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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경춘 편집국장 |
"아무리 아름다운 꽃도 열흘을 넘기지 못하고, 아무리 막강한 권력도 10년을 넘기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고사성어(故事成語)에 나오는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권불십년(權不十年)이 뜻하는 의미로 이는 동서고금을 통틀어 변함없는 진리다. 아울러 역사를 통해 배운 정확한 해답이다.
힘이나 세력이 아무리 강하더라도 얼마 못 가서 반드시 쇠하여 짐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이는 한마디로 "뿌린대로 거둔다"는 우리 속담과도 일맥 상통한다고 볼 수 있다.
중국을 최초로 통일시킨 진시황은 "덕은 상황보다 낫고 공적은 오제보다 높다"라고 하여 자신의 칭호를 왕에서 황제로 바꾸었다. 자신은 첫 번째 황제 이므로 始(처음 시)를 써서 시황제(始皇帝)라고 부르게 했다. 그 다음 아들을 이세황제, 다음은 삼세황제라 하여 자자손손 만년토록 부귀영화가 이어지기를 바랬다.
그러나 그렇게 막강했던 진나라도 이세황제인 호해에 이르러 그 화려한 막을 내리고 말았다.
權不十年(권불십년) 이란 권력을 멋대로 휘두르거나 권력을 잡으려고 안달하는 인간들에게 권력의 무상함을 일깨워 주는 좋은 글이다.
최근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최순실 게이트로 인한 국회 국정조사와 특별검사를 통해 국민들의 눈에 비치는 모습이 바로 이같은 얘기를 잘 대변해 주고 있다.
이 가운데 거제출신으로 승승장구 했던 당대 최고의 실권자 김기춘 전 비서실장에 대한 얘기는 압권이다. 한 때 잘 나가던 청와대 집사격인 김기춘 전 실장이 특검으로부터 압수 수색 당하는 수모를 당했다.
김기춘이 누구인가?
대통령 되기 만큼이나 어렵다는 검찰총장과 법무부장관, 대통령비서실장 까지 지낸 당대 최고 권력자였음은 아무도 부인 할 수 없다.
그러나 최순실 게이트로 청문회장에 나와 우병우 전 민정수석과 함께 국회의원들로부터 '법률미꾸라지'라는 말 까지 들어가며 난타 당하던 그도 결국은 노쇠함을 스스로 시인했다.
최순실을 알지도, 만난 사실도 없다던 그가 시청자가 보내준 자료를 근거로 모 의원이 질타하자 그때서야 "이름은 들었다"고 시인하면서 "나이가 들어...." 라고 얼버무렸던 기억이 아직도 국민들 눈에는 생생히 남아 있다.
자신이 노쇠함을 시인 했듯이 권력도 영원하지 않음을 실감케 한 사건이나 다름 없었다.
특히 특검에 의한 자택수색은 그 누구도 영원히 넘보지 못 할 것만 같았던 대한민국 최고 권력이 하루아침에 무너지는 광경과도 같았다. “달도 차면 기운다”는 불변의 진리처럼 권력무상을 똑똑히 확인할 수 있었던 순간 이었다.
김 전 실장의 자택을 압수수색 당한 것은 수모 중에 수모로 비춰졌다. 이것도 모자라 자택 정원에 대한 탐침봉 수색까지 당한 것은 김 전 실장의 양심과 가슴을 탐침봉으로 찔러대는 것이나 다름없어 그 누구보다 아팠을 것이다.
TV를 통해 온 국민들에게 비춰진 이날 자택 압수수색 광경은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던져 주었다. 이날 조윤선 현 문체부 장관도 동시에 자택을 압수수색 당했지만 국민들의 눈에는 유달리 김 전 실장에 대한 이목이 집중 됐다.
박근혜 대통령의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 때 부터 2대에 걸쳐 인연을 맺은 김 전 실장은 2013년 8월부터 작년 2월 까지 대통령의 그림자로 불리는 비서실장을 지낸 인물이기 때문이다.
특검이 곧 김 전 실장을 소환해 문화예.술계의 이른바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 문화예술단체가 고발한 사건과 지난 10월 유진룡 전 문체부 장관이 폭로한 '문체부 인사전횡'에 대한 조사를 실시한다고 한다.
만약 특검의 조사에서 혐의가 입증된다면 천하의 김기춘 전 실장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아야 하는 얄궂은 운명에 놓여있다.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듯이 결국 권력도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김 전 실장이 처한 지금의 상황에서 배울 수 있다.
진시황의 그 막강했던 권력도 3대에도 이르지도 못하고 15년만인 아들대에서 막을 내렸다. 박정희 대통령은 18년, 이승만 대통령은 12만에 화려했던 권력의 장막에서 비참하게 사라졌다.
지금도 대한민국 헌정사는 이들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안타까움을 그대로 기억하고 있다.
아마도 권력에 대한 너무 지나친 욕심이 없었다면 역사에 길이 남을 훌륭한 정치 지도자로 후세에 널리 회자 됐을 것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위기상황이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파헤친다며 국익에 도움이 되지않는 마구잡이식 청문회를 만들고 있는 국회의원 나리들의 모습 또한 국민들 눈에는 국론분열을 일삼는 권력 싸움꾼들 (?)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나라에 득이 되지않는데도 무차별 하게 휘두르는 국회의원들의 권력이 또 어디로 향할지 궁금하다. '화무십일홍 권불십년'의 뜻을 조용히 되새겨 보면, 왜 이런 말을 출세 지향적 정치인과 권력만을 쫒아 국민들도 안중에 없어 보이는 국회의원들이 귀담아 들어야 할지 알 수 있을 것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