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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룡수필: 곽호자]' 텃세'수필가, 수필과비평작가회 회원, 계룡수필문학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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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5.01  08: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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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텃 세

                                                                                                                                            곽 호 자

   
 
새벽부터 열리는 아침 시장은 첫차가 도착하면서부터 활기가 넘치기 시작한다. 정류장에서 내린 아주머니 들이 무거운 보따리를 들고 시장으로 들어선다. “짐이요 짐.” 길을 트는 요령도 익혀 사람들 틈새로 용케 비집고 든다. 한발 늦게 도착하면 자리 얻기가 어렵다는 걸 알고 있다. 자리라고 해봤자 사람들이 지나 다니는 땅바닥이다.

그나마 운이 좋은 아낙네들은 한 발 앞서 보따리를 푼다. 싱싱한 푸성귀며 어패류가 비닐봉지에 겹겹이 싸여있다. 정성스럽게 다듬은 실파도 있고 깐 마늘도 있다. 물건을 살 사람들이 우르르 모여든다. 물건 값을 깎으려 드는 사람. 흠을 트집 잡는 사람. 이것저것 뒤적거리는 사람. 그 속을 파고 들어가서 하나를 내 것으로 만들기가 녹록치 않다.

난전은 먼저 앉으면 임자다. 보따리상 끼리 목 좋은 자리를 서로 차지하기위해 언사가 사나워진다. 하지만 더 힘든 것은 기득권자인 중간 상인들의 텃세다. 그들로 인해 말싸움이 오가고 때로는 몸싸움도 불사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인도를 차지한 것은 서로가 마찬가지인데 항상 약자는 보따리상이다.

오늘도 예외는 아니다.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곳에 두 여자가 엉켰다. 고무 대야를 깔고 앉은 여자와 그 여자를 끌어내려는 여자가 안간힘을 쓴다. 심지어 대야를 사수하려 드러눕는다. 힘의 대결이다. 그 사정도 모른 채 고무 대야에는 다슬기가 얌전히 들어 있다. 중간 상인이 탐낼 만큼 씨알이 굵다. 그걸 통째로 넘기라는 중간상인과 넘기기 싫다는 다슬기 주인의 실랑이는 목불견이다.

시골 농장에 상주(?)하는 까치가 연상된다. 전깃줄이 가로 질러 있는 농장에는 항상 까치 떼가 진을 치고 있다. 혹여 다른 무리의 새들이 앉기라도 하면 부리를 휘둘러 쫓아내고야 만다. 주위를 맴도는 까마귀, 비둘기, 참새 따위들은 이런 까치의 영역을 호시탐탐 노리지만 까치가 어디 녹록한가. 오죽하면 독수리도 까치 부리가 겁나 꽁무니를 뺀다는데.
시장 중간쯤에서 강인한 한 할머니를 만나게 된다. 아침시장의 강자로 군림한지가 오래 된 분이다. 숱한 어려움을 이겨 냈을 고단함이 얼굴에 배어있다. 할머니는 무척 외골수다. 늘 누군가와 트집 잡고 말싸움을 한다. 한 뼘의 자리라도 양보하길 싫어해서다. 나란히 앉아 정담을 나누면서 파는 상거래는 보기 어렵다. 그런 까닭인지 모르지만 사람들은 할머니를 무시하려든다. 옳고 그름에 대한 이해심이 부족해 대인 관계가 매끄럽지 못하다는 것을 본인은 느끼지 못한다. 다만, ‘별난 할머니’란 수식어가 붙었다. 마주치기가 거북하여 빠른 걸음으로 할머니 앞을 스친다. 할머니 역시 나를 외면한다.

할머니는 과거 초등학교 재직 시 담임과 학부형의 관계로 나와 인연이 닿은 적이 있는 분이시다. 몇 십 년이 지나 이곳에서 마주쳤을 때 반가움보다도 서로가 무척 당황했었다. 당시 할머니의 외아들을 맡은 담임인 나는 할머니의 잦은 방문을 거절하지 못했다. 만날 때마다 내 손을 붙들고 아들의 학교생활을 캐물었다. 그런 학부형의 관심은 의외로 싫지 않았다. 60년대에 보기 드문 순수한 열성이었다. 그렇다고 촌지를 건네는 불상사는 전혀 없었다. “선생님예-.” 하면서 다소곳이 내 손을 움켜잡는 시골학생의 어머니였을 뿐이었다. 그 학생의 어머니가 지금의 할머니다. 억센 말투며 굵은 주름이며 까칠한 손이 예전의 학부형 모습은 아니다. 제행무상. 제법무아라 했던 가.

사람들이 지나는 길목마다에 물건들이 수북하다. 그들이 파는 물건들은 보따리 장사꾼에게서 넘겨받은 것도 있고 직접 구입해 파는 것도 있다. 물때를 맞춰 캐 온 조개와 해삼 멍게도 있다. 덤을 주는 인심도 그들에게 없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한 푼의 이익을 챙기는 데는 양보라는 게 없다. 살아남기 위해 터득한 상술이다.

길을 막고 싸워서 얻은 전리품 다슬기가 혀를 내밀고 있다. 아직까지 사겠다는 임자가 없다. 저것들도 살아남기 위해 가쁜 숨을 몰아쉰다. 강물이 그립다 한들 돌아갈 수 없는 시장의 상품으로 전락되었다.

자리를 잡지 못해 멀찌감치 보따리를 푼 노인이 보인다. 호박잎과 가지가 전부다. 힘도 입심도 없어 뵌다. 주름진 얼굴은 몹시 그을렸다. 얼마 되지 않는 돈을 얻기 위해 왔지만 서슬이 퍼런 그들 속으로 파고드는 것은 엄두도 못내 밀려 온 자리다. 강자와 약자와의 공생. 그 삶 자체를 일찍이 체득한 느낌을 주니 오히려 신선하다.

기득권을 가진 자와 그마저도 없는 자가 대립해 산다는 것이 우리 삶 중의 하나이다. 강자와 약자와의 공존도 마찬가지다.

새 중에 까치는 텃세가 심한 새다. 제 영역을 정해 적당히 어울려 살아가는 다른 새들과 달리 까치만큼 고약한 새는 별로 없다. 떼를 지어 침입자를 공격하고 심지어는 맹금류도 쫒아낼 정도로 위세가 새들 중에 으뜸이라는 것이다. 사람도 별반 다를 게 없다.

까치의 텃세만큼이나 우리들 주변에 만연해 있는 텃세를 생각해 본다. 개인의 텃세, 단체의 텃세, 기관의 텃세, 나아가 야합을 일삼는 정당의 텃세. 어제 이사 온 옆집의 텃세는 잇몸에 낀 고춧가루에 불과하다고나 할까. 그러나 우리가 이웃이 되어 살아가는 것은 까치보다 우월한 고등동물이기 때문이리라. 서로 견제하다가도 언젠가는 좋은 이웃이 되니 말이다. 삿대질로 얼굴 붉히다가 길흉사에 앞장서는 인심을 텃새는 모른다.

시장을 돌아 나오는데 뒤에서 나를 부른다. “선생님 이거 가져 가이소.” 뜻밖에 학부형 할머니다. 무화과 서너 개를 손에 들었다. 전에 없던 일이라 망설이는데 얼른 가방 속에 밀어 넣어준다.

예전에 그 시절. 아들을 위해 내 손을 잡았을 때의 그 온기가 생각나는 아침이다.

 ▒ 약력 ▒
*수필가
*거제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반 수료
*“수필과 비평” 신인상 수상
*계룡수필문학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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