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죽는 날이 은퇴하는 날이지...” 데뷔 64년 90세의 젊은 오빠 거제찾아 웃음 선사

요즘에는 유명 인기 가수나 MC, 나라를 빛낸 운동 선수들에게 ‘국민’ 이란 단어를 많이 인용한다. 국민가수나 국민MC, 국민 스포츠맨이란 이름으로 불리는 사람들은 한결같이 영웅처럼 대접 받는다.

한마디로 남녀노소(男女老少)는 물론, 있는 자와 없는 자를 가릴 것 없이 온 국민 모두에게 웃음과 감동으로 하나됨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그래서 영웅이 변을 당하거나 세상을 떠나면 모두가 슬퍼하지만, 지탄받아야 할 정도의 큰 잘못을 저질렀을 경우 국민들이 받아들이는 충격은 상상외로 허무하고 큰 것이다.

하지만 영웅으로서의 아름다운 삶을 살아간다면 국민들에게는 큰 위안을 안겨다 주는 최고의 보약이자 희망바이러스로 다가 올 것이다.

국민영웅이란 공장에서 만들어 내는 유형의 물건은 아니지만, 환희와 감동 등을 통해 대리만족이라는 최고의 행복을 무한대로 생산한다.  그러기에 그 값어치 또한 값으로 따질 수 없을 정도의 무한대라고 표현 할 수 밖에 없다.

우리곁에도 영웅은 많았다. 나라를 구한 사람들으로부터 스포츠와 연예계에서 국민들로부터 영웅 대우를 받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조국 근대화를 이끌었던 박정희 전 대통령을 비롯, 백범 김구선생과 유관순 열사, 안중근 의사 등 나라가 풍전등화(風前燈火)에 처해있을 때 온 몸을 던져 희생한 영웅들이 있었다.

일제시대 올림픽에 나가 마라톤에서 금메달을 딴 손기정 선수와 70년대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밴텀급 세계챔피언에 올랐고 4전5기의 신화를 만들어 낸 홍수환, 빙판계의 김연아는 스포츠계에서 세계를 제패해 작은나라 대한민국을 빛낸 영웅들임에 틀림없다.

연예계에도 영웅이 있다. 그것도 남녀노소를 통틀어 이름 두자만 들먹여도 모두가 알만하고 좋아하는 지극히 평범해 보이지만 큰 사람이다.

일요일 낮이면 온 국민들을 TV 앞으로 모여들게 하는 이상한 마력을 가진 KBS ‘전국노래자랑’ 진행자 송해(宋海)선생을 두고 하는 말이다.

그는 올해로 데뷔 64년째를 맞아 아직도 왕성한 연예활동을 하고 있으며, 33년째 전국노래자랑을 진행하고 있는 전설적인 국내 최장수 MC다.
더 놀라운 일은 올해 그의 나이가 70~80대도 아닌 무려 90세라는 점이다.

기네스북에 세계 최장수 MC로 올라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놀랠 일이지만, 100수를 바라보는 구순(九旬)의 나이에도 젊은이 못지않은 혈기로 국민들에게 웃음과 행복을 선사한다는 것은 실로 놀랍고도 존경스러운 일이다. 이미 온 국민들의 마음속에 국민MC로 자리잡은 송해 선생은 진정한 국민영웅이라 불러도 손색없어 보인다.

162cm에 불과한 작은키에서 뿜어져 나오는 거인과도 같은 우렁찬 목소리 속에는 나이도, 나약함도 전혀 묻어나지 않는다. 작은거인이라 불릴 정도로 젊은이 못지않은 기개는 나약한 요즘 세대들에게 뭔가 풀어낼 수 있는 화두마저 던져 준다.

국민들이 역대 가장 좋아하고 존경하는 MC로 소문난 그가 지난 19일 거제를 찾아 조선상황이 좋지않아 다소 실의에 빠져있는 시민들을 위로하고 돌아갔다. 이날 오후 7시 30분부터 장승포 거제문화예술회관에서 2시간 가량 진행 된 ‘송해 빅쇼’는 이상벽씨의 구수한 사회로 명품 공연이란 찬사를 받았다.

이번 공연에서 시민들이 가장 크게 느낀 감동은 90세의 송해 선생과 함께  가수로 출연한 ‘밤안개’의 현미씨에 대한 나이에 있었다. 송해 선생에게 가려져 잘 알려지지 않았던 현미의 이날 나이 공개로 관람석은 환호와 박수갈채가 터져 나왔다. 아직도 젊은 여가수 못지않은 열창과 무대매너로 공연장을 휘잡기에 충분했던 현미씨의 올해 나이는 깜짝 놀랠 80세다.

통계청 자료에 우리나라에는 100세 이상 장수하는 사람이 1만5천여명 이라고 한다. 일본의 5만여명에 비해 적은 숫자지만 우리보다 인구가 훨씬 많은 것에 비하면 결코 적은 숫자도 아니다. 구순의 나이로 해외동포는 물론 해외근로자와 나라를 지키는 군인, 이북민들이 그렇게도 만나보고 싶고 좋아한다는 송해 선생이 왜 국민영웅으로 불릴 자격이 있는지 알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말 못할 정도의 가슴아픈 사연을 인동초처럼  이겨내고 오히려 수 많은 사람들을 위해 희망과 웃음을 선사하는 것이야말로 국민영웅이 될 수 있고도 남을만한  충분한 자격을 가졌다고 볼 수 있다.

1927년 황해도 재령에서 태어난 선생은 이미 잘 알려진 대로 이북에 고향을 둔 실향민이다. 해주예술학교 성악과를 나온 송해 선생은 6.25전쟁이 발발한 이듬해인 1951년 1.4후퇴 때 부모님과 헤어진 후 혈혈단신 남한으로 내려와 죽을 고생을 다했다.

본명인 송복희(宋福熙)를 버리고 지금의 송해로 살아온 것에도 아픈 사연이 있다. 이북을 탈출해 남한으로 내려 오면서 두고온 고향과 어머님 생각에 말없는 바다를 바라보며 이름을 해(海)로 바꾼 것이라고 한다. 연평도에서 배를 타고 남한의 부산까지 꼬박 사흘이 걸려 도착했다.

희극인 1세대로 활약한 선생은 1984년 ‘전국노래자랑’을 맡으면서 국민MC로 불리우는 길목으로 들어서게 된다.

그 누구도 흉내내지 못할 “전국 ~노래자랑” 외침은 앞으로도 영원 할 것이다. 그런 그에게 정말 잊지못할 아픔이 한번 더 있었다. 피붙이 하나없는 남한에서 외롭게 살아 온 그였는데 애지중지하던 대학 2학년 재학중인 외아들이 오토바이 사고로 인해 그만 꽃 같은 나이에 목숨을 잃었기 때문이다. 눈물로 나날을 보내던 선생은 그래도 그 쓰라린 아픔을 이겨낸 채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고 오뚜기 처럼 다시 일어섰다.

송해 선생이 살아온 길은 "세상이 힘들어서 못 살겠다"고 불평 불만하는 요즘 젊은이들에게 큰 스님의 따끔한 죽비로 다가온다.

“나 죽는 날이 은퇴하는 날이지...” 전국노래자랑으로 국민들의 가슴을 따뜻하게 풀어주는 진정한 국민영웅인 그가 황제의 수명인 황수(皇壽)(111세)를 넘어 천수(天壽)를 다하기 희망한다.

아울러 "고향 땅 한번 밟아 보는 게 오랜 소원이며, '전국노래자랑 황해도편'을 진행해 보는 것이 마지막 소원이다" 고 말한  선생의 피맺힌 절규가 꼭 현실에서 이뤄지지길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