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가족들과 시민들, 중앙언론 미확인된 조선 관련 보도와 힘들어진 조선소로 인해 거제가 망해간다는 엉터리 보도에 불만 폭주

▲ 문경춘 편집국장

삼성은 일주일, 대우조선은 보름간의 휴가를 떠났다가 왠지 즐거움 보다는 무거운 마음으로 현장에 돌아왔다.

현장 근로자들이 무더위를 피해 잠시 휴가를 떠난 동안 회사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특히 대우조선의 경우 수주관련 낭보와 함께 현직 경영진이 이미 문제가 돼 온 나라를 시끄럽게 하고 있는 '분식회계'와 연관이 있다는 충격적인 소식이 들려왔기 때문이다.

정성립 사장이 싱가포르 선주사로 부터 31만8,000톤급의 초대형 원유운반선 2척을 수주했다는 소식을 전한 것은 8월 초순 이었다.

수주 가뭄으로 인한 조선불황은 구조조정과 맞물려 회사 정상화에 가장 큰 악재로 등장해 현장근로자는 물론 그 가족들과 더 나아가 거제시민들에게 불안 요소로 자리잡아 왔다.

그런데 이 어려운 상황에서 구조정을 책임진 정성립 사장은 휴가도 반납한 채 싱가폴에서 2천억원대에 달하는 원유운반선 2척에 대한 건조계약을 성사시킨 것이다. 직원들이 모두 휴가를 떠났지만 어려운 회사 사정을 감안해 한척의 선박이라도 수주를 더해야 한다는 생각에여름휴가는 엄두도 내지 못했던 것이다.

IMF 등 나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나 회사가 어려울 때 이를 악물고 오로지 앞만 바라다보며 일에만 몰두했던 동료들이 하나 둘씩 회사를 떠나는 광경을 어쩔수 없이 지켜보고만 있어야 했던 정 사장의 마음은 그 누구보다도 무거웠을 것이다.

하루빨리 회사를 정상화 시키기 위해 '수주절벽' 으로 인한 불황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느라 사실상 휴가를 반납한 것이었다.

이는 대우조선과 함께 어려움에 처해있는 울산 현대중공업의 경우도 마찬가지 였다. 최길선 현대중공업 회장도 여름 휴가를 이용해 경영진과 함께 유럽 및 중동지역의 해외 공사현장을 둘러보고 현지 직원들을 격려하고 돌아왔다.

어려운 상황에서 회사를 책임진 대표자의 이같은 행동은 전에 보기 어려웠던 것으로 위기의식이 커진 만큼 경영진이 앞장서서 긴장의 끈을 놓지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같은 경영진의 노력은 조선산업의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함께 조선불황 조기 극복을 위한 거제시와 경남도의 행정력 지원으로 이어져 조금씩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중이다.

회사는 대규모 인원 감축과 함께 남아있는 임.직원들의 월급까지 대폭 삭감해 가며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단행 중이다. 직원들은 심지어 자녀들의 학자금 마저 지원이 중단됐지만 우선 회사를 살려놓고 보자는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의 자구안을 받아들여 에에 응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중앙언론은 검찰이 최근 전직 사장 2명을 구속 기소하는 등 회사의 경영비리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정성립 사장 등 현 경영진도 분식회계에 관여했다고 보도해 파문이 일고있다.

대우조선해양 경영비리를 수사 중인 검찰 반부패범죄특별수사단이 최근 이 조선소 최고재무책임자(CFO)인 김열중(58) 부사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는 과정에서 1천200억원 규모의 분식회계 정황을 포착했다고 사실인것 처럼 발표한 것이다.

언론들은 이 사건을 앞다투어 들춰가며 마치 대우조선이 온통 비리 덩어리인 것 처럼 보도하면서 심지어는 아예 문을 닫아야 한다는 취지로 강도 높은 비판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이같은 중앙언론 보도 중에는 아직 미확인된 내용도 있으며, 거제시민 및 근로자와 그 가족들이 겪고있는 말 못할 정도의 아픔 쯤은 안중에도 없어 보이는 부분이 많아 너무한다는 느낌마저 든다.

언론이 잘못된 부분을 보도하는 것은 문제점을 분석하고 대안을 마련해 바로 잡도록 여론을 조성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중앙언론이 거제지역 조선소에 대한 경영비리와 납품비리 등에 대해 신랄하게 보도하는 것에 대해 할 말은 없다.

하지만 현재 거제와 경남, 그리고 조선소 때문에 먹고 살아가는 그 가족들이 처한 어려운 상황을 한번쯤은 생각하고 신중한 보도를 했으면 하는 것이 솔직한 바램이다.

검찰이 대우조선의 경영비리를 조사하는 것은 최근에 불거진 문제를 들추어 내 바로 잡겠다는 것이 아니라 이미 지난날에 벌어진 문제를 찾아내 수사를 하고 있는 것이다.

검찰은 노무현~이명박 정권에서 선임된 남상태(2006년 3월~2012년 3월 까지 재임), 고재호(2012년 3월~2015년 5월 재임) 전 사장에 대해 분식회계 등 경영비리에 대한 조사를 벌여왔다.

이런 와중에 지난해 6월 새로 선임된 정성립 사장은 취임 직후 3조원대 손실을 공식화 했고, 이게 발단이 돼 당시 분식회계 파문으로 이어졌다.

더군다나 정 사장은 지난해 사장 취임이후 부끄러운 과거와 단절을 선언하면서 남상태, 고재호 전 사장에 대한 비리를 검찰에 고발했고 이 고발 자료를 토대로 검찰의 수사가 이뤄진게 사실이었다.

자신이 전직 2명의 사장이 분식회계로 비리를 저질렀다며 검찰에 고발한 상태에서 어떻게 자신이1천200억원대의 또다른 회계사기를 지시 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 의문으로 남는다.

아직 검찰 조사가 남아있는 상황이라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는 상황인데도 이미 중앙언론은 거의 사실인양 언급하고 있어 문제라는 것이다.

지금 거제시민들과 조선소에 근무하는 근로자와 협력사 관계자들은 이런 언론에 대한 불만이 많은 편이다. 잘못된 부분에 대한 지적과 비판은 좋지만 사실이 아니거나 아직 진행하지도 않은 일에 대해 너무 앞서가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연일 귀가 따갑도록 외쳐대는 중앙언론의 보도가 힘든 상황에 놓여있는 거제와 조선가족들을 더 힘들게 한다는 사실에 대해 이미 시민들은 잘 알고 있다.

조선산업의 어려움으로 인해 거제가 마치 불꺼진 도시처럼 망해가는 듯한 보도는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어려움에 빠진 거제를 더 어렵게 할 뿐이다.

이는 언론의 사명이나 역할을 다하는 것이 아니다. 사실과 차이가 많이 나는 보도는 지역투자를 단절시키고, 부동산 경기나 내수경기를 크게 위축시켜 피해만 가중시키는 행위가 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언론이 약이 될 수도 있지만 때로는 독(毒)이 될 수도 있음을 이번 기회를 통해 거제시민들은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이 분식회계를 지시했거난 가담했다면 관련법에 따라 처벌 받아야 마땅하다. 그러나 아직 검찰 수사도 시작되지 않은 마당에 언론이 앞서 마치 사실인양 보도하는 것은 옳지 않아 보인다.

협력사를 포함한 5만여명의 근로자와 직원들은 지금 조선소의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동참해 가며 고통을 감내하고 있다. 덩달아 28만 거제시민들도 지역 경제의 최대 축인 조선산업의 정상화를 기대하며 삼성중공업의 박대영 사장과 대우조선해양의 정성립 사장이 주도하고 있는 자구책을 숨죽이며 지켜보고 있음을 중앙언론은 알아주기 바란다.

월금이 삭감되고 자녀들의 학비지원이 중단 될 정도로 고통을 받고 있지만 휴가를 끝내고 현장으로 돌아온 근로자들에게 가장 큰 힘이 되는 것은 잇따른 수주 소식으로 회사가 정상화 돼 간다는 소식을 언론을 통해 듣는 일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