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대표 정성립) 조립3부에 근무하고 있던 김철환씨(44)가 지난 6일 저녁 6시경 독극물을 마시고 쓰려져 119구조대에 의해 대우병원으로 후송, 위세척 등 응급조치를 취했으나, 8일 새벽 2시 25분 끝내 소생하지 못하고 사망했다.

산재와 끊임없는 고통

김씨는 2001년 1월 29일 대우조선소에서 야간작업 도중 고장난 용접장치를 교체하다가 1.8m 높이에서 추락해 허리를 다쳤다. 사고이후 허리부분 통증이 왔지만 ‘괜찮겠지’하며, 2월 5일까지 근무를 하다가, 6일 연차g휴가를 내고 병원을 찾은 결과 ‘인대가 놀란 상태이므로 무리한 작업을 하지마라’는 의사 소견이 있었으며, 회사에서는 물리치료를 받으라고 권했다.

이틀 후 연고지인 부산의 경희병원에서 진단을 받아 본 결과, 요배부 염좌, 외상성관절증후근, 척수인대손상 등의 진단을 받고 산재신청을 냈다. 회사에서 산재처리 지연으로 지난 4월쯤 산재승인을 받았다.

김씨는 부산 경희병원, 고신대학병원, 대우병원 등을 다니면서 치료를 받아 왔다가, 신경성 방광, 발기부전, 배뇨장애 등 비뇨기과 질환이 추가로 발생해 더욱 큰 고통을 겪고 있었다. 특히, 김씨는 1천2백만원이 넘는 비뇨기질환 시술 비용의 회사부담문제를 지난해 8월부터 노조에 고충상담을 의뢰해 회사와 협의했지만 쉽게 해결되지 못했다.

이에 7월 회사는 김씨에게 1회에 한해 시술비용을 지급하겠다고 통보함에 따라 이후 문제는 법적 시비가 남아 있는 상태다. 일단 수술비용문제가 정리되자 올 8월부터 부산 고신대학병원으로 방문하여 수술일정을 잡았으나 비뇨기과 의사와 신경외과 의사의 수술 소견이 달라, 정신적 고통만 가중되었다.

노동자들, ‘산재 이겨내기 너무 힘들다’

김씨는 94년 한라조선소로 갔다가, 다시 95년 재입사했다. 재입사 이후 생활경제를 책임진 가장으로, 힘들어도 말 한마디 하지 못하고 묵묵히 일했다고 한다.

산재 이후, 회사는 공상이나 자가 치료 등을 종용했다고 유족들과 노조 관계자들이 전하고 있다.

대우노조 한 관계자는 “산재 발생시 회사는 직장 반장과 노무관리팀, 인력부까지 나서 산재 신청보다 공상이나 자가 치료를 요구하고, 그러지 않을 경우, 여러 가지 방법으로 회유하거나 협박까지 일삼는다”고 밝혔다. 노조측은 김씨의 경우도 그런 일이 있었는지 정확하게 조사하고 있다고 한다.

유족인 김영근씨(40)는 “항상 현장으로 복귀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으며, 죽기 일주일 전쯤 회사 과장과 전화통화 이후 심리적으로 매우 불안해 졌다”며, “그날 이후 우울증 증세까지 보여 심각한 상태로 변한 것 같다”고 밝혔다.

유족 김씨는 “회사 과장과 통화하면서 음성을 높이고 매우 흥분한 상태였다”며, 그 당시 통화 내용이 “회사에서 치료비와 수술비 문제로 심하게 싸운 것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에 대우조선 안전담당 박원열 부장은 “사망자가 회사 과장과의 통화 때문에 사망에 이르게 된 것은 아닌 것 같다”며, “당사자는 수술을 앞두고 있었고, 치료비도 회사에서 1회 지불하기로 했기 때문에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대우조선 노동조합 관계자는 “김 조합원은 산재를 당했지만 오랜 기간동안 정신적 고통과 여러 합병증으로 가슴앓이 했다”며, “회사가 산재 처리조차 지연시키므로 더욱 큰 고통을 주었다”고 밝혔다.

또한, 노조 관계자는 “김씨와 같은 산재 노동자들이 회사에 산재신청해도 손쉽게 내주지 않으며, 산재 판정까지 오랜 시간동안 회유와 협박 등을 당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조는 “회사가 산재신청을 제대로 받아 주지 않는 이유”에 대해, “산재 발생률이 높으면 선박수주에 큰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노조가 주장하는 ‘산재 발생률이 높으면 선박수주에 영향을 받느냐’는 질문에, 회사 관계자는 “외국선박회사에서 산재 발생률을 체크하기 때문에 영향을 받는다”고 털어 놓았다.

특히, 노조에서 ‘산재 받기 힘들다’라는 말에, 회사측은 “사실과 다르다”며, “2~3년 전부터 신속하게 처리해 주고 있다”고 설명하고, “산재 처리에서 있어 현대보다 몇 배로 많게 받아주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박 부장은 “회사가 산재환자들에게 회유나 협박하는 일은 없다”며, “단지 오래 동안 병원에 있으면 운동부족으로 다른 병이 생기니까 운동이나 현장에서 가벼운 작업 등을 하라고 말한다”고 해명했다.

이번 김씨의 사망사건과 관련 대우조선노동조합은 상집회의를 갖고 장례대책위 구성 등 이후 일정을 확정하여 진행하고 있다. 회사와 장례절차를 협의한 이후 노동자장으로 치루어 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김씨와 비슷한 사건이 지난해 11월에도 발생했었다. 당시도 산재로 인해 고통을 받아 오던 노동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어, ‘이번과 사건과 너무나 닮아 있다’고 노조 관계자들이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