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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시 남부면 다대(多大)마을 회관 궤짝안에 보관 돼 있어
고종황제 시절 "영친왕으로 부터 550냥 주고 미역밭 샀다"는 내용 적힌 문서도 발견
조상들의 200년 숨결...세계문화유산 등제 추진 할터
"고종황제 시절 거제 남부면 다대마을 일대 미역밭을 영친왕으로부터 550냥의 사용료를 주고 사들였다는 귀중한 문서가 생생하게 남아 있습니다"
최근 거제시 남부면 다대마을에서 1900년대인 고종황제 시절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마을의 각종 행사와 관련된 귀중한 문서들이 대거 발견돼 비상한 관심을 끌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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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근 거제시 남부면 다대마을회관에서 200년 동안 내려온 마을 기록물이 공개됐다. |
이 기록물은 다대마을의 역사이자 살아있는 거제의 역사로 볼 수 있어 값진 문화유산으로 평가된다.
특히 이번 기록물에는 거제와 통영을 중심으로 남해안에서 행해졌던 ‘별신굿’에 대한 명확한 기록이 발견 돼 학계는 물론 문화재 관련 기관의 큰 관심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다 이번 기록물을 중심으로 유네스코 '기록문화유산'과 '무형문화유산' 등재를 추진 할 계획이어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마을은 큰 마을과 작은 마을로 나뉘어져 있는 전형적인 어촌마을로 현재 148세대 300여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조상 대대로 터전을 일궈 온 마을주민들은 그동안 조상들로부터 물려받은 각종 행사자료 등 마을 기록물을 회관에 있는 궤짝 속에 넣어 고스란히 보관해 왔던 것이다.
궤짝 명칭은 '지동궤'라고 했다.
'지동'이란 마을를 뜻하는 '굿'거리의 명칭으로 알려져 있으며, '지동궤'란 마을의 중요 문서를 보관하는 궤를 뜻하는 것이다. '별신굿'이 열리면 지동궤를 열어놓고 마을의 가장 큰 어른에게 지성을 드렸다고 한다.
거제 다대와 양화, 망치, 가배, 수산마을 등에서 열렸던 '별신굿' 가운데 가장 큰 굿이 바로 '지동굿'인 만큼 마을 기록물에 고스란히 나타나 있는 그 의미도 크다고 볼 수 있다. 이같은 자료에서 보듯 마을 기록물들은 별신굿 가운데 가장 큰 굿인 지동굿으로 인해 지금까지 온전하게 전해 내려온 것이란 것이 증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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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근 거제시 남부면 다대마을회관에서 200년 동안 내려온 마을 기록물이 공개됐다. |
궤가 열리자 그 안에는 누렇게 색 바랜 상태에서 겹겹이 쌓여있는 수 많은 문서들이 빼곡이 들어 차 있었다. 첫 눈에 보아도 오래되고 신기한 마을 기록물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모두 한자(漢子)로 표기 돼 있는 문서에는 마을 사람들에 대한 호적부와 어업조합에 대한 기록, 군사 기지가 있어 만호가 근무하던 인근마을(가배)에서 전달 된 것으로 보이는 '칙서' 등이 발견됐다. 또, 왜구를 막기위해 마을 뒷산 기슭에 있는 '다대성'과 마을 주민들이 세금을 바친 기록물 등 다양한 마을 역사가 송두리째 담겨 있었다.
마을 호적부의 경우 조선시대 후기에 호적제도가 없었을 당시 마을 단위로 호적을 기록해 왔음이 증명되는 귀중한 자료다.
그런데 이상한 점은 기록물 마다 당시 작성된 연.월.일을 별도로 적어 놓은 메모지가 부착 돼 있었던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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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대마을에서 발견된 기록물. |
주민들에게 이유를 물어보니 "얼마 전 남해안별신굿 보존회 정영만 회장과 동아대 사학과 이훈상(62)교수가 함께 기록물 조사를 위해 찾아와 사전에 분류작업을 해 놓았기 때문"이라고 전해 주었다.
궤짝안에서 발견된 1946년 1월에 마을에서 작성한 '별신굿' 관련 기록물에는 귀중한 내용이 있다. '손조서문(損助序文)'이란 글이 나오는데 이는 일종의 축문(祝文)과도 같은 것으로 별신굿 태동지 가운데 한 곳으로 알려진 통영의 죽도 등 다른 곳에서는 아예 찾아보기 조차 어려운 귀중한 자료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그 내용은 정확한 해석이 뒤따라야 겠지만 대략 이런 내용이 담겨 있다고 한다.
"어떤 부인이 공경하는 마음으로 천지신명께 액운과 풍파를 막아 주시기를 비는 마음으로 가라산 남쪽 기슭 아래 신당에서 말하기를, 예를 갖추어 이렇게 천년을 살아 왔고 3년 동안 지성을 다해 정성을 드리니 이 마을 모든 사람이 안녕 토록 해 주십시오..."라고 적혀있다.
또 "마을의 풍년과 풍어를 빌고, 마을은 다르지만 신당에 모인 사람들은 모두 같은 뜻으로 이런 마음을 모아 조금씩 기부하오니 신은 이를 받아들여 이 마을 모두가 풍요롭게 해 주십시오..."라는 내용도 있다.
특히 재미있는 부분은 막걸리나 떡, 금전을 기부한 사람의 명단과 정확한 물품 내역이 적힌 '적지동지야(積地洞地也)'란 표기의 기록물도 발견 됐다는 것이다.
이와함께 굿판이 끝나고 난 후 무당이 마을에서 수고비로 받았다는 화투 크기만한 빳빳한 종이에 오원이란 금액의 한문이 적힌 일종의 수표형식으로 된 기록물도 20여 장 정도가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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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별신굿' 가운데 가장 큰 굿인 '지동굿'이 끝나고 난 후에 무당들이 마을에서 받은 수표형태의 오원짜리 금전 증표. |
어느 지역에서도 쉽게 찾아 볼 수 없는 이 귀중한 마을 기록유산은 경남문화제위원이자 남해안별신굿보존회 회장인 정영만(61.인간문화재)선생과 마을주민들에 의해 200년 만에 빛을 보게 된 것이다.
이 마을 기록물은 최근 정 회장의 도움으로 문화재청의 무형문화재위원회 전문위원으로 활동 중인 동아대학교 김형근(43) 융합교양대학 교수와 이충실 통영사연구회 연구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공개됐다. 김형근 교수는 문화재청이 올해 발족한 제1회 무형문화제 위원회 44명의 위원 가운데 한명에 포함 될 정도로 이 분야 권위자로 꼽힌다.
이날 공개장에는 이 마을 강상진 이장(54)과 어촌계장(신종수.52), 전직 이장을 지낸 노인회회장(공성민.80) 등 마을주민 대표들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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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발견된 기록물 가운데 다대마을에서 땅에 대해 지불한 세금 기록물. |
정영만 회장은 "현재 이 귀중한 마을 기록물을 '기록문화유산'과 '무형문화유산' 2가지 형태로 나뉘어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 할 계획이다"며 "이를위해 주민들과 의논해 전문가들과 깊은 협의에 들어 갈 예정에 있다"고 밝혔다.
다대마을 주민들과 정 회장은 '기록문화유산'의 경우 이 분야 국내 최고 권위자이자 학자인 동아대 이훈상교수 등 전문가들이 맡아 추진해 주길 바라고 있다.
이훈상교수는 한국사에서 지방 자료들에 대한 체계적 조사와 연구가 중앙 중심의 시선에 대한 문화적 도전으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으며, 민속예술의 역활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학자로 유명하다.
이와함께 '무형문화유산' 분야는 현재 무형문화재 전문위원으로 활발한 활동을 보이고 있는 김형근교수와 남해안별신굿 보존회장인 정영만 선생에게 큰 기대를 걸고 있다.
김형근 교수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남해안 별신굿을 포함한 거제, 통영 등 남해안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굿 전체를 연구한 논문을 발표해 박사학위를 받을 정도로 우리나라 무형문화재에 대한 전문성이 높은 학자다.
김형근 교수는 "주민들이나 지자체에서 도움을 요청해 오면 적극 협조할 생각이다"며 "별신굿 자체나 마을 기록물만을 대상으로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하기 보다는 한국의 풍어제나 마을굿 등 우리나라 전체를 놓고 테마별로 잡아 추진해야 승산이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현재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위해서는 국가별(권역별)로 나눠 추진해야 승산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씨름과 해녀가 우선 대상에 포함 돼 있는 만큼 시간을 두고 차분히 주진해 나가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영만 회장은 "주민들과 함께 권위있는 학자들과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200여 년 동안이어온 마을 공동체의 삶을 생생하게 기록한 이 귀중한 기록물을 꼭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고 싶은 것이 소망이다"며 "사라질 위기에 놓인 별신굿 등 소중한 무형문화를 시민들과 지자체가 적극 나서 높은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부산 기장군의 경우 전국 최대의 풍어제가 6개 마을에서 매년 2주 동안 열리고 있으며, 풍어제를 위해 기장군이 3억원의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한편 이같은 기록물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거제타임즈에 알려지게 된 것은 설날이었던 지난 2월 8일 '꿈의 바닷길로 떠나는 거제도 여행' 저자이자 본보 칼럼리스트인 손영민씨가 당시 1박 2일 동안 정영만 회장과 동행 취재하는 과정에서 듣고 제보한 것이다.
당시 손영민씨는 '남해안별신굿' 취재를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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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대마을에서 발견된 기록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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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대마을에서 발견된 기록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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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대마을에서 발견된 기록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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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대마을에서 발견된 기록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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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대마을에서 발견된 기록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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