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연도교가 가설중인 가조도로부터 약 200여 미터 떨어진 황덕도에 예산 40여억원의 보도전용 다리를 놓는 문제를 두고 논란이 된 적이 있다. 이 섬에는 현재 18세대 상주인구 36명이 거주하고 있으며 어선 21척과 마을공동어장 17ha가 있으며 주로 홍합, 개조개, 바지락 등 수산물을 생산하고 있다.

최근 거제시의회에서는 연간 약 80만명의 관광객이 방문하고 있는 외도해상관광농원에 방파제건설을 지원하는 문제를 두고 시정질의와 답변이 있었다. 지역관광산업의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이곳에 너울성파도로인해 유람선이 선착장에 접안하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시에서 방파제 건설을 지원해야 한다는 시의원의 주장에 대해 거제시장으로부터 소요예산 약 70여억원의 확보가 어렵고 시민들의 동의절차도 필요하므로 국도비 지원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는 답변이 있었다.

이 두가지 사례를 접하면서 재원확보가 한정적일 수 밖에 없는 공공예산의 집행에 대한 기본원칙을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두 곳 모두 당사자 입장에서 볼 때 절실한 시설임에는 분명하겠지만 공공예산 집행을 위한 대원칙인 투자 효용성과 우선순위, 형평성 등을 놓고 따져본다면 일부의 주장과는 다른 결론의 도출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황덕도 다리의 경우 투입비용에 비해 효용의 발생은 전체 시민 가운데 극히 일부 주민에게만 직접혜택이 돌아간다는 점에서 미미할 수 밖에 없고 형평성도 논란이 있을 수 있겠지만 주민들의 기본생활에 관련된 시설이란 점에서 우선순위를 부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외도 방파제의 경우는 어떻게 생각해야할까. 이 시설은 시민들의 기본생활에 필요한 시설로 보기 힘들고 특정기업의 운용에 관련된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시설의 공익적 가치, 지역경제 기여도 및 형평성, 시설의 시급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판단해야할 문제가 아닐까 싶다.

민자유치를 위해 도로 등 기본시설에 대해 자치단체가 지원약속하는 경우도 더러 있겠지만 행정의 역할은 어디까지나 절차상 불편이나 부당한 대우를 해소하는 것이지 특정시설을 무상으로 지원하는 것은 아닐 터이다. 방파제 지원을 건의한 시의원이 사업자 측의 야외음악당, 매표소 등 부대시설 증축, 테마보강, 유리온실, 전기해저케이블 설치 등 자체 사업확장 계획의 반대급부로 시설을 지원해야 한다는 요구 또한 공공예산의 본질과는 거리가 있다.

외도해상관광농원이 연인원 1백만명에 약 500억원의 지역내 관광산업 파급효과를 창출했다는 주장은 지역사회에 대한 지나친 자만으로 비춰질 수도 있겠다. 거제관광 발전에 대한 외도의 기여는 당연히 인정되지만 그것은 외도만이 고군분투한 결과가 아니라 해금강. 학동 등 거제의 아름다운 자연자원과 유람선, 음식 및 숙박업소, 산업관광자원으로 큰 몫을 수행하고 양대 조선소, 행정과 지역주민들의 합작품으로 보는 것이 더 타당하지 않을까 싶다.

외도에 대한 방파제 건설지원 주장에 대해서는 추가로 다음과 같은 몇가지 점에 대해 행정 및 사업자, 시민사회의 반문이 필요하며 이를 통해 자칫 있을지도 모를 여론의 호도를 경계하고자 한다.

첫째, 기업의 직접적인 지역기여도는 지방세와 고용효과를 통해 평가받아야 하며 외도도 예외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이외에도 외도 및 유람선 사업자들이 지역기여도를 주장하는 근거의 하나인 국립공원입장료는 거제시와는 직접 관련이 없는 부분이다. 따라서 방파제의 건설 지원을 주장하기에 앞서 지방세 납부실적과 앞으로 방파제를 통해 증가될 접안일수가 거제시 세수 유입분에 얼마 정도의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인지에 대해 구체적인 설명이 필요하다.

[참고표] 거제시 지방세 납세자 순위(2004년)

순위	업체명	순위	업체명
1	대우조선해양㈜	21	서○○
2	(주)케이티앤지	22	청림산업
3	삼성중공업㈜	23	삼성중공업 제11차 직장주택조합
4	한국 필립모리스(주)	24	기산종합건설
5	한국석유공사	25	정○○
6	덕산종합건설	26	SK해운(주)
7	(주)천부개발	27	김○○
8	브리티쉬 아메리칸 토바코코리아	28	장승포농업협동조합
9	송화인베스트먼트	29	서울시 담배수입판매업체
10	삼오종합건설	30	유한
11	태완	31	상진종합건설
12	국민은행	32	한국전력공사 거제지점
13	거제수산업협동조합	33	신우산업개발
14	로이젠	34	창우
15	농업협동조합중앙회	35	아이피케이
16	일성건설	36	건화공업
17	주영종합건설	37	성보산업개발
18	박○○	38	거제축산업협동조합
19	신현농업협동조합	39	경남은행
20	대명	40	씨에스에어토탈

둘째, 기여도가 인정된다 하더라도 수익자부담원칙이 우선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공공의 이익에 직접 기여하는 정도가 큰 택지조성이나 재개발사업의 경우 비록 행정이 주관하더라도 도로, 공공녹지, 하천 등에 대한 비용부담은 수익자인 소유주에게 속하게 되며, 사업으로 인한 이익의 추가발생분에 대해서도 세금이 부과되는 것이 원칙이다.

셋째, 사업의 우선순위를 놓고 볼 때 외도 방파제 건설은 해상농원의 운영을 위한 필수시설이 아니라 접안일수 즉, 개장일수를 증가시키기 위한 추가시설이란 점에서 공익적 시급성이 요구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넷째, 형평성의 원칙이다. 관광거제가 도시미래를 위해 중요하고 인근 통영시와의 경쟁력 확보도 중요하지만 거제시의 경우 현재 수산업과 조선업이 중심산업이란 현실을 바로보아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공공예산을 통한 외도 방파제 건설지원은 조선소 직원들이 국가 및 지역경제에 대한 기여도를 근거로 출퇴근 편의를 위해 회사 바깥에 공영 무료주차장 건설을 요청하는 경우와 그다지 다를 바 없으며 해당기업의 지역기여도를 떠나 이러한 시설의 설치를 행정의 부담으로 하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고 본다. 또한 외도의 방파제로 인해 유람선 접안일수가 늘어날 때 직접 이익을 받는 대상은 시민이나 유람선사업자, 행정이 아니라 사업자와 관광객이란 점에서 시설설치 비용의 부담자가 누구인지는 분명해진다.

마지막으로, 외도에 대해 특별한 기대를 가지고 찾아온 관광객들을 방파제를 이유로 한번씩 돌려보내야 한다는 사실은 가슴 아프지만 관광객만족도를 증가시키는 문제는 거제시의 의무이기도 하지만 결국 사업자가 해결해야할 과제이다. 따라서 개장 11년이 지난 외도해상관광농원의 사업확장계획에는 관광객들을 위한 안전과 편의 시설 확보에 대한 투자도 포함되어야 할 것이며 이것에 대한 결정과 부담은 당연히 사업자의 몫으로 돌아가야 할 것이다.

외도를 찾았을 때 아름다운 자연과 정성이 베인 정원을 통해 창업주의 땀을 가슴으로 느낄 수 있었다. 아울러 외도해상관광농원은 거제를 대표하는 자랑스런 관광자원으로 인정받고 있다. 그래서 칼럼을 쓰는 동안 마음이 그다지 편치 못함도 사실이지만 외도의 자연이 스스로 경쟁력을 갖추고 오랫동안 우리 곁에서 사랑받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드리는 쓴소리라는 점에 대해 사업주 및 시민사회의 이해를 구한다. 또한 외도 뿐만이 아니라 공공예산을 기대하고 있는 많은 예정사업들에 대한 처리기준을 정하는데 참고가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