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시기 및 오너가 3세 약진여부 촉각
올해도 시황 침체가 여전한 가운데 구조조정까지 본격화되면서 승진은 최소한으로 줄이고 퇴출은 최대한도로 늘리는 지난해 인사 특성이 그대로 반영될 것으로 여겨진다.이런 가운데서도 특정업체의 경우 오너가 3세 약진 여부 또한 관전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 조선산업을 이끌고 있는 조선 빅3

실제로 조 단위 부실이 업계에서 처음으로 불거진 지난 2014년 10월 이후 2년여 동안 빅3에서만 300여명의 임원이 짐을 쌌다. 업계에 따르면 이는 최근 10년을 통틀어 최대규모다. 특히 현대중공업 포함 현대중공업그룹 산하 5개 조선계열사의 경우 지난해 말까지 옷을 벗은 임원은 190여명에 이른다. 이 때까지만 해도 신규보임이 이뤄졌던 만큼 총 250여명 규모의 전체 임원 숫자에는 큰 변동이 없었다.

그러나 올해 상반기 정부 주도의 구조조정이 본격 실시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조선 관련 계열사 임원 25%를 감축한다는 지침이 떨어지면서 현대중공업그룹 조선계열사 임원수는 현재 170여명으로까지 줄어든 상태다.

삼성중공업이나 대우조선해양은 연간 상·하반기 나눠 단행하는 현대중공업과 달리 하반기에만 정기임원인사를 실시한다. 이들 또한 퇴직자는 늘어나는 반면 신규보임은 점점 줄어드는 추세다. 삼성중공업의 경우 2013년 말 21명이던 임원 승진자가 2014년 12명, 2015년 10명으로까지 줄어들었다. 지난해 정기인사를 거친 뒤에는 112명에 달하던 임원수가 80여명 수준으로 줄어든 상황이다.

대우조선해양도 지난해부터 30%에 해당하는 13명을 정리하면서 현재는 40여명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현재 임원수를 더 줄이면 업무 자체에도 지장이 있을 정도로 몸집이 크게 줄어든 상태”라며 “현대중공업이나 삼성중공업에 비해 규모가 작은 만큼 큰 변화가 없을 수도 있다”고 했다.

정기선 전무 등 오너가 3세 약진 ‘촉각’
이번 연말인사가 언제 단행될 것인가 여부 자체도 관심사가 될 것으로 보여진다. 최근 조선업계에 드리운 시황부진은 통상 12월에 실시되던 정기임원인사 시기에도 변화를 주고 있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의 경우 2014년 10월 권오갑 부회장이 CEO로 부임한 이후에는 상·하반기 수시인사 형식으로 바뀌었다. 실제로 현대중공업 인사는 권 부회장이 부임하자마자 이뤄진 뒤 2015년 2번, 올해 초 1번 등 2년간 총 4번이 단행됐다.

통상 12월 말에서 늦으면 1월에 정기인사가 단행됐던 대우조선해양도 시기가 늦어지는 추세다. 앞서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말 실시했어야 할 정기임원인사를 올해 4월에야 단행한 바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워낙 경영환경이 불투명하고 상시 구조조정 등이 이뤄지다 보니 인사 또한 더더욱 예측 불가능해진 것”이라고 했다.

이와 함께 현대중공업 오너가 3세의 약진 여부도 이번 인사에서 눈여겨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중공업은 예년보다 보름 앞당겨 실시한 지난 17일 사장단 인사에서 최대주주인 정몽준 전 새누리당 의원의 최측근인 권오갑 부회장과 가삼현 선박해양영업본부 사장을 승진시켰다.

재계 일각에서는 고강도 구조조정 지속 의지를 표현함과 동시에 오너가 입김을 강화하기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정 전 의원의 장남 정기선 전무가 속한 부서도 이번에 승진한 가 사장이 있는 선박해양영업부문이다. 더욱이 정기선 전무는 지난해부터 중동 등의 주요 프로젝트를 진두지휘하는 등 경영보폭도 넓히고 있다.

앞서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하반기 정기인사에서 당시 상무였던 정기선 전무를 승진시켰다. 정기선 전무가 지난해 초 상무로 진급했던 만큼 초고속 인사다. 정기선 전무는 지난 2009년 사원이 아닌 대리로 입사해 2년여를 근무하다 보스턴컨설팅그룹 입사를 위해 퇴직했다. 이후 정 전무는 2013년 부장으로 재입사해 상무보를 거치지 않고 상무로 승진했다.

재계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이 올해 고강도 구조조정을 진행 중인 데다, 두 번씩이나 파격인사를 단행하기는 상식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비상상황인 만큼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EBN산업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