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造船) 몰락 스웨덴 말뫼시(市) 에코시티로 변신한 비결 배워야...

▲ 문경춘 편집국장

'코쿰스 조선소'에서 1달러(1,160원)에 팔린 크레인 얘기 속에 거제의 해답 있다
한 때 스웨덴은 세계 조선산업을 주름잡았던 국가 중 하나였다. 코쿰스 조선소의 초대형 크레인은 스웨덴 조선산업의 위상을 보여주는 상징물이었다. 그러나 한국 등 조선 신흥국에 밀려 결국 도산하고 말았다. 조선소가 폐업하자 인구 50여 만명에 달하던 도시는 급격히 쇠퇴하기 시작했다.

2002년 여름에는 이 조선소에 설치 돼 있던 갠트리 크레인이 해체 돼 현대중공업에 단돈 1달러에 팔렸다. 당시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1,160원이다. 그러나 실제 현대중공업이 크레인 해체에 투입한 비용은 220억원이었다. 해체와 이전비용을 부담하는 조건으로 대한민국 울산으로 옮겨 온 것이었다.

조선소 폐업으로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던 말뫼시는 크레인이 해체되고 울산으로 향하던 날 수 많은 시민들이 현장에 나와 눈물을 흘리며 이 기막힌 광경을 지켜 보았다. 스웨덴 국영방송은 TV에서 장송곡 까지 틀며 "말뫼가 울었다"고 보도했다.

이로인해 '말뫼의 눈물'이라는 말이 생겨나게 된 것이다. 울산 현대중공업으로 옮겨온 코쿰스 조선소의 갠트리 크레인은 선박 건조장 한복판에 거대한 골리앗 크레인으로 새롭게 변신해 한국 조선업의 위용을 세계에 과시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그러나 "영원한 것은 없다"고 했던 말처럼 '말뫼의 눈물'이 있은지 13년 후인 지금 조선 강국으로 세계 시장을 20년 가량 지배해 왔던 대한민국이 어려움에 처해 있다.

덩달아 세계 최고의 조선메카 '거제와 울산의 눈물'로 다가옴을 소름 끼치게 느끼고 있다. 최근 선박 수주 실적이 거의 없다는 것만 가지고 조선업의 몰락을 운운하는 것은 아직 이른감이 있지만 상황이 좋지 않은 것 만은 사실이다. 세계경제가 불황의 늪에 빠져 있기에 다행히 경기회복의 기미가 보이면 상황은 달라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지난날의 호황에 비유하지는 못할지라도 얼마든지 안정을 취할 수 있는 상황을 맞히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문제는 회복시기가 언제쯤 다가 올 것인지가 문제다.

정부와 지자체가 조선업을 살리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리고 있는 것도 큰 힘이 된다.

정부가 조선업을 특별 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하는 것을 적극 추진 중이며, 경남도도 역시 '조선산업 종합대책'을 최근 발표했다.

가장 큰 걱정은 아무리 정부와 지자체, 회사가 노력해도 세계 조선경기 자체가 쇠퇴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 문제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내놓은 대책들이 큰 성과를 낼 수 있을 지 의문이다. 코쿰스 조선가 있던 말뫼시는 시장과 기업, 전문가들이 힘을 모아 철저하고도 과감한 구조조정을 통한 대 변혁으로 최고의 지식기반 산업도시로 변모하는데 성공했다.

말뫼시 코쿰스 조선소 철저한 구조조정 통해 명품 지식기반 산업도시로 재탄생
코쿰스 조선소는 정부가 10여년 동안 수 조 원의 자금을 지원했지만 경쟁력을 상실하고 1986년 결국 문을 닫았다. 그러나 조선소가 있었던 자리에는 친환경 에너지자립 건물인 '터닝 토르소'가 말뫼시의 랜드마크로 우뚝 솟아 있다.

한국 조선업에 밀려 경쟁력을 상실한채 끝내 도산한 스웨덴 조선업의 상징 말뫼시는 현재 청정에너지와 바이오, 정보기술(IT) 등 지식기반 산업도시로 완전 재탄생 했다.

철저한 구조조정을 통해 ‘말뫼의 눈물’ 이라는 아픔을 딛고 재생 가능에너지 지식산업의 '에코시티'로 재탄생하게 된 것이다. 말뫼는 코쿰스 조선소가 문을 닫은 후 실업률이 22% 까지 치솟았다. 1990~95년 조선소에서 해고 당한 실업자는 모두 2만8천명 정도에 달했다.

거리는 실업자로 넘쳐났고 덩달아 범죄도 잇따랐다. 당시 크레인을 처리하지 않고 역사박물관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여론도 많았다. 하지만 1994~2013년 까지 말뫼 시장을 역임했던 일마르 레팔루 전 시장(72)은 단호한 결정을 내리게 된다. 크레인 보존을 위해 들어가야 할 비용이 연간 우리돈 약 7억1천700만원에 해당하는 500만 크로나 정도인데다가 말뫼시에 적합한 심벌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었다.

말뫼시는 1986년 조선소가 문을 닫은 후 '사브-스카니아'사의 상용자동차 조립공장을 유치했지만 이 회사도 미국 GM에 팔리면서 1990년에 문을 닫아야 했다. 그러나 이후 시민들은 기업인과 노조, 시장, 주지사, 대학교수 등이 참여한 위원회를 만들어 10~20년 뒤에도 살아남을 수 있는 도시의 장기적인 산업이 무엇일까를 놓고 끝장 토론을 벌였다고 한다. 그 결과 20세기형 노동집약적 제조업에서 손떼고 신재생에너지와 IT, 바이오 같은 첨단산업을 새로운 성장동력 산업으로 키워 나가야 한다는데 중론이 모아졌던 것이다.

눈물의 조선도시 말뫼, 변화 시도한 시장 결단이 '크레인'에서 '터닝 토르소'로 바꾼 성공 도시로 변모시켜...
레팔루 전 시장은 신재생에너지와 IT, 바이오와 같은 첨단산업으로 변화시켜 나가야 한다는 중론이 모아지자 중앙정부에 건의해 2억5,000만 크로나(약 325억 원)을 지원받아 2002년 조선소 터를 매입하게 된다. 이 곳에다 100% 자체 생산한 청정에너지로 운영되는 친환경 뉴타운을 개발했다. 2005년에는 건물 몸통이 꽈배기 처럼 90도 비틀리는 그 유명한 54층(190m) 높이의 ‘터닝 토르소(Turning Torso)’가 말뫼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들어섰다.

2000년엔 덴마크 수도 코펜하겐과 바다 건너 연결된 길이 7.8km의 '외레순 대교'가 개통됐다. 이 다리 덕분에 말뫼는 코펜하겐과 광역 지하철 생활권이 됐다. 조선소가 문을 닫으면서 50만 명 정도 되던 시민이 23만 명 까지 줄었던 말뫼와 코펜하겐 중심으로 형성된 식품산업단지인 '외레순 클러스터'는 덴마크와 스웨덴 양국 국내총생산(GDP)의 11%를 차지하는 크게 성공한 도시로 발전했다.

세계적인 바이오.제약산업 클러스터인 '메디콘 밸리'도 바로 이곳에 자리 잡았다. 외레순 대교가 개통되면서 말뫼 안팎에는 국제적인 수준의 연구력을 갖춘 대학들이 문을 열었다. 덩달아 말뫼에서는 식품과 바이오산업이 크게 성장했다.

코쿰스 조선소가 있었던 빨간 벽돌 건물은 현재 500여개의 IT 스타트업 기업이 입주해 있는 '미디어 에볼루션 시티'로 변신해 있다고 한다. 조선소가 있던 자리에는 말뫼 대학과 세계해사대학(WMU)이 들어서 있어 큰 자랑가리가 되고 있다.

대한민국과 스웨덴의 조선업 위기 유사해...거제시의 현재상황 말뫼시와 흡사...
우리나라와 쉬웨덴이 겪었던 조선산업 위기는 닮은 점이 많다. 여기에다 현재 거제시의 상황과 말뫼시가 겪었던 상황 역시 유사하다. 코쿰스 조선소가 문을 닫기 까지 스웨덴 정부는 10여 년에 걸쳐 340억 크로나(역 4조8천773억 원) 이라는 엄청난 자금을 지원했다. 그렇지만 조선업을 살리는데는 끝내 실패했다.

위기에 빠진 기업에 보조금을 지원한 것이 결국 생명을 잠깐 연장 시키는 작용을 했을 뿐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었다는 것을 증명해 준다. 뚜렷한 변화없이 정부 보조금만으로 경쟁력을 잃은 산업을 살리려는 발상은 단기처방에 불과 할 뿐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거제가 처해있는 양상과는 유사하면서도 다른점이 있다. 세계 경제가 회복되면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던져 주고 있는 이같은 사실들은 지금 당장 대한민국과 거제시가 참고해서 배워야 할 부분으로 보인다. 세계적인 조선소 2개가 있는 거제는 스웨덴의 말뫼와 유사한 점이 너무 많기에 덩달아 배울점도 많다. 제2의 도시 부산과 바다 건너 거제를 잇는 거가대교가 2012년 개통됐고, 앞으로 남부내륙철도가 개통되면 서울과 거제는 3시간대로 좁혀진다. 여기에다 지금 말뫼가 겪었던 심각한 조선업 진통이 시작된 것도 유사하다.

눈물 흘리던 조선도시 말뫼가 슬럼화로 변해가다 유엔환경계획이 2007년 북유럽에서 가장 살기좋은 도시로 선정 할 만큼 변신한 이유를 눈여겨 볼만하다는 얘기다.

세계 각지에서 말뫼의 변신을 보기위해 찾아오고 있는 사례에서 보듯 '말뫼의 눈물'이 대한민국과 최고 조선도시 거제에 던져주는 의미는 무엇인지 깊이 생각해 볼 일이다.

지금 우리는 마냥 눈물만 흘리고 있을 때가 아니라 말뫼시 처럼 서로 힘을 합해 변신을 꽤할 필요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