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한반도 지진 결코 안전지대 아니다"...일본 지척 거제시 지진 대비 절실
지진 관측이래 5.0 이상 총 9번 발생...비슷한 규모 지진 또 올 가능성 있어
"아직도 땅과 산이 울고 있어 불안하기 이를데 없습니다."(경북 달성군 가창면 우록리 거주 이 모(50)씨).

지진이 발생한 경주와 36km 인접한 곳에 살고 있는 이 씨는 전날 밤 8시 24분부터 겪은 지진 여파로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고 했다. 본사와 통화한 이날 오전 9시 35분 까지 땅과 산에서 마치 비행기가 날아가는 듯한 기분나쁜 이상한 소리가 들려오고 있어 불안감을 씻어 낼 수 없다고 말했다.

이날 이 씨는 사무실에 출근도 하지 못한채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집을 지키고 있다며 불안해 했다.

12일 오후 8시 32분 경북 경주에서 규모 5.8의 강력한 본진이 일어난 뒤 13일 오전 6시 현재까지 무려 179차례 여진이 이어졌다. 이날 오전 8시 24분 47초에 발생한 여진은 최초 지진이 발생한 경주 남남쪽 10km 지역에서 규모 3.2로 기록 될 정도였다. 이같은 여진 규모로 볼 때 본진의 규모가 얼마나 강력했는가를 가늠할 수 있게 했다.

규모 5.8의 지진은 지난 1978년 지진 관측이래 한반도에서 발생한 지진 중 역대 가장 강력한 규모로 기록됐다.

12일 밤 경북 경주에서 발생한 각각 5.1과 5.8의 두 차례에 걸친 강력한 지진과 함께 이날 자정까지 이어진 91차례의 여진은 사실상 전국 대부분의 지축을 뒤흔들었다.

이번 지진이 얼마나 강력했는지 심지어는 바다 건너 중국 상하이에서도 감지됐다는 보고가 있을 정도다. 일본에서 관측된 지진 규모는 6.0 정도였다고 알려질 정도였다.  일본 쓰시마 후쿠오카 일부 지역에서는 규모 3의 흔들림이 관측됐다.

여기에다 전국의 일부 지역에서는 카톡은 물론 갑자기 핸드폰 전화연결 자체가 불통되는 등 온 국민들을 불안의 도가니로 몰아 넣었 다.

국민들을 더욱 놀라게 하고 있는 것은 지진 본원지인 경주 인근 지역에서 13일 오전 까지 들려오고 있다는 이상한 소리다. 실제 불안을 느끼고 있는 현지 주민들은 "땅이 울고 산이 운다"는 얘기를 소문으로만 들어 본적은 있지만 이번처럼 몸소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처음이라며 불안한 기색이 역력하다.

이같은 땅 우는 소리는 일부 거제지역에서도 감지됐다. 거제시 둔덕면과 일운면 지세포 지역에서도 땅이 '웅' 하는 소리를 내며 울고있다는 제보가 본사로 몇 차례 접수됐다.

이웃나라 일본에서만 발생하는 줄 알았던 사상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지진으로 인한 피해도 발생했다. 국민안전처가 13일 오전 5시 현재까지 밝힌 피해는 부상자 8명에 재산피해는 253건으로 집계됐다. 유리창이 부서지고 텔레비전이 떨어져 부서지는 등의 작은 피해 까지 합치면 그 수는 엄청날 것으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건물이 균열된 사례는 부산 23건, 대구 3건, 울산 66건, 경기 1건, 전북 1건, 전남 4건, 경북 5건, 경남 3건 등 106건이다. 수도관 파열도 6건이 접수 됐으며, 지붕파손 66건, 낙석신고 5건도 있었다.

하지만 이 집계는 지진 발생 다음날인 오전 5시 현재 까지여서 이후 훨씬 많은 피해가 접수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날 가장 우려됐던 것은 지진 인근지역에 설치 돼 있는 원전의 안전문제였다. 다행히 원전에서는 이렇다 할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지만 불안에 떨었던 국민들과 관계당국은 가슴을 쓸어 내려야 했다.

하지만 울산 액화천연가스(LNG) 복합화력발전소 4호기가 12일 오후 7시 44분께 정지한 후 13일 0시 23분 재가동 될 정도로 긴박한 상황도 전개됐다. 울주 변전소 3번 변압기 1대도 12일 오후 7시 45분께 가동을 중지했다가 오후 9시 21분 재가동 했다. 경주 월성원전 1~4호기는 정밀안전진단을 위해 12일 오후 23시 50분께 수동정지 했다.

지진이 발생하자 본사를 비롯한 언론사와 119가 있는 소방서, 시청 등에 문의전화와 신고 전화가 곳곳에서 빗발쳤다. 가족, 친지, 지인들에게 안부전화도 빗발쳤으며 순간적으로 너무 많은 접속으로 인해 일부 지역에서는 휴대전화 연결마저 제때에 이뤄지지 않았다.

스마트폰 메신저인 카카오톡의 경우도 12일 오후 9시 52분까지 접속 폭주로 수신과 발신이 늦어지거나 접속 장애가 일어나기도 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12일 오후 8시부터 비상근무에 들어갔고, 이날 오후 22시 15분부터 2단계 비상근무체제로 바꾸었다.

지진으로부터 우리나라도 결코 안전지대가 아니란 사실은 올 들어 예년에 비해 지진 발생 빈도가 잦은것은 물론, 그 규모가 강해지고 있다는데 있다. 올해 발생한 규모 2.0 이상 지진은 모두 52건으로 예년 평균의 1.6배 가량에 달한다.

1978년부터 2015년까지 일어난 지진은 1,212회로 연평균 발생 횟수는 31.9회 가량이다. 규모 5.0 이상은 이번 지진을 포함해 모두 9차례다.

이날 지진이 발생한 경주를 포함한 경북지역은 이전부터 지진 발생이 잦은 곳으로 올해 발생한 지진 횟수만도 52회 가운데 12회에 이른다. 이 지역에는 월성원전과 신월원전, 방폐장 등 한국수력원자력이 운영 중인 원전이 6기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이번 지진이 2011년 동일본 대지진과 같은 전조일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분석하고 있지만 지진으로 부터 안전지대가 아니란 사실 만큼은 깊이 인식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또 "규모 5.0 이상의 지진이 앞으로 더 발생할 가능성에 대해 지금으로는 예측하기 어렵지만 규모 5.8은 워낙 큰 지진 이어서 이보다 큰 지진이 발생 할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라고 밝힌 상태다.

그러나 지진 횟수가 많은 것은 언제든지 한반도에 지진이 일어 날 수 있음을 경고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입장이어서 내진설계 등 각 지자체나 관계당국의 사전 지진대비책이 절실한 상황임을 알려주고 있다.

일부전문가들은 "이번과 같은 진도 5.8 정도의 지진이 발생 할 경우 육지에서는 도시가스와 원전, 상수도관, 고층빌딩 등에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며 "이보다 강도가 더 높아질 경우 바다에서는 해일이 일어나 해안마을 등에 큰 피해를 입힐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