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미 멍게까지 집단 폐사 내년 종묘생산 '비상'
국가피해보상, 입식비만 지원예정 도움 안돼...거제 통틀어 9건 5.78ha에 1억5천만원
멍게 값 오를 것 뻔하지만 종묘확보 어려움에 한숨소리만...
횟집 등에서는 벌써 비싼 일본산 멍게 가져와 팔지만 수지 안맞아 고심
거제 통영 등 남해안 멍게양식장이 사상 유례없는 큰 피해를 입어 어민들의 한숨소리가 해변에 가득하다.

지난 여름 폭염에 따른 고수온으로 남해안 양식 멍게 70~80% 가량이 폐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수온 관련 국가피해보상의 경우 어장복구에 턱없이 부족한 입식비만 지원하게 돼 있어 실제 피해 어가에 큰 도움이 될 수 없는 딱한 상황에 놓여 있다.

적은 보상금이라도 받을 수 있으면 그나마 다행이다. 거제지역 멍게양식 어민들의 경우 입식 관련 자료가 없어 많은 피해를 입었지만 아예 피해 접수 자체를 할 수 없어 단돈 10원의 지원금도 받지 못하게 돼 있는 어민이 대부분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멍게 양식으로 생계를 이어오고 있는 남해안 영세 어민들의 시름은 깊어만 가고 있다.

특히 폭염으로 인한 고수온 영향으로 양식멍게는 물론, 바다 밑 암반 등에 붙어서 서식하는 자연산 멍게 까지도 거의 폐사한 것으로 나타나 내년 새끼종묘 생산에 큰 차질이 불가피한 상태다.

여기에다 멍게 양식 어민들 거의 모두가 고수온 피해 관련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상태여서 집단폐사에 따른 어민들의 피해는 눈덩이 처럼 커지고 있다.

멍게의 경우 그동안 고수온에 따른 피해는 거의 없었으며, 폭염 등에 따른 고수온 보다 물렁병에 걸려 피해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렇지만 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었다.

이 때문에 어민들이 고수온 피해 등에 대비한 보험 가입을 꺼려해 왔다.

12일 거제 통영지역 멍게 양식어민들에 따르면, 남해안 일대에는 통영소재 멍게수협(조합장 정두한) 조합원 기준 300여 양식 어가에서 연간 3만톤 정도의 어미멍게를 생산해 500여억원 가량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올 여름 사상 유례없는 폭염으로 인한 고수온현상으로 거제, 통영, 고성 등 남해안일대 해상가두리와 멍게양식장에서는 지난 8월초 부터 양식어패류들이 집단폐사하기 시작하는 등 현재 큰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 멍게 양식(자료사진)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 정도가 커져 10월 현재 80% 가량이 폐사한 것으로 나타나는 등 멍게양식 사상 가장 최악의 상황에 봉착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멍게가 붙어있는 바닷속 봉줄은 지금쯤 불그레한 꽃송이와 같이 영글어 있어야 하는데 지금의 상태는 멍게 자체가 눈에 잘 띄지 않고 해적생물 사이로 가끔씩 한두 마리씩만 발견될 정도다.

군데군데 몇 마리씩 어렵사리 뿌리를 내린채 힘들게 생명을 부지하고 있는 상태로 발견되고 있는 멍게가 이번 여름 당시 폭염으로 인한 고수온 피해를 그대로 표현해 주고 있다.

이같은 상상을 초월한 피해가 발생하자 아예 어장을 철거하는 어민들도 있는 반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채 넋을 잃고 어장을 바닷속에 그대로 방치해 놓고 있는 어민들도 많다.

어장을 철거하려면 인건비 등 많은 부대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남해안에서 발생한 피해액은 수 백 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지만, 멍게수협 조합원 가운데 고수온 피해 관련 보험에 가입한 어민은 고작 5개 어가 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것도 문제다.

게다가 피해어민들을 지원하기 위한 국가보상이 처음 양식을 시작할 때를 기준한 입식비용 밖에 적용하지 않아 피해복구 등에 이렇다 할 도움이 되지 않을 전망이다.

거제시의 경우 최근 멍게 양식어민들을 상대로 고수온 피해 신고를 접수 완료 했다. 하지만 지역 멍게양식어민 피해 접수 건수는 모두 9건 5.78ha에 불과하다.

피해어민은 많지만 입식자료가 없기 때문에 피해신고를 하지 못한 것이 원인이다.

또 국가지원 보상금을 받더라도 피해어가를 모두 합쳐 고작 1억5천만원에 상당하는 어장 입식비에 한정해서 받을 수 밖에 없는 것이 한계다. 피해사례 접수가 적은 것은 어민들이 이같은 피해가 발생할 것인지 미리 예견하지 못해 입식자료를 남겨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거제시 관계자는 "아직 확정난 것은 아니지만 접수된 멍게 피해 사례를 경남도에 올려 해수부의 최종 심의가 끝나면 국가 지원금이 확정나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거제시 일운면 구조라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A 씨(54)는 "멍게가 거의 폐사하는 바람에 요즘 횟감용으로 사용하기 위한 물량 구하기 조차 어려운 상황이다"며 "할수없이 가격이 국내산 보다 훨씬 비싼 일본산 멍게를 대체 구입해 놓고 있지만 가격이 너무 비싸 찾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하소연 했다.

이와함께 A 씨는 "눈 앞에 다가온 겨울부터 양식멍게가 출하돼야 하는데 거의 폐사해 당분간 포구에서 멍게작업 하는 광경도 사라지게 됐다"며 "올 겨울 부터는 횟집도, 소비자들도 금값으로 변한 멍게를 쉽게 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거제 가조도 해상에서 멍게양식장을 하는 B 씨(62)는 "올 초에 멍게를 입식시켜 놓았는데 이번 여름 폭염에 의한 고수온으로 80~90%가 폐사해 어장을 철거할 계획이다"며 "지금도 문제지만 어미 멍게 구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여 당장 내년에 입식할 종묘 생산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한편 어민들은 남해안의 멍게 폐사가 수온이 30도를 오르내리던 지난 8월부터 9월 말 까지 지속적으로 진행된 것으로 보고 있으며, 폐사해 부패한 멍게로 인해 연쇄 폐사가 일어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