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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룡수필:김종복]'어쩌면'계룡수필문학회 회원/거제대학평생교육원 수필창작반 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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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5.14  10: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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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쩌면
                                                                                                                                               김종복
   
 
비오는 새벽 서울행 버스에 몸을 싣는다.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버스 안에는 손님이 절반만이 앉아 있다.

의자를 뒤로 젖힌다. 빗줄기가 가늘게 다가와 차창에서 부서지는 것을 느끼며 여유를 가져본다. 어디쯤 왔을까. 어둠이 걷힌 차창에 빗발은 여전히 스치고 있다. 버스가 휴게소로 들어선다. 별 용무는 없지만 다른 사람들처럼 나도 내려 커피 한 잔을 들고 버스에 올랐다. 운전기사가 인원을 확인한 후 출발한다. 한참을 가고 있는데 뒤에서 느닷없이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사람 안 탔어요.”
기사가 화들짝 놀라 비상 깜박이를 켜고 갓길에 차를 세운다. 자고 있다가 차가 출발하는 흔들림에 깨어나 보니 옆에 계시던 할머니가 타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 자리에는 주인 잃은 가방만이 덩그러니 놓여 있다.그나마 많이 가지 않았을 때 알아차려 다행이다. 놀란 기사는 전화를 하고는 어처구니없어 한다. 다행히 할머니가 대기실에 계신다고 한다. 뒤차로 와서 다음 휴게소에서 만나기로 했단다. 등 뒤에서 바라본 기사의 어깨에는 낭패한 모습이 역력하다. 버스의 속도도 줄어들었다. 괜스레 마음이 편치 않다.

오래 전 버스를 타며 고생했던 기억이 난다. 추석 명절을 위해 시댁에 가 있을 때였다. 남편이 급한 일이 생겨 먼저 출발하게 되었다. 하루라도 손자들과 더 있기를 원하시는 시부모님을 위해 아이들과 나는 다음 날 집으로 향하기로 하였다. 아직 어리기만 한 두 아이와 묵직한 가방은 보통 짐이 아니었다. 먼 길을 가자니 걱정이 태산이다. 이런 나에게 시어머니께선 큰 며느리 주려고 담가 놓았다며 고추장통까지 챙겨주신다. 낭패한 생각이 들었지만 그렇다고 시어머님이 주신 고추장통을 내려놓을 수도 없었다. 시외버스를 타기 위해 한참동안 줄을 서서 기다렸다. 버스에 올라보니 좌석이 없다. 사람이 너무 많아 입석 손님까지 태운다. 아이들과 서서 가는 것은 무리라 다음 차를 타기로 하고 뒤로 물러섰다. 세 번째 줄에 서 있으니 당연히 좌석에 앉아 갈 수 있다고 믿고 삽 십여 분을 기다렸다. 차가 왔다. 차례가 되어 버스를 타려고 하니 차 입구에서 표를 확인한다. 무거운 고추장통과 옷 가방을 버스 계단에 놓았다. 표를 보이니 부산 가는 손님 먼저 타고 진주 가는 사람은 뒤에 타란다. 뒤에는 기다리는 사람들의 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
“아이들이 있어서요.”
안 된다며 버럭 소리를 지른다. 당황하여 머뭇거리는 순간 계단에 두었던 고추장통을 발로 밀치며 더 큰소리로 외친다. 사람들은 이때다 싶어 나와 아이들을 밀치고 차 위로 오른다. 망연자실한 내 모습이 처량했던지, 남자 한 분이 큰소리로 진주 가는 사람은 손님 아니냐며 운전기사에게 용기 있게 항변을 해 준다. 그 덕분에 거의 끝자락에 탈 수 있었다. 내가 탄 후에도 많은 사람들이 입석으로 차에 올랐다.

등에 업고 있던 작은 아이를 앉히고 좌석에 앉아 눈을 감았다. 눈물이 흘렀다. 큰 아이가 엄마라고 부르며 내 손을 잡는다. 이젠 괜찮다며 아이의 머리를 쓸어주었다. 기사도 심사가 편하지 않은지 버스는 몹시 흔들렸다. 아이들이 멀미라도 하면 어쩌나 살피며 무사히 목적지까지 도착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발밑에 있는 고추장통에서 냄새가 난다. 엎드려 만져보니 아까 계단에서 밀쳐질 때 통에 금이 생긴 모양이다. 또 걱정이다. 혹시라도 옆 사람들이 냄새난다고 할까 봐 마음을 졸이며 긴장을 내려놓지를 못한다. 이런 나의 고민을 알았는지 아무도 내색하지 않고 탓하는 사람도 없었다. 목적지에 도착하여 차에서 내릴 때 누군가가 붉게 물든 고추장통을 대신 내려주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너무나도 멀고멀었다.

내리던 비가 서울 쪽으로 올라갈수록 눈으로 바뀐다. 할머니가 걱정된다. 한참을 달려 휴게소에 도착하자 기사가 뒤 따라온 버스를 찾아 할머니를 모시고 들어왔다. 모두들 자신의 일인 양 시선이 한 곳으로 향한다. 할머니의 모습을 보고 그제야 다들 안심을 한다. 몹시 당황했을 터인데 할머니는 차에 오르며 미안하다고 한다. 화장실에 다녀와 같은 색깔의 버스를 착각하였단다. 조금의 원망도 없이 이 상황들을 오히려 본인의 탓으로 돌렸다. 자리에 오셔서 짐 가방을 살핀다. 아마도 자식에게 줄 곡식과 음식인 듯하다. 사랑이 듬뿍 담긴 보따리를 자식들에게 전해 줄 때의 할머니의 모습을 상상해본다. 그때 마음은 있었지만 아이들을 챙기느라 내게 도움의 손길을 내민 사람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도 전하지 못했다. 자신의 안위만 생각하는 이기의 시대라고들 하지만 곤경에 처한 사람을 결코 외면하지만은 않는 따뜻한 세상임을 나는 믿는다. 곤경에 빠지는 사람이 나일 수도 당신일수도 있다. 내리는 눈발이 제법 굵어졌다. 눈이 계속 내려 세상이 한 색깔로 덮일 것을 상상하며 차 창 밖을 내다본다.

약력

*충남 천안 출생

*거제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반 수료

*계룡수필문학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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