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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석문화칼럼]'세한도 속의 글래머'컬처크리에이터(Culture Creator) / 전 거제문화예술회관 관장
거제타임즈  |  geojetime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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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10.05  07: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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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글래머'에 환장한다. 이 마법적인 힘(?)을 사랑하고 희구하며 전율적인 감동으로 게으른 육신을 행동하게 한다. 내가 말하는 글래머(glamour)는 한국인들 사이에서 통용되며 상상하는 이미지, '가슴이 풍만하여 성적 매력이 있는 여성'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글래머는 사실 '풍만함'과는 아무 관련이 없으며 여성을 지칭하는 말도 아니다. 글래머는 사전적으로 화려함과 매력, 부티, 귀티 등을 뜻하는 중의적인 단어로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은 사물이 눈에 보이게 만드는 마법" 이다.

글래머는 언어를 통하지 않고 이미지와 개념, 상징을 통해 작용하고 설득한다는 점에서 '비언어적 수사학' 이다.

 

문화비평가 버지니아 포스트렐에 따르면 글래머란 시각으로 설득하는 기술, 즉 일종의 커뮤니케이션 이다. 말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매력을 느끼게 하고, 상상하여 열망하도록 하며, 나아가 실행하도록 설득하는 마법과도 같은 장치이자 기술이다.

글래머는 예술과 마케팅, 영화와 드라마, 사진과 건축, 디자인과 패션뿐만 아니라 종교, 전쟁, 테러, 정치 캠페인, 스포츠, 관광 등 수많은 영역에서 활용되고 있다.

   

세한도를 그리고 추사체를 완성한 제주도 추사 유배지의 위리안치 울타리, 탱자나무

글래머의 백미,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歲寒圖)'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보고 이 그림을 그린 곳을 찾아가겠다고 마음을 먹었었다. 몇 년이 지난 얼마 전에서야 한국을 방문한 중국 베이징 송좡예술촌에서 활동하는 화가와 함께한 제주도 여행 중에 찾았다.

가시가 가득한 탱자나무 울타리에 갇힌 위리안치(圍籬安置) '추사 적거지'는 불운했던 선비가 그린 혹한의 문인화처럼 고독에 영락하진 않았다.

인적이 없는 초라한 집 한 채와 네 그루의 소나무와 잣나무가 그려진 사의적인 수묵화의 여백 미학. 조선 최고의 명필 추사 김정희의 걸작인 국보 180호 세한도가 그려진 곳은 제주도 서귀포시 대정읍이다. 이곳 '추사 적거지'에서 9년 동안 모든 것을 잃고 철저히 고립되었던 통한(痛恨)의 유배생활이었지만 위대한 탄생, '세한도'를 그리고 '추사체'를 완성했다.

   

"겨울이 되어서야 소나무와 잣나무가 시들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다. (歲寒然後知松柏之後凋. 논어)

세로 23㎝, 가로 61.2㎝ 크기. 화려한 색감도 없는 조그마한 한지에 먹으로 그린 그림에 왜 수많은 사람이 국보급 명품 매력을 느끼는가? 고독한 유배생활에서 느낀 비애의 감정을 고결한 경지로 끌어올린 창의성과 교졸미(巧拙美)의 걸작이지만 스토리의 힘도 작용한다.

'권세나 이권 때문에 어울리게 된 사람들은 그 것이 끝나면 만나지 않는다'는 고사를 반추하게 한 세한도

그 당시나 요즘 현실이나 공동체의 적들이 '추하게 꼬리를 진흙 속에 끌고 다닌다'는 예미도중(曳尾塗中)으로 권력과 재물에 대한 탐욕에 몰락하는 뉴스가 넘치는 시대. 추사는 조선 헌종 때, 당파싸움으로 중앙에서의 권력을 잃고 남쪽 섬 제주도에서 유배 생활을 하고 있었다.

추사의 서예와 학문을 존경하는 제자 이상적은 역관이었는데 중국을 오가며 구한 귀한 책들을 스승을 위해 제주도로 보냈다. 이 제자의 지조와 의리에 감사한 마음을 지녔던 스승은 공자의 말씀을 떠올리며 겨울철 푸른 송백(松柏)을 그려 답례로 주었다.

세한도를 그릴 때 추사의 생각은 제사(題辭)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데 "권세나 이권 때문에 어울리게 된 사람들은 권세나 이권이 떨어지면 만나지 않게 된다."는 사마천의 사기(史記) 본문을 거론했다. 세상은 이런 풍조인데도 초연히 권세나 이권의 테두리를 벗어나 시류에 편성하는 낙엽수 같은 속물들처럼 처신하지 않은 제자 이상적의 올곧은 선비정신을 칭찬한다.

비극의 정화, 카타르시스의 미학! 개인의 일생에 있어 절도(絶島)에서의 귀양살이가 결코 행복한 일은 아니었으나, 추사는 제주도 유배생활에서 자신의 삶과 예술을 반추하며 인고, 절망, 결핍의 시간을 숙성, 승화시켜 독자적인 사상과 예술 세계를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위로가 필요한 시대! 서귀포 김정희 유배지에 지은 추사기념관에서 세한도 영인본을 보며 감히 생각했다.

"나도 나를 위리안치 하고 싶다! 내 마음속에 푸른 소나무 한 그루 자라게......"<김형석/컬처크리에이터(Culture Crea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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