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경춘 편집국장

지난 2006년 개봉한 최동훈 감독의 영화 ‘타짜’와 2008년 9월~2008년 11월 25일 까지 모 지상파에서 방송된 텔레비전 드라마 '타짜'도 있었다.

방송사에서 제작한 드라마 타짜는 허영만 화백의 만화 타짜가 원작이지만 영화 타짜를 드라마로 각색한 작품이었다.

영화나 텔레비전을 통해 방영된 타짜의 공통점은 모두 도박을 소재로 한 작품이라는 것이다. 도박을 소재로 한 작품 중에는 드라마 '올인'이라는 것도 있었다.

이같은 도박 관련 영화나 드라마는 상당한 사회문제를 야기시킬 수 있는 부분이 많아 청소년들의 관람을 제한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인지 인기가 높았던 것도 사실이었기에 영화의 경우 꽤 많은 흥행수입을 올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승우, 김혜수, 백윤식 등의 쟁쟁한 배우들이 등장했던 영화 '타짜'는 818만명의 관람객을 동원한 2001년 영화 '친구'에 이어 역대 미성년자 관람불가 영화 흥행 2위인 684만명의 관람 기록을 세웠다.

유명 배우들이 펼치는 화투를 이용한 도박판을 배경으로 타짜들의 인생을 건 한판 승부를 감독 특유한 기법으로 표현한 영화였기에 인기가 높았는지 알 수 없다. 당시 세간에는 이 영화에 대한 얘기 거리가 넘쳐났다.

도박은 직접 현장에 뛰어들어 화투장을 잡는 사람이나, 이를 구경하는 사람 까지 마약과 같은 중독에 빠져들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목숨을 건 운명의 게임', '숨 쉬는 것 빼고는 모두 거짓', '한 판에 모든 것이 달린 극단의 승부'와 같은 말은 바로 큰 노름꾼인 타짜들에게 붙어 다니는 말들이다.

중국 사람들은 넷만 모이면 마작을 하고, 한국 사람은 셋이 모이면 화투를 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도박을 좋아한다고 한다.

열 두 달을 상징하는 그림이 들어간 패를 쥐고 정해진 규칙에 따라 진행되는 화투의 재미는 손을 잃고 다리를 잃어도 포기 할 수 없는 마성의 힘이 있다고 전해질 정도다.

뭐든 과하면 부족한 것 만 못하다는 말이 있듯이 결국에는 망하는 법이다. 특히 도박은 파산에 이르는 지름길이다. 도박은 본인의 정신 파괴뿐만 아니라 가족 등 주변 사람들에게도 큰 상처를 남긴다.

그렇지만 이같은 도박과 관련된 얘기는 그 어떤 스포츠 보다도 흥미롭고 짜릿하며, 쾌감이 있는 것이 문제다.

하지만 도박은 이미 무모한 것으로 돈과 신체는 물론 목숨까지 걸어야 하는 무서운 것이란 사실이 증명된 상태여서 절대 하지 말아야 할 일 가운데 단연 첫 번째에 해당한다.

남의 돈을 따내기 위해 첨단 장비를 설치하기도 하고, 서로 짜고 특정인을 빈 털털이로 만드는 등 온갖 더러운 방법이 동원되는 것이 바로 도박이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는 돈 많고 일반인 보다 쉽게 요리할 수 있는 상대를 선정해 놓고 필로폰 까지 먹여가며 '기획도박' 까지 일삼는 기상천회한 사기도박 사건이 터지기도 한다.

이같은 얘기는 결코 남의 동네 얘기가 아니다.

최근 거제에서 재력이 있다고 소문난 60대 조선협력사 대표가 '기획사기도박단'에 걸려 목숨이 위태로운 상태에 빠져있다. 60대 조선협력사 대표가 경찰이 신고를 받고 출동하자 현장을 피해가려 하다 거제의 한 모텔 3층에서 떨어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지만 당사자는 현재 의식불명 상태에 빠져있기 때문이다.

경찰에 적발된 이들 '기획사기도박단'은 모두 11명으로 총책과 주범 3명은 30대의 거제 사람들이었다. 놀라운 일은 기획사기도박단에 60대 재력가를 도박판에 불러들여 돈을 갈취 할 계획으로 여기에 동원된 사람 만 모두 11명 이다는 사실이다. 특히 이 가운데 구속된 남자3명 이외 8명이 모두 여자란 사실도 기가 찰 일이다. 이들은 부산과 마산 등지에서 데려온 일명 유혹조와 호응조라는 모집책으로 ‘깨끼’라는 화투를 이용한 도박에 이용됐다.

이들 사기도박단은 총책과 관리, 교육 등의 분야별 책임자들이 따로 있었으며 필로폰 까지 동원해 상대방을 혼미하게 만든 뒤 화투 한 장을 바꿔치기하는 수법으로 승률을 조장해 돈을 갈취하려 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나 볼 수 있었던 놀라운 광경이 거제에서 처음으로 터진 것이다.

경찰은 이미 이들로부터 필로폰으로 보이는 황백색 결정체를 증거물로 확보한 상태다. 이와함께 신고자의 소변과 모발에서도 필로폰 양성반응이 검출 됐다는 국과수의 통보를 받은 상태여서 도박단은 물론 피해자도 필로폰을 흡입한 후 도박을 시도하려 한 정황을 포착한 상태다.

더더욱 놀라운 것은 여성들을 이용해 '후리베이스'라 불리는 수법으로 향정신성 의약품인 필로폰을 흡입토록 한 것이다. 필로폰을 은박지에 담아 감싼 후 라이터 불로 열을 가해 연기를 생성시켜 물이 담긴 피티병에 연결된 빨대를 통해 반대쪽 빨대로 흡입하는 방식을 사용한 것이다. 이 방식은 다른 곳에서는 적발된 사례가 있었지만 거제에서는 처음 있는 일이어서 도박판으로 인해 거제에 마약 흡입자가 확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낳고있다.

말로만 듣던 속임수의 달인 ‘타짜’ 얘기가 거제에서도 실제 존재한다는 사실이 전국에 알려지면서 놀라움을 금치 못하게 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거제에는 이번 사건 외에도 일명 '블랙잭'이나 '바둑이'라는 종류의 도박이 군데군데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소문이 많이 나돌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관계당국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나라와 가정까지 패가망신 시키는 도박을 반드시 근절시켜야 할 것이다.

사기도박에 걸려 들었다고 하소연 하기 이전에 먼저 도박판에 끼어들지 않는것이 피해를 막는 유일한 길이라는 사실도 알아야 한다.

온갖 음모와 배신이 판치는 도박판에서 실력을 따지거나 운을 따지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이미 타짜의 꽴에 빠져든 것이나 다름 없다.

'숨소리 빼고는 모두가 거짓' 이라고 알려진 타짜들의 얘기 가운데는 부자가 됐다고 알려진 사람이 단 한명도 없다. 도박은 "돈을 잃은 사람만 있지 돈을 따는 사람은 없다"라고 말한 내용이 실제로 맞는 얘기인지도 모른다.

최근 거제에서 발생한 필로폰과 여성들을 동원한 기획사기도박단의 어리썩은 타짜 흉내는 청정 관광도시 거제까지 많이 흐려놓았다.

혹시 이번 사건으로 거제가 타짜의 도시로 불릴지나 않을까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