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한문집으로 우수성 인정받는 우리 문화의 자랑
번역과 해제는 거제지역 역사재조명에 앞장서고 있는 고영화(高永和) 선생이 맡아...
거제문화원향토사연구소(소장 김의부)가 거제지역 선조들의 문학정신을 감상하고 엿볼 수 있는 지역출신 정종한 선생의 '곡구집(谷口集)'을 번역해 재편찬했다. 곡구(谷口)는 조선후기 거제출신으로 시(詩)와 문(文)에 재능이 넉넉하고 풍부해 선비들의 존경을 받았던 정종한 선생의 호(號)다.

이번에 편찬한 곡구집은 거제시로부터 1천만원의 예산을 지원받아 지난 1월부터 8개월여 간에 걸친 편찬작업을 거쳐 최근 총 500권을 발간했다.

특히 이번 발간에는 거제문화원향토사연구소 연구위원으로 거제를 배경으로 하는 고전문학작품을 발굴해 지역민들의 정체성 확립과 거제역사를 재조명 하는데 큰 역할을 해오고 있는 고영화(高永和) 선생이 번역과 해제를 직접 맡아 신뢰성을 높이고 있다.

▲ 거제문화원향토사연구소(소장 김의부)가 거제지역 선조들의 문학정신을 감상하고 엿볼 수 있는 지역출신 정종한 선생의 '곡구집(谷口集)'을 번역해 재편찬했다.

곡구집에는 365편의 주옥같은 시(詩)와 산문(文) 57편 등 모두 413편의 작품이 원문과 함께 한글로 실려있다. 이 책은 19세기 무렵 간행된 조선 후기 정종한 선생의 곡구유고(谷口遺稿)의 필사본을 저본(底本)으로 번역한 것으로, 철종(순조) 때 진사로 문학이 뛰어났던 선생(1764~?)의 생애도 소개해 놓고 있다.

서울대학교 규장각에 보관 중인 곡구집 필사본은 '경성제국대학도서장인'이 찍혀 있고, 이곳에는 시 356편, 문(文) 57편 등 총 413편의 시문(詩文)이 실려있다.

편집은 필사본에 의거해 오언고시(五言古詩), 칠언고시(七言古詩), 오언절구(五言絶句), 칠언절구(七言絶句) 순으로 알기쉽게 구분 돼 있다.

정종한 선생은 동록 정혼성 선생과 함께 거제가 배출한 최고의 문인학자로서 우리 문학사에 큰 족적을 남긴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인물이다. 38세이던 철종(순조) 1년 신유(1801)년에 증광시(增廣試) 생원진사시에 3등으로 합격한 인물로 조선 후기 방랑객으로 문학에 소질이 있었다고 전해진다.

그는 철종 제위 초까지 생존했던 장수한 시인으로 알려져 있을뿐 사망연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그러나 그의 생원진사시 응시 기록에 '거제인(巨濟人)' 이라고 뚜렷이 적혀있다. 아울러, 그가 남긴 문집이 그대로 전해지고 있으니 거제도 출신으로 비록 벼슬살이는 못했지만 생원진사시에 합격한 후 우리나라 중부지방 일대를 유랑한 조선 후기 거제도 최고의 문학인이라 할 수 있는 것은 사실인 듯 싶다.

전종한 선생은 조선후기 약 40년 간 서울시와 경기도, 충청남북도 일대는 물론 한강 하류에서 남한강 중.상류 지역을 누비며 90여 명의 시인 묵객들과 더불어 시회(詩會)를 만들어 서로 교류하는 등 끝없는 학문에 정진했다.

그의 업적은 중세에서 근대에 이르는 이행기 문학으로서 공백기를 메꾸고, 시민문학인 근대문학이 본격적으로 등장하는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까지 자리를 잡는 동안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데 큰 의미를 둘 수 있다.

19세기 전기 위항문학(委港文學)의 절정기에 거제인 정종한도 이와같은 위항시인 중 한 사람이었다. 위항문학란 조선후기 중인이나 서얼, 서리출신의 하급관리에 의해 이뤄진 문학으로 여항문학 또는 증인문학, 서리문학 이라고도 불렸다.

▲ '곡구집(谷口集)'

거제문화원(원장 원재희)과 향토사연구소는 이번에 발간한 곡구집을 거제시청 각 실과와 의회, 문인협회, 지역 각 도서관, 학교, 언론사 등에 배포 할 예정이다. 또, 거제의 뛰어난 문화를 알리기 위해 다른 지역 문화원에도 보낼 계획이다고 한다.

김의부 거제문화원향토사연구소장은 "거제에는 고려시대 정서의 '정과정곡'과 조선시대 정혼성의 '동록집', 정종한의 '곡구집'이 있어 이 작품들이 우리지역을 대표 할수 있는 한문 문집이었다"며 "그러나 '정과정곡' 외는 알려진게 없는 상황에서 '곡구집'을 거제문화원향토사연구소 연구위원인 고영화 선생이 발굴해 후세에 전하게 된 것은 매우 뜻깊은 일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