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지검 통영지청, 형사조정위원회 노력으로 사고원인 안내간판 이설
교통사고 관련, 조정 활동 중 분쟁 원인 제거...이례적 성과 '호평'
"최악의 판결보다 최선의 조정이 더 좋다"

지역 사회에서 일어나는 각종 형사분쟁 사건들에 대해 화해와 상생의 길을 모색하고, 피해자와 피의자 간의 소통을 통해 갈등과 불신을 제거해 줌으로써 합의를 이끌어 내 주기 위해 도입 된 제도가 형사조정위원회다.

개인 간 고소사건을 법원의 민사 사건의 조정제도와 같이 '처벌 보다 합의'를 통해 해결하는 제도로 지난 2007년 도입됐다.

여기에는 주로 차용금, 공사대금 등 개인 간의 금전거래로 인해 발생한 재산범죄 사건과 경미한 폭행, 상해, 명예훼손, 모욕, 임금체불 등 사적 분쟁에 관한 사건 등이 해당된다.

처벌 보다는 피해 회복이 보다 바람직 하다고 판단 될 경우 당사자들의 의사를 확인해 조정에 회부하고 있는 것이다.

창원지검 통영지청(지청장 윤영준)의 경우 현재 30여명의 형사조정위원들이 활동하고 있다.지난해 4월 24일에는 대회의실에서 제3기 위원 중 추가 신규 위촉자 9명에 대한 위촉장 수여식이 있었다. 여기에는 법조계와 언론, 관세, 의료, 노무, 사회봉사, 교육계 등 거제, 통영, 고성 지역에서 신망 받는 인사들이 포함 돼 있다.

이홍열 주임검사가 담당을 맡고 있는 통영지청 형사조정위원들은 거의 매일 열리다시피 하는 위원회에 전문 분야별 각 2명이 오전 오후로 나눠 참여한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타지역 조정위원회에서는 볼 수 없었던 이례적인 일이 최근 통영지청 형사조정위원회에서 일어나 눈길을 끌고 있다.

조정위원들은 일반적으로 자신에게 주어진 사안에 대한 조정만을 하는 것이 관례다. 하지만 통영지청 조정위원회 위원들은 보다 나은 조정 역활을 위해 현장에 직접 나가 사진촬영과 함께 문제점 분석 및 대책까지 마련한 것이다.

이는 현재 운영중인 검찰의 형사조정위원회가 한단계 발전된 모습으로 거듭 태어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해 주는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겨울 거제시 삼거동의 지세포와 연담으로 갈라지는 도로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로 인한 피해자와 가해자와의 형사조정을 맡았던 박문길 위원(거제무역 관세사)이 근본적인 문제를 파악하기 위해 현장을 답사한 사실이 있었다.

조정 기간 중에 사고현장을 직접 확인하고 무슨 문제가 상존하고 있는지, 또 문제가 있다면 합당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생각에서였다.

현장을 답사한 박 위원은 이홍열 담당 주임검사와 선임 위원인 김한중 변호사와 함께 사고 현장에 대한 세밀한 파악과 함께 근본적인 문제점 해결을 위해 현장 답사한 내용을 놓고 깊은 논의에 들어갔다.

고향인 일운면 지세포에 살고 있는 박문길 위원은 자신이 이 도로를 자주 이용하고 있었기에 그 누구보다도 사고지역 주변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현장 답사에 나선 박 위원은 사고 원인을 찾아내기 위해 산진 촬영을 해 가며 주변을 샅샅히 살폈다. 바로 그때 박 위원의 눈에 들어온 것이 있었다.

도로가에 설치 돼 있는 큼지막한 안내 간판이었다. 해금강과 지세포성, 구조라성, 장사도 유람선 타는 곳 등 거제시의 관광안내 표지판과 업소 안내판 등이 길게 설치 돼 있었다.

이곳은 평소 관광지인 지세포와 학동 몽돌해변, 해금강 등으로 향하는 차량 통행이 많아 늘 사고위험이 상존해 있는 곳이었다. 특히 사고지역은 고현 방면에서 이동 할 경우 지세포와 학동 몽돌 해변으로 향하는 차량들이 나눠지는 곳이며, 반대로 지세포와 학동방향에서 고현 방면으로 들어 올 경우 길이 합쳐지는 위험한 곳으로 소문나 있다.

그런데 양쪽으로 나눠지는 이곳 도로변 사이에 안내 간판이 복잡하게 설치 돼 있어 운전자들의 시야를 완전히 가리는 바람에 사고를 불러 일으킨 것이라고 판단 했던 것이다.

현장에서 직접 확인해 본 결과 상대방 편에서 달려오는 차량을 이 안내 간판이 가려 잘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같은 큰 문제점이 있다는 것을 발견한 박 위원은 이홍열 담당 주임검사와 김한중 선임 조정위원과 함께 논의 끝에 경찰에 협조와 시정을 요청했다.

관할 거제경찰서는 조정위원회에서 요청한 사항이 교통사고 예방을 위해 합당 하다는 판단을 내리고 최근 문제의 안내간판 이설 작업을 완료했다.

당초 안내간판이 설치 돼 있던 곳에서 전방 100m 가량 이동시켜 중복되지 않게 깔끔하게 설치한 것이다. 운전자들의 시야를 가리지 않고 거제를 찾은 관광객들 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는 곳으로 옮겨져 설치된 애물단지와 같았던 안내간판은 이렇게 통영검찰청 형사조정위원회의 노력에 의해 재탄생 된 것이다.

▲ 거제시 삼거동 삼거리 복잡한 안내간판때문에 교통사고 위험이 높았다.

조정에 참여 했던 박문길 형사조정위원은 "이미 교통사고는 발생했지만 사고 지점은 분명히 무슨 문제가 있을 것이란 생각에 현장을 수 차례 방문하게 됐다"며 "형사조정위원회의 노력으로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 했다는 점에서 모두가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한편 창원지검 통영지청은 형사조정제도를 적극 활용하고 있어 불필요한 사법 비용의 지출을 막고, 범죄 피해로 부터 신속한 구제를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리고 있다.

조정 절차는 고소인과 피고소인이 동의를 할 때만 시작되며, 조정은 검찰청에 있는 피해자지원실 내 조정실에서 진행토록 하고 있다. 조정 기한은 검찰의 고소사건 처리 시한인 3개월이다. 양측이 합의하면 검사는 고소 사건을 원칙적으로 '각하' 처분한다.

'각하 처분' 이란 사건의 요건을 갖추지 못해 수사하지 않고 끝내는 것이다.

그러나 조정에 성공했다 하더라도 피고소인의 혐의가 중대하다고 검사가 판단하면 수사에 나설 수 있다. 이 때 합의한 부분은 정상참작 사유로 받아들여지지만 실패하면 통상적인 사건처리 절차에 따라 수사가 진행된다. 

▲ 복잡한 안내간판을 삼거리에서 100m가량 이전해 깔끔하게 정리해 교통사고 위험을 방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