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스톱으로 예를 들면, 영화 ‘타짜’에서 밑장빼기 하다 아귀(영화배우 김윤석)에게 걸린 격 아닐까요?”
조영남 화투 그림 대작(代作) 논란, 이우환 위작(僞作) 사건으로 미술계가 불신과 탐욕으로 뒤숭숭할 때, 입에 담기도 싫은 뉴스에 대한 지인들의 거듭된 질문에 필자가 시큰둥하게 한 반문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현대미술가 이우환(lee u fan) 작가와 작품

“눈 있는 놈은 돈이 없고, 돈 있는 놈은 눈이 없다.”라는 대한민국 미술시장에서 유명세나 추종하는 심미안 없는 대중들의 미술품 투자, 아트컨설팅에 문화 다양성 역설은 힘이 부친다. 미학적 가치를 지닌 동시대 정신이나 독창성보다는 사진처럼 사실적으로 그려진 그림을 추종한다.

중국에서 꽃이 크고 화려한 모란(牧丹. 목단)은 화왕(花王), 백화왕(百花王), 만화왕(萬花王) 등으로 불리며 사랑을 받지만, 한국에선 아직도 오해를 받고 있다. 모란, 작약 꽃에는 은은한 향기가 있다. 벌과 나비가 없는 당 태종이 보낸 모란 그림을 보고 신라 공주 덕만(후에 선덕여왕)이 향기가 없을 것이라고 말한 그녀의 영특함을 강조한 삼국유사 설화 때문이다. 중국에선 부귀화(富貴花) 모란꽃을 그리면 ‘부귀하라’는 의미이고, 모란과 나비를 그리면 ‘80살까지 장수하라’는 뜻이라고 한다.

의외로 일반 대중은 미술관과 갤러리(화랑)의 구별도 못 한다. 미술관은 전시, 연구, 수집, 보존, 교육 등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에 명시된 기능을 수행하는 의무를 가진 비영리 공공기관이다. 이윤을 추구하지 않고 공공성을 지향하며 미술시장에 개입해 부당이익을 취하는 상업적 행위를 할 수 없다. 갤러리는 미술 작품을 전시 기획, 판매하는 곳이다. 그러나 좋은 갤러리는 화가에게 잘 팔리는 그림을 그리게 하는 장사꾼이 아니라, 패트런(patron. 후원자)이 되어 화가 자신이 원하는 작품 세계를 구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상생의 비즈니스’를 한다.

미술장터인 아트페어, '2016 아트경주' 행사장

향기를 찾아 모여드는 벌, 나비가 아니라 밥풀떼기 하나 떨어져도 꼬이는 파리떼가 점령한 것 같은 미술판에 대한 ‘색안경’ 방송, 언론. 그러나 이러한 악재에도 창조의 열정으로 고독한 길을 걷는 무명 예술가들의 존재가 한국미술 미래의 꽃이고, 기본이며, 힘의 원천이다.

김형석씨

시작처럼 ‘타짜’의 명장면을 차용해서 끝마치련다. 화투에서 유월 목단 껍데기 등 들고 시월 단풍 2장 든 것처럼 구라(거짓말)를 치는 공공의 적이 미술품 투자 판에도 있다. 그러나 잔혹한 도박꾼 아귀의 손모가지 잘라버리겠다는 부정한 협박에도 주인공 고니(배우 조승우)처럼 호기로운 진실과 건강한 예술혼이 무기인 아티스트들은 오늘도 창작 아틀리에에서 밤낮을 잊고 작업하며 이렇게 말하고 있다.

“좋아! 이 그림이 명품이 된다는 거에 내 인생 모두하고 내 손모가지 건다. 쫄리면 뒈지시던지?”
<김형석/독립큐레이터. 컬처크리에이터(Culture Creator)/전 거제문화예술회관 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