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오전 11시께 거제시 하청면 서리마을 임 모(69)씨의 전원주택지에 건장한 청년 2명이 소형차를 타고 나타나 "시에서 나왔는데 밀린 수도료가 있다"며 미납요금 지불을 요구했다.

이들이 찾아 온 전원주택단지는 마을과 조금 떨어져 있어 평소 인적이 드문 다소 한적한 곳으로 모두 6가구가 모여 살고있다.

이날은 임 씨 부부와 20대 아들이 직장에 나간 뒤라 87세 노모 혼자 집을 지키고 있었다.

소형차를 타고 온 청년 2명은 팔순 노모 혼자 집을 지키고 있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는지 대문 밖에서 미납 수도료 얘기를 하며 문을 열어 달라고 했다.

시청에서 나온 공무원으로 착각한 팔순 노모는 아무 의심도 없이 대문을 열어 주었다.

아들은 다짜고짜 "수도료 3만1천원이 밀려있다"며 밀린 수도료 지불을 요구했다.

큰 금액도 아니고, 수도료 라고 얘기하는 바람에 노모는 자신이 가지고 있던 현금을 아무 의심없이 이들에게 건내 주었다. 돈을 건낸 노모는 "영수증을 써 달라"고 말하자 그들은 "우편으로 부쳐 주겠다"며 돈만 받고 유유히 사라졌다.

시 공무원으로 착각한데다가, 집 수도료가 밀렸다고 하는 말에 가족들을 걱정한 노모는 영락없이 속히고 만 것이다.

이들이 이날 보여준 여유 있는 행동으로 미뤄보아 거제지역에 유사 사례나 피해가 더러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에 가족 스스로의 집 단속은 물론 관계기관의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

이같은 사실은 노모가 아무 영문도 모른 채 이날 오후 4시께 집에 돌아온 아들 임 씨에게 "내가 밀린 수도료 3만1천원을 냈다"고 전해주면서 밝혀졌다.

임 씨는 혹시나 싶어 거제시청 수도과에 문의해 보았더니 "시청에서는 수도료를 받으러 가는 일이 전혀 없다"라는 답변을 받았다.

이같은 사례는 가을 추수기를 틈탄 농번기 빈집털이범들의 소행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따라서 인적이 드문 시골지역의 각별한 주의가 요망된다.

게다가 노인들이 집을 지키고 있더라도 이번과 같이 속임수에 넘어가기 쉽고, 의심이 가더라도 전화신고 등 대응능력이 크게 떨어지기 때문에 손쉬운 범행 물색 대상이 될 수 있어 보인다.

이번 일을 놓고 임 씨는 "금액은 큰 것이 아니지만 이같은 사례는 농번기를 이용한 인적드문 곳을 대상으로 일명 망을 봐 주는 사람 1명을 포함, 2명이 조를 짜서 움직이고 있는 빈집털이범들의 소행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같은 소문을 들은 둔덕면 상둔리 김 모(둔덕면 상둔.69)씨는 "몇 년 전에도 둔덕면 등 농번기 때를 이용한 거제지역 시골마을에 빈집털이범들이 활개를 친 사실이 있어 걱정이다"며 "경찰서와 연계해 마을방송 등을 통한 피해 방지 대책을 알려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