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대 재앙 닥칠 수 있어...

▲ 문경춘 편집국장

경주 지진 여파는 섬 지역인 거제는 물론 전국에 그 여파가 미칠 정도로 무서웠다.

이번 지진이 얼마나 강했는지 한국국토정보공사 공간정보연구원의 발표만 보아도 알 수 있을 정도다. 정보연구원은 이번 지진 여파로 한반도 위치 까지 바꿔 놓았다는 충격적인 발표를 했다. 경주 지진으로 한반도 좌표가 동쪽으로 최대 1.4cm, 남쪽 1cm 가량 이동했다고 밝힌 것이다.

또 기상청은 한반도에서 규모 6.0 초반대의 지진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지질학계에서는 최대규모 6.5~7.0의 지진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을 정도다.

이는 한반도가 지진 안전지대라는 믿음을 떠나 지진 위험지대에 속 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가상 실험에서 만약 서울에 7.0의 지진이 발생한다면 수도권에서 66만5,00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하고 건물 93만동이 파손 또는 붕괴 된다고 한다.

이제 우리나라를 포함한 한반도는 결코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다. 올해 국내에서 52차례의 지진이 발생한 것 만으로도 알 수 있다. 역대 가장 강한 지진 9개 가운데 4개가 최근 2년 새 집중적으로 발생한 것에서도 알 수 있게한다.

종전 한반도 최대 규모 지진은 1980년 1월 8일 오전 8시 44분 13초 평북 서부 의주, 삭주, 귀성 지역의 규모 5.3이었다.

이번 경주 지진은 북한의 5차 핵실험 강도 보다 50배 가량 강한 것이라고 하니 과히 놀라지 않을 수없다.

더 무서운 것은 지난 12일 지진 이후 7일 동안 발생한 여진의 수가 최근 7년간 일어난 지진 횟수 수준과 비슷하다는데 있다.

이는 언제든지 한반도에 이번 지진과 같은 강도 높은 지진이 언제든지 발생 할 가능성이 있음을 반증해 주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지진에 대해 정말 많은 것을 잘 모르고 있었다. 한마디로 5.8이란 강도 높은 지진에 어쩔줄 몰라 쩔쩔 매는 것이 한국의 현 주소였다.

학교 건물이 흔들리는데 교사들은 "별일 아니니 공부해라"는 등의 지진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었으며, 국민들의 안위를 책임져야 할 정부는 우왕좌왕 했다. 컨터롤타워인 안전처는 가장 기본적인 대피문자 조차 제대로 발송하지 못해 제 때 피해를 방지할 수 없을 정도로 대응방법이 미흡했다.

안전처의 지진 대응 매뉴얼이 "각 기관이나 지자체가 상황에 따라 제량껏 대응하라"고 규정해 놓고 있는 것도 문제다. 지진 직후 긴급재난문자 조차 제대로 발송하지 못한 안전처의 홈페이지는 지진 발생 후 1시간 가까이나 먹통이 되면서 오히려 국민들의 불안을 가중시켰다는 비판 까지 받고있다.

일본의 경우 지진이 발생하면 10초안에 긴급문자 메시지를 발송한다. 이번에 안전처가 발송한 문자는 첫 지진 발생 8분이 지나서야 발송됐다. 일본의 경우 지진이 자주 발생하는 탓도 있겠지만 지진 발생 1시간 동안 정부가 시간 낭비없이 긴급하게 움직인다고 한다.

지난 4월 14일 밤 9시 26분 구마모토현에서 발생한 규모 6.5 지진 당시 발생 3.7초 만에 NHK를 비롯한 전 TV에 지진경보 자막이 나갔다.

일본과 대비해 보면 한마디로 뒷북치는 안전처의 재난대비 문자 발송이었다는 비판을 면치 못하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런데 더 놀라운 일은 국민안전처의 ‘문자방송 송출기준표’에 지진은 아예 발송 대상이 아닌 것으로 돼 있다는 것이다. 즉, 현행 기준에는 지진이 일어나도 의무적으로 송출해야 할 의무가 없다는 의미다. 자연재해 가운데 태풍, 호우, 홍수, 폭설, 해일, 지진해일, 한파, 강풍, 풍랑, 건조, 황사, 폭염은 재난문자 대상에 포함 돼 있다.

지진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내진설계가 가장 중요하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 건물중 약 33%를 제외한 나머지는 사실상 지진에 무방비 상태라고 한다.

현행 건축법상 의무적으로 내진설계를 해야 하는 건물은 3층 또는 높이가 13m 이상인 건축물과 연면적 500㎡ 이상 건축이 해단된다. 내진설계 기준은 리히터 지진규모 6.5에 견딜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 이같은 기준이 마련된 것은 1988년 이후 부터여서 이전에 지은 건축물은 지진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 돼 있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특히 지진으로 인한 재난이 닥쳐오면 원전과 함께 지진대피 시설이 없는 학교가 큰 문제다.

국내 교육기간 건물 3만 5천382개 가운데 내진설계가 돼 있는 곳은 24.4%인 8,640곳에 불과하다는 자료가 발표된 적이 있다.

12일 지진 당시 경주에서는 147개 학교 가운데 7개교에서 벽에 금이가는 등 문제가 발견 돼 13일 임시 휴교한 사실이 있다. 다른 나라에서도 지진이 발행할 경우 학교가 주민들의 임시 대피시설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았다. 우리나라는 이와는 정반대 현상이 일어 날 수도 있다. 제대로 내진설계가 돼 있지않은 학교 건물이 오히려 위험시설로 다가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은 거제라고 해서 결코 다를리 없다.

지금부터라도 상상못 할 대 재앙을 겪기 전에 지진에 대한 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 설마하는 방심속에 생각할 수 없는 엄청난 참극을 불러 올 수 있다.

국민안전처는 원전과 중요 공공건물에 대한 지질검사를 철저히 실시하고, 국민들의 안전을 위한 매뉴얼을 만들어 반복 훈련해야 한다.

학교 등 각 건물에 대한 지진에 대비한 내진설계를 철저히 하고, 범 국민들을 상대로 민방위훈련 등을 통한 지진 대피훈련을 실시할 필요성이 있다.

지난 2010년 1월 아이티에서 발생한 규모 7.0의 강진으로 27만명이 사망한 사건과, 불과 한달 뒤 발생한 규모 8.8의 칠레 지진 때 450여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던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당시 칠레는 강도 8.8이란 큰 규모의 지진이 발생했는데도 인명피해가 아이티 보다 훨씬 적었던 것은 바로 내진설계를 강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진이 발생했기 때문이었다.

이에앞서 2008년 5월에는 중국 쓰촨성 대지진이 일어났을때 학교 7,000개가 무너져 내려 5,300여 명의 학생들이 건물 더미에 깔려 숨진 사건을 우리는 생생히 기억해야 할 것이다.

국민안전처가 우리 국민들 모두를 지진으로부터 책임져 줄 것이란 생각에 앞서 스스로 지진에 대한 경각심을 키우고, 대비하는 방법을 터득할 수 있도록 각 지자체와 관계 당국이 매뉴얼을 만들어 적극 홍보에 나서야 할 것이다.

거제의 경우 지진에 따른 해일과 거가대교, 거제대교 위는 물론 침매터널 속에서 지진이 발생했을 때를 가상한 대응훈련과 안전을 위한 행동요령 등 대피훈련이 절실함을 깨달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