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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박찬정] 잔 칫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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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10.08  10:3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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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잔 칫 날


                                                                                                                                          박 찬 정

   
 
어머님과 작은 시고모님를 모시고 친지의 결혼식엘 다녀왔다.
큰고모님 손자의 결혼식이다. 그 집안의 개혼(開婚)이어서인지 한여름 무더위에도 하객이 예식장을 꽉 메웠다. 가는 차 안에서 두 분은 머리가 허연 우리 늙은이들이 나섰다고 면구스러워하셨다. “이런 때라도 염치 불구하고 따라 나서야 피붙이들 얼굴이라도 보고 살아가는 얘기라도 들어.” 어머님과 고모님은 결혼식보다 친지들을 만나 보는데 더 마음을 두는 듯 했다.

신랑의 할머니인 큰 고모님는 치매를 앓아 요양병원에 계신다. 자식들 다 성취시키고 고모부님마저 몇 년 전 돌아가시자 치매가 찾아왔다. 가족을 못 알아보시는 정도는 아니지만 일상적인 일도 잊어버리는 일이 잦아서 혼자 지내시기 어려워지셨다. 제 식구끼리 분가하여 사는 여러 자식들은 늘 불안했다. 서로 눈치만 볼 뿐, 치매 걸린 어머니 모시는 일을 선뜻 맡을 사람도 맡길 사람도 없었다. 고모님은 요양병원에 입원하셨다.

딸에게 성화를 해서 예식장에 입고 갈 한복 한 벌을 집에서 가져다 놓고 손꼽아 기다리신다는 소릴 엊그제 들었다. 그러나 식장에 큰 고모님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여기저기 둘러보며 큰 고모님를 찾던 작은 고모님은 서운해 하신다. ““안 모시고 왔구먼.”” 종종 모시고 나와 바람도 쐬여 드리고 식당에도 모시고 가는 정도니까 뫼시고 올만도 한데 그러지 않은 모양이다. 자식이 다섯이나 되는데 어머니를 한두 시간 꼭 지키고 있을 사람이 없어 기다리는 어머니를 안 뫼셔 왔냐고 작은 고모님이 조카딸을 나무랐다. 집안 식구만 모이는 자리가 아니라서 안 오시면 좋겠다는 게 오빠(혼주)의 뜻이라 어쩔 수 없었다며 이해하라는 말로 다독였다.““그래도 그렇지. 그래도 그렇지.””여전히 꾸시렁거리는 작은 고모님을 이번엔 어머니가 타이르셨다. “아무소리 말고 젊은 애들 입장을 이해해요. 괜히 늙은이들이 토를 달고 이러니 저러니 하면 아예 오는 것마저도 달가워하지 않을거야.”

나도 좀 서운한 생각이 들긴 했다. 결혼식은 양가의 인륜지대사이니 세심하게 챙기기가 어려운 일인 줄은 안다. 또 이제 막 사돈으로 맺은 집안 대소가의 이목이 있어서 치매 걸린 할머니의 참석이 꺼려지는 것 역시 이해할 수 있다. 단지, 혼주를 빼고도 넷이나 되는 자식 중에 어머니를 도맡아 한두 시간쯤 곁에서 돌보고 있을 사람이 없다면 자식이 많은들 무슨 소용인가 싶어 마음 한구석이 쓸쓸했다. 어머니는 그 많은 자식을 수십 년간 먹이고 입히고 가르치며 기르셨지만 여러 자식은 어머니 한분을 단 몇 시간도 도맡지 못 했다.

일찌감치 치마 저고리 깔끔하게 입으시고 기다리실 큰 고모님의 모습이 선했다. 연신 창밖을 내다보며 서성이는 고모님에게 누군가가 물어 보면 ““오늘 우리 큰 손자 장가가는 날아이가. 둘째가 올낀가, 세째가 올낀가 나를 데불러 올끼라. 오믄 퍼득 나서려고 차려 입고 기다리는 중이다.”” 총기를 잃은 어머니는 자식이 기다릴세라 미리 채비하고 있었어도 자식은 그 어머니의 목 빠지는 기다림을 들어 주지 않았다.

큰 고모님은 그날 얼마나 긴 하루를 보내셨을까? 성격이 급하고 괄괄하여 젊어서는 여장부 소리를 들으셨다는 큰고모님이다. 이제는 자식을 호통쳐 나무랄줄도 모르시고 재촉할 줄도 모르신다. 진종일 하염없이 기다리시던 고모님은 해가 지고 어둑어둑해서야 잔치에 가려고 차려 입은 치마저고리의 고름을 푸셨을게다.

■ 약력 ■

*서울 출생

*거제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반 수료

*계룡수필문학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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