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2기에 즈음하여 미국은 한국 정부에게 이라크로 평화유지군이 아닌 '전투병'을 추가로 파병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다수 국민들은 '더러운 전쟁'이니, '석유를 위한 미국의 침략전쟁'이라고 규정했던 이라크 전쟁을 찬성할 수 없다며, 매일 국회에서, 거리에서, 학교에서, 심지어 술자리에도 빠지지 않는 단골메뉴로 화제를 삼고 있다. 

거제는 어떤 모습인가?
지난 12일 제14호 태풍 '매미'로 인해 엄청난 피해를 입은 거제 시민들은 찢겨진 상처를 돌보거나 '이라크 추가 파병'에 관심조차 두지 못하고 있다. 또한, 거제시민노동단체들은 수재민들의 아픔을 달래기 위해 자원봉사자로, 정전사태 책임을 가려내기 위해 '법적 대응'을 준비한다고 정신없이 바쁘다.
나의 가족과 형제, 이웃들이 거대한 태풍에 죽거나 집들도 부서져 시름을 앓고 있으니, '이라크 추가 파병 반대'는 딴 나라의 소리처럼 들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의 아들중 정부의 명령에 따라 이라크로 달려갈지 모를 상황도 엄연히 존재한다. 바로, 또 다른 아픔의 전주곡일 수도 있다.
태풍으로 인해 한반도 전역이 몸살을 앓고 있을 때, 파병을 찬성하는 사람들은 '국익을 위해' 파병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으며, 심지어, 어떤 국방정책위원은 '우리가 먼저 파병하겠다고 말하고, 유리한 고지를 점령해야 한다"고 살의에 찬 눈으로 말하고 있다.
다른 한편에선, 이라크 추가 파병을 반대하는 시민사회단체, 국회의원 등이 "침략 전쟁을 옹호하는 꼴", "이라크의 미군은 해방군이 아닌 침략군"이라고 맹공을 퍼붓고 있다.

'베트남 전쟁의 교훈 기억하라'
지금으로부터, 38년 전 한국군은 베트남에 '청룡부대'를 시작으로 전투병을 파병했다. 그 결과, 수많은 장병들은 '우방'이기 때문에, '국익'이라는 명분을 위해 목숨을 바쳤다. 하지만 지금도 전쟁터에 나간 전사자와 실종자들이 얼마나 되는지 제대로 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베트남 전쟁은 '현재 진행형'이다. 왜일까? 지금까지도 '따이한'문제, 고엽제로 시달리는 수많은 사람들과 무자비하게 민간인을 학살했던 그 악몽들 때문에 고통받고 있는 참전군들이 있기 때문이다.

38년 전, 베트남 전쟁에 참전한 김모씨(57, 회사원)는 "전쟁은 절대 일어나면 안된다"며, "전쟁에서 제일 큰 피해자는 여성과 아이들"이라고 경고했다. 김씨는 "베트남에서 대부분 장병들이 하루라도 빨리 떠나고 싶었으며, 돈 몇 푼을 벌려고 사람들을 죽였다는 것에 스스로 참을 수 없었다"고 몸서리를 쳤다.
그는 "아직도 죄없이 죽어가는 베트남 사람들을 기억하고 있다"며, "이라크 전쟁에 전투병을 파병하는 것은 베트남 전쟁과 다를 바 없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베트남 전쟁의 교훈을 기억하라"라고 "옳지 않는 전쟁"이라고 충고했다.

왜, 우리는 전쟁을 반대해야 하나
우리는 '우방' 또는 '세계 수호신'처럼 여기고 있는 미국을 위해 '더러운 전쟁판'에 뛰어들어야 할까. 단지, '경제적 국익'을 위해서 아니면, 세계 최대 강대국 미국을 위해 우리의 장병들을 죽음으로 내몰아야 하는지 깊이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 우리의 상황은 태풍으로 한순간에 가족이나 집을 잃은 수재민들의 아픔도 이해해야하는 난처한 형국이다.
그렇지만, 다대수 국민들은 '아무런 명분도 없다'는 이라크 침략전쟁에 전투병을 파병하는 것을 반대하고 있다.
수해의 아픔도 있지만, 양심있는 거제시민단체와 시민들도 함께 '더러운 전쟁'에 반대하는 집회나 강연회라도 만들어 행동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