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호 태풍 '매미'로 사상 초유의 정전사태를 빚은 거제시민들은 그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해 시달리고 있다.
최근 거제시민단체는 "대규모 정전사태의 책임은 '노후화'된 송전철탑 때문이라며 한전을 상대로 대규모 법정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전력공사 거제지점은 "송전철탑 때문에 고객만족도에서 최하위를 기록했다"고 주장했다.
'이게 무슨 소리인가?'
대부분 시민들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지만, 실제 내용을 살펴보면 이해할 수 있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그럼 한전 거제지점이 '송전철탑 때문에' 고객만족도에서 최하위를 기록했는지 살펴보았다.

한전 거제지점, '송전철탑업무는 우리와 관계없다"
2003년 한국전력공사는 전국 각 지점을 대상으로 '2003년 상반기 고객만족도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그 결과보고서를 보면, 경남지사 18개 지점에서 거제지점은 종합만족도 65.34점, 서비스 만족도 68.13점, 품질만족도 62.73점을 얻어 17위 고성지점 다음으로, 최하위(18위)의 영광(?)을 누렸다.

이에 한전지점 배전과 관계자는 "여기서 '품질만족도'는 정전횟수를 말하는 것으로, 최근(2003년 상반기 1월∼6월) 거제지점에서 발생한 정전횟수는 3회로 작년 7회와 비교하면 현저하게 줄었다"고 해명했다. 또한 한전 거제지점 노조위원장은 "작년과 비교해 정전횟수도 줄었는데, 타 지점에서 우리 지점보다 정전횟수가 더 많았다"며, "근본적인 이유는 지난 5월부터 시작된 거제시민단체들의 송전철탑 설치 반대운동 때문이지 않는지"라고 말했다.

또한, 한전 거제지점 노조위원장은 "송전철탑 업무는 전력공사 본사와 창원전력관리처에서 관리하기 때문에 우리(거제지점)와 아무런 관계없다"며, 이 시기에 실시한 "고객만족도 조사는 거제에서 송전철탑반대운동이 거세게 일어날 때쯤 조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전은 "고객만족도 조사는 거제시민을 대상으로 무작위로 전화를 통해 지난 5∼6월중 실시했다"고 밝혔다.

거제지점, '꼴지'는 송전철탑반대운동 때문에?
한전 거제지점은 '송전철탑반대 거제시민대책협의회 등이 송전철탑반대운동 때문에 거제지점이 최하위로 떨어졌다'고 주장하는 것은 논란의 여지가 없지 않다.
하지만, '계룡산철탑반대 및 변전소이전을 위한 시민연대협의회는' "한전 본사와 창원전력관리처를 상대로 '송전철탑과 변전소 이전'을 요구하고 있으며, 한전 거제지점과 큰 연관성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말한다.

시민협은 "송전철탑을 설칟관리하는 곳은 한전 본사와 창원전력관리처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한다. 특히, 창원전력관리처 업무는 송전변전 전자통신설비 운영관리와 신 증설 설계 및 시공 등을 담당한다. 이에 비해 지점은 전기요금 수납, 전기 고장수리, 배전 등을 주요 업무로 삼고 있다.  

따라서 한전 거제지점이 모든 업무(송전철탑 설치 등)를 담당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한편으론, 송전철탑 예상부지(노선) 선정에 있어 '지자체별 한전 지점'을 통하는 정도라고 한다.

실제적으로 송전철탑과 관련된 모든 업무는 한전 본사와 창원전력관리처에서 담당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거제지점 직원들,'거제를 떠나고 싶다'
최근 태풍으로 인해 송전철탑이 넘어가면서 한전 거제지점 대부분의 직원들은 심적 부담감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한전 거제지점 관계자는 "모든 문제가 거제지점 때문"이라고 '욕을 먹고 있다"고 하소연을 했다. 대부분 직원들은 '어느 누구에게 말할 수 없는 아픔'이라면 '혼자 가슴앓이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일부 직원들은 "고객만족도 평가에 대해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며, "직접 본사에 찾아가 항의까지 했다"며, "거제지점을 떠나고 싶다"고 속마음을 들어내었다.

하지만, 일부 시민들은 "본사든 지점이든 다 같은 한 밥솥 식구들인데"라며, 이해하지 못한다고 말한다. 신현읍에 거주하는 윤모씨(34, 주부)는 "정전사고가 일어나면 지점에 전화를 걸어도 받지 않고, 매우 불친절하다"고 말했다.

또한 장승포동에 거주하는 양모씨(43, 자영업)는 "이번 정전으로 큰 피해를 입었다"며, "아무리 지점이라고 해도 어느 정도 책임은 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유근식 한전 거제지점 배전부장은 "정전 사고 일 때 대부분의 직원들은 고장수리로 출동해야 하고, 남아 있는 직원들은 현장 상황에 따라 송전가능한 시간을 통보 받아 알려준다"며, "지점에 있는 전화기에 불이 날 정도로 많은 문의가 오기 때문에 주로 통화중으로 이어져 불편을 겪을 수는 있다"고 해명했다. 그는 "전화를 받지 않는 것이 아니라, 정전 항의 때문에 그렇다"고 말했다.

앞으로 어떻게?
10월, 거제시민단체는 한전을 상대로 대규모 정전사태에 대해 법적 소송을 예고하고 있다. 이번 정전사태의 책임은 누구인가. 치열한 법적 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 자리에 한전 거제지점보다, 한전 본사와 창원전력관리처에서 나와 명확한 해답을 제시해야 하지 않을까.

그렇다고, 거제지점은 어떤 책임도, 어떤 책무도 없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모든 비난의 화살을 거제지점에 날리는 것도 해결책은 아닐 것으로 보인다. 보다 나은 한전 거제지점으로 태어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