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는 남해안을 주름잡았는데...』

부산을 출발, 거제 통영을 거쳐 전남 여수까지 운항하던 남해안 여객선
의 대명사인 「엔젤호」가 역사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최근까지 엔젤9호를 부산~고현 항로로 운항시켜온 (주)온바다는 지난달 12일 내습한 태풍 「매미」때 선체가 크게 파손된 이 배를 폐선시키고 이 항로에 다른 쾌속선을 취항시키기로 했다고 22일 밝혔다.

(주)온바다는 지난달 태풍때 부산항 연안여객터미널에 정박해 있던 엔젤9호가 바지선과 부딪쳐 조선소에 수리를 맡겼는데 조선소 독에 올려지던 중 크레인 붐이 부러지면서 4m 아래로 추락, 수리가 불가능해져 이같이 결정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에따라 엔젤호는 지난 1971년 4월 한려개발(주)에 의해 이탈리아에서 처음 도입된 이후, 1992년 엔젤1호, 1998년 엔젤3호 폐선에 이어 이달 엔젤
9호 폐선을 마지막으로 32년6개월만에 남해안에서 자취를 감추게 됐다.

(주)온바다 김성진 부장은 『올해로 운항 19년째인 엔젤9호를 마산~고현 항로에 투입하려고 마산해양수산청에서 면허까지 받은 상태에서 뜻하지 않게 이런 일을 당하게 됐다』며 아쉬워했다.

지난 70년대 첫 취항 당시 엔젤호는 36노트의 속도를 내는 국내 최초 쾌
속선으로 「똑딱선」이라 불리며 15~16노트로 남해안을 운항하던 일반여객선 시대를 마감하고 쾌속선 시대를 연 주인공이다.

또 부산~통영을 1시간30분만에 주파, 1박을 해야했던 부산길을 반나절로 줄여 당시로서는 해상교통혁명으로까지 받아 들여졌다.

특히 엔젤호는 고속운항시 수중날개를 이용, 선체가 물위로 부상하는 수중익산구조로 설계되어 있어 2~3m의 비교적 높은 파도에서도 운항이 가능했고 연료비가 적게 들어 선박회사 경영에 효자노릇을 톡톡히 하기도 했다.

1984년산인 엔절9호는 지난달까지 세월따라호와 함께 부산~고현 항로를 하루 세차례 왕복 운항했는데, 선체길이 18m, 선폭 4.8m, 운항속도 32노
트, 총톤수 57.8t, 승객 71명을 태울 수 있었다.
경남신문 박영록기자 pyl21c@kn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