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인
왼쪽
오른쪽
> 사람들 > 계룡수필회 '수필산책'
[계룡수필:심인자]'이별의 단상'
거제타임즈  |  geojetimes@hanmail.net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5.07.19  10:26:47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이별의 단상
                                                                                 심 인 자

   
 
이별은 고통이다. 다시 볼 수 없는 영원한 이별의 심경은 참담하리만치 아리다. 보고 싶을 때 볼 수 없고, 하고 싶은 말을 더 이상 전할 수 없다는 것에 가슴이 멘다. 작년에 지인을 잃었다. 갑작스런 사고로 같은 날 부부가 유명을 달리했다. 충격이었다. 넋을 잃고 주저앉아 한동안 일어설 수가 없었다. 혹여 꿈은 아닐까. 영정 속의 지인은 나를 반기듯 환하게 웃는데. 금방이라도 어디선가 나타날 것만 같은데. 차가운 관속에 누워 있을 그녀를 생각하니 눈물이 멎지 않았다. 이웃으로 만나 십오 년의 세월을 같이 했다. 아직도 실감이 안 난다. 그녀를 닮은 목소리에도 화들짝 놀라고, 비슷한 모습을 보면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바라본다. 다들 그만 놓아주라고 하는데, 그럴수록 애절하고 그리움은 더해간다. 그녀의 흔적이 집 안에 남아 있다. 작은 화병과 머그 잔, 벽면에 걸어놓은 국화액자는 여행길에 사다 준 선물이다. 찬장 한 구석에서 주인을 기다리는 그릇을 보면 불현듯 그녀가 떠올라 눈시울이 젖어간다. 먹을거리를 담아왔던 그릇들을 미처 챙겨주지 못했다. 뭘 담아 보낼까 하는 사이, 돌려주기엔 너무 먼 곳으로 가버렸다.

일주기가 가까워오는 날, 그녀의 꿈을 꾸었다. 나를 찾는다는 소리에 달려갔지만 뒷모습만 보인 채 끝내 돌아보지 않았다. 발걸음은 또 왜 그리 빠른지. 꿈에서 깬 나는 허망함에 눈시울이 젖었다. 아직도 그녀의 죽음이 믿기질 않는다. 너무 급작스러웠다. 예정에 없던 이별이었기에 오래도록 슬픔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고마웠던 마음을 전하지 못함이 남아서였고, 시간 내어 같이 여행 가자던 약속을 지키지 못한 아쉬움이 남아서였다. 먹을거리를 담아온 그릇을 정으로 채워 돌려주지 못한 애틋함이 목에 걸려 지금껏 그녀를 놓지 못하고 있다.

오늘 또 한 친구를 보냈다. 지인을 보낸 지 일 년 만이다. 건장하던 친구의 몸무게가 삼십오 킬로로 내렸다. 그런 몸으로 여태껏 버텨 왔는데 마침내 오늘 삶의 끈을 놓아버렸다. 얼마나 힘들고 고통스러웠기에 한번 놓으면 다시는 잡을 수 없음을 알면서도. 불가항력이었겠지. 투병 생활 삼 년째, 나아지나 싶더니 병은 다시 고개를 들고 일어나 친구를 괴롭혔다. 하루하루가 다르게 수척해가는 얼굴과 거친 숨소리를 들으면서 친구에게로 다가서는 어두운 그림자가 커져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친구의 시선은 자주 창밖을 향했다. 환자복을 입었음에도 걸어 다니는 그 사람들을 부러워했다. 저 사람들처럼 걸어 다닐 수 있을까. 아마 그럴 수 없을 거라며 혼잣말을 했다. 흘겨보며 맘에 없는 꾸지람을 했다. 약한 소리 말고, 빨리 회복해서 예전처럼 동창들 불러 수다 떨자며 목 메인 목소리를 애써 감춰야했다. 가끔 친구를 찾았다. 씩씩한 목소리로 농담하며 웃음을 보일 때도 있었는데, 어느 순간 그마저도 사라졌다. 자신에게 닥친 운명을 서서히 받아들이고 있었음인지. 무언가를 준비하는 듯 생각이 깊어졌다. 돌아가는 나의 손을 잡으며 건강 챙기라는 당부를 수없이 했다. 해줄 수만 있다면 수없이 찔러대는 주사를 차라리 내가 맞아주고 싶었다. 눈앞에 놓인 미음 한 숟가락을 제대로 삼키지 못하고 친구는 내 곁을 떠났다. 예정된 이별이었어도 눈물은 쉽게 거둬지지 않았다. 병마와 싸우는 곳이 아닌 병 없는 저 세상에서 환한 웃음으로 미소 짓길 바랐다. 혈관조차 숨어버려 심장 가까운데 구멍을 내어 주사를 맞아야 했던 고통도 모두 놓아버리게. 알약을 삼키며 진저리를 치던 두려움이 없는 세상에서 편안할 수 있게.

꿈을 꾸었다. 동창모임에 친구가 왔다. 병상의 얼굴이 아닌 건강했던 예전의 모습이었다. 환하게 웃으며 다가왔기에 애써 쫓아가지 않아도 되었다. 평소처럼 왁자지껄 수다 떨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 깨어났다. 다행이었다. 꿈에서조차 줄줄이 달린 링거 병을 매달고 왔다면 얼마나 마음이 아렸을까. 친구와는 준비된 이별을 했다. 틈틈이 만나서 얘기도 나누고, 몸에 좋다는 약초 뿌리도 다려서 가져갔다. 손도 잡아주고 아프다는 다리도 만져주었다. 간간히 친구와 보내며 이별 연습을 했다. 미리미리 조금씩 가슴을 앓았다. 한꺼번에 슬프지 않으려 놓아주기 연습을 일찌감치 시작한 것이다.

지인과 친구를 보내며 죽음과 이별에 대해 진지해졌다. 여태껏 죽음은 나와 상관없는 일이었다. 그랬기에 언제일지도 모르는 이별을 전혀 떠올리지 못했다. 어느 때 불쑥 찾아올지 모르는 이별 앞에 아무런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순간순간이 만남이고 또한 이별인 것을. 한 치 앞도 모르면서 모든 것이 영원할 것이라 생각한 내가 어리석었다. 매 순간 이별을 한다. 한동안 피어있던 꽃송이가 시들어 마침내 뚝하고 떨어질 때도, 거실과 부엌을 오가며 발을 보호해주던 슬리퍼의 끈이 끊어졌을 때도, 여태 만져온 그릇이 이가 빠져 못 쓰게 되었을 때도 어쩔 수 없이 안녕을 고한다. 마음으로 눈으로 늘 함께 했기에 섭섭하고 허전해 이별이 더뎌진다. 그래도 예정에 없는 이별은 싫다. 감당하기엔 너무 아프고 고통이기 때문이다. 이별연습을 미리 해본다. 조금씩 나아지려니 하지만 여전히 아프다. 일주기에, 그녀가 좋아하고 또 내가 좋아하는 안개꽃을 올렸다. <수필가/계룡수필회 회원/수필과비평작가회거제지부장>

 

거제타임즈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기사 댓글 1
전체보기
  • 해비 2015-07-28 10:42:47

    가슴아린고통
    놓고싶지않던시간
    말없이흐르든눈물
    사랑하는사람을잃은고통이야
    그 무엇으로 다 표현할수있으리오
    또다시저먼가슴한구석에서메아리치는아리고쓰린마음
    잊고살기에는아직인가보다
    힘든글 잘읽고갑니다
    감사합니다신고 | 삭제

    최신 인기기사
    1
    삼성重, 내빙 원유운반선 2척 1,875억원 수주…수주잔량 세계 1위
    2
    거제옥포고 송유진 학생, 경상남도지상 수상
    3
    2020학년도 수능 성적표 배부…경남 수능 만점자 1명
    4
    이기우 전 교육부차관, 거제 출판기념회 성황
    5
    [기고] 1,000만 관광객 유치, 정답은 '도로'다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명칭 : 인터넷신문 | 등록번호 : 경남 아009호 | 등록연월일 : 2005년 11월 10일 | 제호 : 거제타임즈 | 편집인 : 박현준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현준
    발행인 : 김형택 | 발행연월일 : 2003년 4월 16일 | 발행소: 경남 거제시 서문로 72 (고현동) 태원회관빌딩 6층ㅣ전화: 055-634-6688 / FAX: 055-634-6699
    Copyright © 거제타임즈. All rights reserved. 문의메일 : geojetime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