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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장길성] 게장별곡(蟹醬別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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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8.26  10:4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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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장별곡(蟹醬別曲)


                                                                                                                                장 길 성

   
 
게장, 특히 꽃게 간장게장은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음식의 중의 하나이다. 한때 유명연예인이 약간 건방진 모습을 하고, ‘니들이 게 맛을 알어’하는 광고카피를 유행시킨 적이 있었지만, 우리는 그 이전에 이미 게장 맛을 알고 있었지 않았나 생각한다. 누가 감히 게장을 앞에 두고 이를 싫다 할 것인가? 제철음식으로 마련하였을 때 노란 알과 투명한 게살의 맛이란 환상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꽃게 요리는 서민으로서는 상당한 비용을 지출해야 하는 고급음식이 되었다.

서민일 수밖에 없는 나로서도 게장 좋아하는 아내에게 꽃게요리, 그것도 꽃게로 담근 간장게장을 대접할 양이면 주머니 속 지갑부터 만져 보곤 한다. 어제는 아내를 데리고 평택항 근처의 게장요리 잘 한다는 식당엘 다녀왔다. 전날 집안 청소 도와주지 않는다는 투정에 ‘싸나이 타령’하였더니 토라져서 달래야 했다. 가정의 평화를 위하여서는 어쩔 수 없는 패장 흉내다.

의사 표현 방식이 달라서일까? 아내의 표현은 늘 보아오면서도 부러울 때가 종종 있다. 자기가 좋아하는 것이라면 망설임 없이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성향을 보일 때가 많다. 같은 자리에 있다가 민망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어제도 게장 먹으러 가자고 하니 징징거리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주먹을 불끈 쥐고 흔들어대면서 ‘예스!’까지 지르며 야단이었다. 간단히 나들이 옷차림을 하고 앞장서는 모습은 패장인 나를 더욱 기죽이기에 충분하였다.

두 사람 분의 간장게장을 시켰다. 곧이어 큰 접시에 두 마리의 꽃게로 담근 간장게장이 나왔다. 등딱지와 양쪽 다리에 반반씩 붙어 있는 몸통이 분리되어 가득하다. 몸통에 붙은 노란 알과 투명한 게살, 그리고 등딱지 내에 숨겨진 속살의 맛은 가히 일품이다. 아내가 가장 좋아하는 부분은 등딱지 내에 숨겨진 속살이다. 몸통과 다리 살을 다 발라 먹은 다음에는 등딱지에 밥을 비벼 먹으면서 하는 말이 뭐 죽여준다나? 두 손을 흠뻑 적시며 식사를 다 끝낸 후에는 손가락을 쪽쪽 빨면서 아주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돌아오는 길에 아버지를 모신 추모당에 들르기로 하였다. 시아버지를 유별나게 좋아했던 며느리는 항상 조화 한 다발을 차에 싣고 다닌다. 추모당에 들를 기회만 되면 비석 옆에 놓인 화병의 꽃을 새 것으로 바꾸기 위해서다. 부친께서도 꽃게 게장을 무척이나 좋아하셨다. 예전에 부모님은 연평도를 앞바다에 두고 사셨으니, 꽃게 맛을 제대로 아셨을 것이다. 어머니는 꽃게 철이면 묵직한 거 몇 마리를 사다가 게장을 담아 조금씩 아주 조금씩 별미의 반찬으로 내놓곤 하셨다.

아내가 시집와서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다. 부모님과 함께 하는 식탁에는 반찬으로 게장 꽃게가 달랑 한 마리뿐이었다. 절약정신이 강했던 모친의 의도대로 꽃게는 몸통과 다리가 잘게 토막 나고 식구들에게 제한적으로 아주 조금씩 분배될 예정이었다. 나야 쭉 살아온 이력으로 그럭저럭 익혀온 습관이겠지만, 그걸 알 턱이 없는 아내는 시아버지보다도 먼저 젓가락이 게장으로 향했다. 더욱이 등딱지는 으레 부모님 몫이었다. 어떤 때는 운 좋게도 나에게 하사되기도 하였지만 자주는 아니었다. 새 며느리가 있는 식탁에서 부모님은 선뜻 가져가기가 뭣했는지 다리와 몸통이 다 소진할 때까지 등딱지는 게장그릇에 그대로 남겨 놓고 계실 때가 많았다. 그러던 어느 날 식사 중에 아내는 나를 힐끗 쳐다보면서 등딱지를 자기 앞 접시에 옮겨 놓는다.

“아버님 어머님은 등딱지를 좋아하지 않으시나 봐.”
그때 민망해 하는 나의 시선에 잡힌 부모님의 눈길은 분명 방황하고 계셨다. 눈길을 어디에 둬야 좋을지 몰라 하시는 모습이 역력했다. 역시 며느리 사랑은 시아버지다.

“그래 앞으로 등딱지는 며눌아기 몫이다.”
용감한 것인지 철이 없는 것인지 모르게 저질러진 일은 여하튼 등딱지를 영원히 소지하는 결과가 되었다. 그 후 게장이 식탁에 오를 때마다 등딱지는 으레 아내의 몫이 되었다. 아내는 그 등딱지에 밥을 쓱쓱 비벼 먹곤 하였는데 간혹 내게도 한 숟갈 먹여주는 모습이 시어머니를 닮아가는 듯이 보였다.

돌아오는 길에 아버님의 추모당에 들러 색 바랜 조화를 산뜻한 것으로 바꿔놓고 준비한 포와 술을 올리고 절을 한다. 아내와 나란히 재배할 양으로 두 손을 올리는데 손에서 아직 가시지 않았는지 게장 냄새가 난다. 아내도 절을 마치고 일어서면서 손에서 아직도 게장 냄새가 난다며, 혹시 아버님도 게장 냄새를 맡으시지 않았을까 하고 웃는다. 아버님께 어머님의 안부를 전하고 막 뒤돌아서려는데 부친이 작은 목소리로 한 말씀하신다.
“에미야, 꽃게 등딱지는 나도 좋아한단다.”


약력
*계룡수필문학회 회원
*특허법률사무소 근무
*수필과 비평 신인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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