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기록유산' 등재 유력...서을대학교 아시아연구소 타당성연구용역 중간 보고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위해 '기록유산' 등재 추진은 필수

▲ 문경춘 편집국장

거제는 육지와 가까운 섬으로 포로 수송이 수월했고, 당시에는 육지와의 교통 수단이 배 밖에 없어 포로를 격리 수용하기에 적합한 곳이었기에 거제에 포로수용소가 설치 됐다.

이 곳은 1983년 12월 20일 경상남도 문화재자료 제99호로 지정돼 관리되고 있다.

1950년 11월 27일부터 유엔군에 의해 현재의 고현동과 수양동, 장평동, 연초면, 남부면 일대에 총면적 12㎢ 규모의 수용소가 설치됐고, 1951년 2월부터 수용소 업무가 개시됐다.

1951년 6월 까지 북한의 인민군포로 15만명과 중공군포로 2만명 등 최대 17만3천여 명의 포로를 수용한 기록이 있다. 특히 그 중에는 여성포로 300여 명이 있었다는 것이 흥미롭다.

그러나 강제징집 등의 이유로 송환을 거부하는 반공포로와 송환을 원하는 친공포로 사이에 유혈폭동 사태가 발생한 사실도 있으며, 1952년 5월 7일에는 당시 수용소 소장 도드 준장이 친공 포로들에게 납치 됐다 석방되기도 했다.

이같이 전쟁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거제포로수용소는 이 지구상에서 공산주의와 민주주의로 양분된 냉전시대의 이념 갈등의 축소판 양상을 띤 최대의 시설로 유명하다.

이런 거제포로수용소가 전 세계인에게 평화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곳으로 떠오르고 있다. 거제시가 중심이 돼 세계기록유산과 문화유산 등재를 위해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에 타당성연구용역을 맡긴 상태에 있기 때문이다.

타당성 연구용역을 맡은 아시아연구소는 최근 가진 중간 보고에서 거제포로수용소의 세계기록유산 등재가 가능해 보인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위해서는 우선 '기록유산' 등재가 필수적이라고 여겨진다.

이 때문에 이번 거제시의 포로수용소 기록유산 등재 추진은 큰 의미를 가진다고 볼 수 있다. 유네스코의 유산으로는 '세계유산'과 '인류무형문화유산', '세계기록유산' 등 3가지로 분류된다. 이 가운데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이란, 인류의 문화를 계승하는 중요한 기록을 담고 있는 정보 또는 그 기록을 전하는 매개물로 미래 세대에 반드시 전수돼야 할 유산이다.

그렇다면 거제포로수용소의 세계기록유산 등재는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지 궁금하다.

우선, 세계기록유산의 등재 기준에는 해당 유산의 본질 및 기원(유래)을 증명 할 수 있는 정품이어야 한다는 '유산의 진정성'이 최우선이다.

그 다음은 독창적이고 비대체적이어야 하며, 세계적 관점에서 유산이 가지는 중요성이 입증돼 한다. 여기에는 시간, 장소, 사람, 대상/주제, 형태 및 스타일이 포함된다.

이 밖에 희귀성과 원 상태로 보존, 위협, 관리계획 등 보조 요건이 충족 돼야 한다.

현재 거제에는 헌병대장실과 장교집무실, 매점, 통신대, 최고감옥과 감옥 터, 의무실, 검문소, 저수지 등 23곳의 포로수용소 관련 시설이 비교적 양호한 상태로 보존 돼 있다.

이와함께 인근 통영시와 제주도, 광주, 논산, 경기도 부평시 등에도 한국전쟁 관련 포로수용소 잔존 유적들이 산재해 있다.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해서는 국내에 산재해 있는 한국전쟁 관련 유적들과 함께 범국가적 차원의 공동 추진을 목표로 하고 있어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는 중간 결과가 나온 상태다.

통영시 한산면 용초도(용호리)의 경우 수용소 설립 머릿돌과 수용동, 급수장, 배급물자 저장소, 한국군 주둔지, 초소, 초단파구역, 저수지 등 14곳이 양호한 상태로 보존 돼 있다. 또 인근 한산면 추봉도에는 수용소 정문과 수용소 부속건물, 사령부, 수리영선 건물 터, 저수지 등 총 5곳이 뚜렷한 흔적으로 남아있다.

제주도 서귀포시 모슬포의 경우 비행장과 벙커, 육군훈련소 지휘소, 수용소 터 등이 남아 있으며, 제10 포로수용소가 있었던 인천시 부평구 산악동에는 수용소 터와 주요 부속건물들이 양호한 상태로 남아있다.

그동안 한국의 세계기록유산 등재 사례를 보면 그 문화적 가치가 얼마나 높은지 금새 알 수 있다. 세계기록유산이 되려면 이 정도는 돼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것을 반증이라도 해 주듯 하나같이 가치가 높은 것으로 분석되는 것들이다.

훈민정음, 조선왕조실록, 직지심체요절, 승정원일기, 해인사 대장경판 및 제경판, 조선왕조의궤, 동의보감, 일성록, 난중일기 등 등재된 13개 모두가 한국을 떠나 전 세계 인류가 소중히 아껴야 할 유산임에 틀림없어 보인다.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는 곧 타당성용역 최종 보고회를 가질 예정이어서 시민들의 관심이 높아가고 있다.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위해서는 2년 마다 각 국가별로 2건 신청이 가능하다고 한다. 그러나 각 국가들이 공동 등재를 신청 할 경우 예외다. 그 예로 2016년 6월 '위안부 관련 기록' 등재 신청이 있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문화재청이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관장하는 주요 기관이다. 문화청은 국내후보 신청서를 접수받은 후 문화재위원회 심의→등재신청서 작성→유네스코 사무국(일반정보사업국)에 신청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등재 방법으로는 7월께 소위원회에서 검토→국제자문위원회에 권고→국제자문위원회 검토→유네스코 사무총장에게 보고→유네스코 사무총장 통보 후 목록발표 등의 순서를 거친다.

거제포로수용소의 세계기록유산 등재가 현실로 다가 올 경우 차 후 세계유산 등재를 위한 여러 전제 조건들이 충족 될 가능성이 높다. 이를위해 거제시는 문화재청과 협의해 연속유산과 복합유산의 고려 등 국가지정문화재 등록을 선 추진할 필요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더불어 유네스코 유산 등재를 위해 2018년 이후 중.장기 계획에 따른 시책 추진사업이 요구됨은 당연하다.

거제포로수용소가 중간용역 결과 전쟁포로수용소 기록물 세계유산 등재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나온 만큼 거제시의 차 후 대책이 절실한 실정이다.

포로수용소가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 될 경우 거제시의 세계적 위상 상승은 물론, 평화도시의 이미지 확립과 관광거제의 큰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조선경기 위축으로 기운이 빠져있는 시민들에게 큰 희망으로 다가오길 기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