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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서정자]택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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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10.20  14: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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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택배 
 
                                                                                                                                             서 정자

   
 

“추석이라 방문 택배는 받지 않습니다.”

더 이상 부탁할 수 없도록 간결하게 딱 잘라버린다. 딸아이가 살고 있던 전셋집 계약기간이 끝나서 직장 근처로 이사를 했다. 학교를 다니면서 하숙을 병행하고 살던 집이라 비좁기도 하거니와 직장과도 거리가 멀었다. 사회인이 된 만큼 조금 크고 모양새도 갇혀진 괜찮은 집에서 기거하게 해 주고픈 내 마음도 한 몫을 했다.

이사를 하고보니 구색을 맞춰야 할 것들이 너무 많았다. 근처 시장에서 구입하기도 한 필수품도 있지만 그 외의 잡다한 물건과 생필품들은 집 창고에 보관하고 있던 것을 택배로 탁송할 생각이었다. 이것저것 챙기다 보니 상자가 여러 개다. 거기다 먹을 밑반찬이며 군것질거리까지 넣어 더니 내 힘으로 우체국까지 옮기기에는 무리다.

딸아이가 대학 다닐 때부터 자주 우체국택배를 이용했다. 여름을 빼고는 거의 한 달에 두어 번씩은 먹을거리를 꼭 보냈다. 혼자 먹을 양이기에 부피가 작고 가벼워서 우체국에 직접 방문해서 보내곤 했다. 주기적인 걸음을 하는 나를 직원이 알아보고 ‘따님께 부치는 거죠’하고 먼저 말을 걸어 줄 정도였다. 내 정성과 수고로 딸아이가 맛있게 먹어 줄 생각에 뿌듯하고 행복했다. 어쩌다가 주말에 바빠서 준비하지 못하면 괜히 미안해지고 신경이 쓰였다. 식사시간 식구들과 특별한 음식이라도 먹는 날이면 마음에 더 걸렸다. 거리가 멀어서 자주 가 볼 수 없는 것이 늘 안타까웠다. 이 많은 물건들을 어떡하지. 기다리고 있을 아이를 생각하니 안달이 난다.

아침저녁으로 날씨가 쌀쌀하다. 아직 여름 이불과 가벼운 옷으로 버티고 있을게다. 학교 아이들을 가르치는 직업이라 목감기라도 들면 어찌할까 생각하니 마음이 미어진다. 다른 무엇보다도 이 물건들을 더 기다릴 텐데….

내가 어렸을 적 가을로 기억된다. 사일장이던가 오일장이던가. 장날이면 엄마 따라 장에 가려고 떼쓰던 것이 생각난다. 엄마가 세 걸음 가면 한걸음 쫒아가고 엄마가 뒤돌아보면 뒷걸음질치고 그러기를 몇 번을 반복했다. 그러다가 엄마는 나 몰라라 하고 잰걸음으로 가 버렸다. 그때쯤 포기하고 울며불며 돌아와서 동네어귀에 오래전부터 자리 잡은 정자나무 밑에 앉아 기다렸다. 장에서 오는 길모퉁이에 엄마가 보이면 입이 귀에 걸린 채 내리막길을 넘어질 듯 달려서 엄마 치맛자락 잡고 쫑알대며 집으로 돌아왔다.

사실은 엄마보다 장바구니 속이 더 궁금했다. 내 몫이 뭐가 있나 싶어서. 이맘때의 바구니 속엔 새 옷이랑 신발이 들어 있었다. 딱 맞기보다는 대부분 조금씩은 컸다. 어쩌다가 조금 작을 때는 딱 맞는다고 우겨보기도 했다. 새 옷들과 신발들을 안방 선반 위에 올려두고 좀처럼 잘 다가오지 않을 추석을 기다리면서 입어보고 신어보고. 딸아이도 어쩌면 어릴 때의 내 마음과 같지 않을까.

불혹의 나도 택배아저씨를 기다린다. 아니 내가 주문한 물건을 기다린다. 내 돈 주고 산 물건인데 기다리는 그 이삼 일은 기린 목처럼 뺀다. 내가 주문한 물건은 맞는지 사이즈와 색상은 어울리는지 궁금증과 설렘으로 며칠씩 기다리곤 한다.

“택배요.”                                                                                                                                        

소리가 울리면 온 가족이 옷자락을 휘날리며 현관문을 향해 달린다. 택배아저씨가 언제나 반갑고 고맙다. 좋은 소식을 가지고 온 것도 맛있는 음식을 배달 온 것도 아닌데도 말이다. 어릴 적 엄마가 장에서 돌아올 때처럼 설렌다.

마음이 바빠진다. 더 이상 명절 때문에 바빠서 물건 배달을 거절당하지 않아야겠기에 남편에게 전화를 한다. 방문택배보다는 직접 우체국으로 가져가야겠다. <수필가/계룡수필문학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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