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거제시는 경남도가 '남해안시대' 계획과 관련 도내 20개 시·군에 자체중점추진사업 발굴계획의 제출을 요청한데 대해 관광특구 및 경제특구 지정, 대전-거제간 철도 건설 등 8개 사업을 건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거제시가 구상하고 있는 '남해안시대' 중점추진사업 발굴계획의 최종목적은 거제지역을 해양레저·휴양·스포츠를 융합한 동북아 해양관광 거점지역으로 발돋움시키는 것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이들 8개 과제가 이러한 목적성에 충실하고 있는지, 또한 경남도가 의도하는 바나 지원능력 범위에 포함되는 사업인지에 대해 세심하게 짚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경남도에 건의할 구체적인 8개 사업은 ▲ 거제전역 관광특구 개발 ▲ 부산-목포간 남해안 테마관광선 거제 경유 ▲ 대전-금산-무주-함양-거제 연결철도 건설 ▲ 지세포항의 국제항 승격 및 크루즈 전용항구 개발 ▲ 공고지-내도 연륙교 가설 ▲ 일본 큐슈-중국 상하이 연결노선의 국제크루즈선 지세포항 경유 ▲ 동부·거제지역 경비행장 건설 ▲ 조선·기계산업과 연계한 경제자유구역 지정 등이다.

이들 가운데서 관광특구 및 경제특구의 지정, 광역철도 건설 등은 국토균형발전의 차원에서 광역자치단체보다는 국가단위계획에 의해 조정될 사안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이밖에도 국내외 크루즈 노선 및 경비행장 성사는 지방자치단체나 광역자치단체의 노력여하에 달렸다기보다는 사업자가 판단한 수익성에 따라 취항지가 결정되며 지세포항의 크루즈선 취항을 위한 기반시설 조성도 이미 해양수산부의 다기능어항계획에 포함되어 검토될 국가계획에 속한다.

이렇게 따지고 보면 '공고지-내도 연육교 가설 사업'만이 남게 되는데 이마저도 인근의 외도해상농원, 개발이 논의되고 있는 지심도와의 역할분담을 포함한 연계개발에 대한 구체적인 밑그림이 거의 준비되어 있지 못한 상태이다.

지금까지는 중앙정부 또는 광역자치단체로부터의 교부되는 지원금을 배분하는데 있어 정치적 논리나 역학관계가 많이 작용했음을 부인하기 어려울 테지만 최근에 들어서면서 지역균형개발 및 사업우선순위를 강조하는 방향으로 급선회하고 있는 것이 추세이다. 따라서 이제부터는 실현가능성과 사업경쟁력을 동시에 갖춘 사업계획이 아니라면 경쟁도시들과의 우선순위 경쟁에서 밀릴 수 밖에 없음은 자명한 일이다.

지난번 '남부해안도로 테마공원 계획'에서 시행착오를 거쳤듯이 구체적 준비가 뒷받침되지 못한 장밋빛 개발 환상은 이제 더 이상 통하지 않으며, 민자유치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거제관광타워 계획'을 비롯한 여타의 개발사업들 또한 이와 같은 사실을 반증하고 있다. 허가만 받으면 사업본질과 상관없이 해마다 땅값이 상승하던 시절은 이미 지나갔다. 사업자를 불러들이고 지역민의 삶의 질 향상과 지역발전을 이루기 위해 즉, '21세기 해양관광도시'의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거제시가 해야할 구체적인 역할이 무엇인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실천이 따라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해양관광'이란 '바다, 연안 및 그 인근 지역에서 직접 바다를 활용하거나 이미지의 연결작업을 통해 구체적인 관광재화를 발생시키는 사업'으로 정의할 수 있다. 물론 보다 광의 또는 협의의 정의도 얼마든지 가능하겠지만 국가계획 또는 행정자치단체 등의 사업계획 수립과 평가, 투자 또는 예산지원 우선순위 결정과정에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해양관광의 정의를 충실히 따르면서도 실현가능성과 사업경쟁력 면에서 다른 도시들을 월등히 능가하기 위해서 필요한 준비나 계획에 수반되는 제반여건을 한꺼번에 갖추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거제시의 관광정책 입안을 위한 근시안적 관행만이라도 당장 극복할 수 없다면 '21세기 해양관광도시 거제'의 의욕적인 목표 달성은 그만큼 우리로부터 멀어지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