일어나 걷고, 뛰기를 원하십니다. 그러나 난 시간만 나면 소파에 누워 뒤척입니다. 그러다 깜짝 놀랄 때가 있습니다. 언제까지 주님이 마냥 기다려주실까 하는 생각에서입니다. 흥청거리고 안일하게 살다 주님이 부르시면 어찌할까 하는 두려움도 듭니다.

현명한 사람은 자신의 마음에서 모든 것을 찾고 어리석은 자는 모든 것을 다른 사람에게서 찾으려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나 역시 가지고 있는 것에 눈이 어두워 앞을 보지 못한 장님이었는지 모릅니다. 그리고 행여 남의 티끌만 탓하고 나의 눈에 든 들보는 보지 못한 어리석은 사람이었는지 모릅니다. 겉은 눈으로 볼 수 있지만 마음은 자신의 성찰을 통하여 볼 수 있습니다.

사순 주간도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이제껏 준비하지 않고 지키지 못한 일들을 작은 것부터 지켜나가렵니다. 그리고 교만하지 않고 늘 겸손하기를 원하시는 성모님의 뜻을 따르려합니다. 이 봄날의 아침, 성모님께서는 세상엔 나보다 못난 사람이 하나도 없음을 깨우쳐 주십니다.


▓ 약력 ▓
*수필가, 계룡수필문학회 회원
*수필과 비평 문학상 수상
*한국문입협회 회원
*수필집 《견습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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