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공항 입지선정 놓고 그렇게 지역갈등 부추기더니...

▲ 문경춘 편집국장

이번 신공항 입지선정 무산을 놓고 영남권 주민들은 한마디로 '정부와 정치권의 대국민 사기극'으로 함축하고 있다.

지역민들이 정부와 정치권을 싸잡아 맹비난하고 있는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신공항은 정부가 지금까지 김해공항의 확장이 불가능 하다며 그 대안으로 내놓은 것이었다.

정부는 오는 2023년이 되면 김해공항이 포화상태가 돼 갈수록 증가하는 항공수요를 감당하기 어렵게 될 것으로 전망했었다. 이번에 용역을 맡았던 파리공항공단 엔지니어링도 지난 2월 11일 용역 중간보고회 당시 김해공항은 유럽과 북미 등 중장거리 노선 확보가 필요한데 시설 확장은 힘들다고 지적한 사실이 있다.

이같은 이유만으로도 정부의 이번 발표가 정치권에 떠밀린 쇼(?)에 불과하다는 것을 반증한다고 볼 수 있다.

지난 2006년 노무현 전 대통령시절 신공항 건설 검토 지시로 시작된 영남권 신공항은 이듬해인 2007년 당시 건설교통부(국토교통부의 전신)의 조사결과 '타당성이 있다'는 조사발표가 있었다.

2008년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직인수위가 동남권 신공항건설 관련 계획을 유지키로 해 2010년에는 입지평가위원회를 구성하고 평가를 진행했다. 그런데 2011년 3월 이명박 정부는 돌연 신공항 추진 포기를 선언했다.

하지만 2012년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신공항을 언급하면서 이 문제는 다시 불붙기 시작했다.

2013년 6월에는 국토부와 영남권 5개 지자체 항공수요 조사에 합의했고, 2015년 6월에는 파리항공단엔지니어링(ADPi)과 한국교통연구원 컨소시엄이 용역을 맡아 타당성 조사를 해 오다 지난 2월 연구 용역 중간보고회를 가졌다.

5월 25~27일에는 전문가 자문회의 평가 기준 및 가중치를 확정하고 21일 전 국민들의 이목이 쏠린 가운데 신공한 입지 선정 발표가 있었던 것이다.

10년 세월 동안 끌어 왔던 영남권 신공항 문제는 국토부와 프랑스 파리항공엔지어링의 발표로 단 몇 분만에 공중 분해 되고 만 것이다.

결과는 '밀양'도, 부산 '가덕도'도 아닌 괴상 망척한 '김해공항 확장' 이라는 제3의 방식을 택했던 것이다.

정부는 이번 용역 결과 항공안전과 경제성, 접근성, 환경 등 항공입지 결정에 필요한 제반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도출된 합리적 결론이라고 평가했다.

김해공항 확장 방안은 기존 김해공항을 단순히 보강하는 차원을 넘어 활주로와 터미널 등 공항시설을 대폭 신설하고 공항으로서의 접근 교통망도 함께 개선하는 방안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의 이같은 주장을 그대로 믿을 국민들은 별로 없을 것이다.

특히 이번 신공항 입지선정 발표를 눈이 빠지라 기다렸던 영남권 지역 주민들은 정부가 ‘최적안’이라고 발표한 부분에 대해 '최악의 선택'이라며 분개해 하고 있다.

이번 정부의 발표가 몰고 올 후폭풍이 결코 만만치 않아 보이기에 심히 걱정되고 우려된다.

그동안 타당성조사 등을 위해 투입된 많은 예산과 행정력 낭비는 물론, 선거 때만 되면 영남권 주민들은 정치권으로부터 철저히 이용만 당했기 때문이다.

이번 결정은 내년 대선을 앞 둔 정치권의 여러 복잡한 문제들이 얽히고 얽혀 어쩔 수 없이 내린 결정이라고 생각되지만 여기에는 분명히 큰 잘못이 있어 보인다.

조선경기 악화로 위기에 처해있는 경남지역 경제와 부산지역의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밀양과 부산 가덕도 어느 한곳에 신공항이 건설돼야 하는 중요한 시기에 봉착해 있었음이 분명했다.

정부와 정치권은 어느 한쪽을 결정 할 경우 자신들의 최고 지지기반 어느 한곳이 아예 무너져 내릴 것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던 모양이다.

그런데 정부 발표 후 정치권의 반응은 이해할 수 없다. 발표 직전 까지만 해도 어느쪽이든 입지가 선정되면 그 반대지역 국회의원들과 시, 광역의원들 까지 그냥 있지 않겠다고 큰 소리치며 한목소리를 냈던 사람들이 슬거머니 꼬리를 내리는 모양새다.

심지어 일부 정치인은 ‘오히려 최악의 상황은 벗어난 것 아니냐“는 엉뚱한 발언을 하고 있다고 하니 그들은 국토의 균형발전이나 지역 발전은 안중에도 없고 염불 보다 잿밥인 오로지 표(?)에만 관심이 있어 보인다.

이런 정치인들에게 속은 10년이 아쉽고 분하지만 이제 영남권 신공항 문제는 어찌됐건 일단락 됐다.

영남권 주민들에게는 너무 큰 상실감과 허탈감으로 인해 많은 후유증이 남을 것이지만 이제는 여기에서 벗어나야 한다.

정치권이 10년 간의 세월이 흐르면서 선거 때 마다 신공항 문제를 내세워 주민들을 잘 이용해 먹었다면 지금부터 정신 바짝 차려야 할 것이다.

김해공항 확장안이 대한민국의 백년대계(百年大計)를 위해 정말 잘 선택된 일이라면 아무 문제없이 박수갈채를 받겠지만, 그렇지 않고 정치권의 입김에 의한 것이라면 그 혹독한 댓가를 반드시 받아야 할 것이란 점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영남권 주민들에게 아픔만 남겨주고 날아가 버린 신공항의 꿈이 왠지 정치인과 정치권을 믿고 무작정 좋아했던 순진한 시골사람들을 떠올리게 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

외국의 신공항 용역사가 정치적 후폭풍을 우려해서 결정한 내용도 있다는 발표에서 이번 결과 발표를 지켜본 국민들은 왜 이 나라가 국론이 분열되고 연일 시끄럽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정부는 영남권 주민들과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충분한 설명과 홍보로 진짜 김해공항의 확장이 왜 가장 타당성 있는 대안인지, 또 왜 김해공항 확장이 신공항 개념인지  설명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