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진석

겨울은 언제나 그렇듯 길게만 그껴진다. 이번 겨울은 거기에 보태어 답답하고 무섭고 잔인했다. 겨울이란 다 그런 거지, 하고 안일하게 대응했던 마음에 깊은 상처를 내며 아직도 버티고 서 있다. 문바람을 막기 위해 풍지를 마련하고, 시린 발가락을 덮기 위해 양말을 덧신어본다.

차가워진 가슴을 녹이기 위해 난로 위 주전자에 커피를 부어도 효력은 잠시뿐이었다. 가슴에 난 구멍을 메우고 버티려 해도 좀처럼 온기를 느낄 수 없었다. 온통 잔인하게 밀려오는 이 겨울의 한기를 밀쳐내려 하지만 우리에겐 더 이상의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

솔직히 말하자면 몇 해 전부터 시작된 코로나로 기본 체력은 허약해져 있었다. 회복이란 말은 입에 담기조차 어려웠고, 시시때때로 주저앉고, 쓰러지기를 여러 차례 하였다. 갑진(甲辰) 새해라 하여 마음을 다잡아 몸을 일으켜 희망이라는 태양을 간절히 바라다 보려 한다.

텅 빈 호주머니에서 그나마 겨우 끄집어낸 용기를 지그시 눌러 고개조차 들지 못하도록 한다. 앞으로 두어 해는 더 고개 들 생각은 말라며 경고까지 한다. 내 안에 있는 모든 힘을 끄집어내어 탈출해 보려 해도 이제는 소용이 없다.  이 지겨운 겨울이 언제쯤 우리 곁에서 떠나려는지 예측하기도 어렵다.

그러나, 우리는 여기서 어찌해야 하는 걸까. 잔인한 겨울의 한기 앞에 무작정 고스란히 떨고만 있어야 할까? 아무리 주저앉고 쓰러진다 하더라도 다시 무릎에 힘을 모아야 하는 게 우리에게 주어진 책무다. 허름한 체구의 구석구석에 남아 있는 티끌만 한 힘이라도 모두 긁어모아 다시 일어섬을 시도하는 게 맞다.

일월은 지난 삶의 힘들었던 역경을 떨쳐버리고, 새 삶을 꿈꾸어야 함을 요구하는 달이다. 그 꿈의 언저리에 가까이 가지 못하고 이만큼에서 주저앉는다고 해도 한번은 시도하고 용기를 내어야 목적지에 갈 수 있지 않을까. 가다가 주저앉거나 넘어져서 일어서지 못한다 해도 이번에는 포기해선 안된다. 포기는 영원한 도태의 길목 앞에 있는 함정이다. 그 함정은 끝없는 절망의 나락이 될 것이다. 우리 곁에는 언제나 믿고 신뢰하며 함께 하는 가족이 있고, 동료가 있고, 그리고 주변 분들의 각별한 사랑이 있다.

지금의 시간은 우리에게 주어진 현실이고, 우리가 감내해야 할 상황이며, 아무리 어려운 역경이 우리 앞에 버티고 있어도 좌절해서는 아니되며, 가다가 넘어지면 다시 일어서면 되는 것이다. 아직은 일월이 아닌가. 일월은 해를 바꾸어 다시 시작하라는 지점이다. 지난해의 일은 모두 접어 버리라고 매듭을 만들어 준 게 설날이다. 한 살 높아졌다는 건 그만큼 더 큰 지혜를 가지라는 뜻이다. 이 일월에는 과거에 묶이지 말고 새로운 출발을 하라는 달이다.

이젠 축 처진 어깨를 바로 세워야 한다. 앞으로 두어 해는 힘든 시기가 될 거라는 예측이 있다. 오히려 예측되는 앞날의 극복을 위해 조금 더 힘을 보태면 우리에게도 희망이 찾아올 것이다. 일월은 다시 마음을 다잡아 새 출발 하라는 명령을 던지고 있다. 일어서라, 일어서라. 저 응원의 함성이 들리지 않는가.

청룡의 해. 첫 달 일월에 온 국민이 희망을 품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경제전문가들의 힘든 시간 예측에 너무 민감할 필요는 없다. 새해의 꿈을 가져 보고, 치밀한 계획과 실행이 따라준다면 충분히 극복하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