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교육청은 지난 10일 창원상남중학교외 8개교에서 열린 제39회 경남중등학생 종합학예 발표대회의 종목별 입상자 549명을 발표하면서 장목중학교 3학년 정기우군이 시조부문 장원을 차지했다고 발표했다.
또 미술 카툰부문에서는 거제 옥포중 3년 권주은양이,음악 전통음악독창
부문에서는거제 옥포중 2년 김윤지 양이 각각 최우수상을 차지했다.

백일장은 중학생 51명 고등학생 44명, 미술은 중학생 132명과 고등학생
133명, 음악은 중학교 92명(팀)과 고등학교 69명(팀), 무용은 중학교 15명
과 고등학교 13명이 각각 입상했다.

한편 우수입상자는 내달 창원, 마산, 진주, 양산에서 개최하는 「경남청
소년 푸른희망 2003 축제」행사인 종합학예발표대회, 관현악제, 합창제, 연제, 동아리발표대회에 참여하게 된다.
 

-제39회 경남중등학생 종합학예 발표대회 도대회 시조 부문 장원 작품-

                            자 화 상
                   장목  중학교    3년                 정기우

거울 속 비추어진
초라한 내 모습은
따가운 거짓의
햇살에 그을려
진실의 새하얀 빛을 바래어만 간다

조그만 밭뙈기에
힘겹게 매달린
가족들의 무거운
몸짓이 부끄러워
가슴속 희망의 빛은 그늘만을 품는다

이제는 잿빛의 눈물을 훔치고
행복이 번지는 새하얀 얼굴만이
빛나는 그날을 위해 달음질 치리라

*지도교사 :신 승 익

한편 장목 중학교는 신승익 선생님의 지도로 3학년 이영인 학생이 제3회 전국농어촌청소년문예제전 수필부문에  응모해 당당히  최우수 작품으로 당선돼 겹경사가 났다-

                                  
                                 세 잎 클로버
                                                             장목 중학교     3년       이  영  인

  햇살이 따뜻하게 내리쬐는 아침 시간이다. 학교 뒤뜰에는 이름 모를 들풀들이 한창 어우러져 있다. 그 중에 내가 유일하게 이름을 아는 풀이 하나 있다. 초등학교 다닐 때 한 송이 두 송이 뜯어 반지와 팔찌를 만들곤 했던 토끼풀. 흔히 클로버라고도 한다. 그런데 나는 여태껏 네 잎 클로버를 이상하게도 본 적이 없다. 찾으려고 아무리 애를 써봐도 잎이 세 개 달린 녀석들만 눈에 들어왔었다. 그때마다 나는 그런 요행수는 뭣하러 바래 쳇!하면서 친구가 꼭 쥐고 있는 네 잎 클로버를 살짝 흘겨보기도 했었다. 솔직히 나는 네 잎 클로버 찾기를 원했던 것 같다. 왜일까? 나에게는 네 잎 클로버가 없어서? 아니면 그것이 가져다주는 행운 자체를 찾지 못했기 때문에?
  나는 운이 지지리도 없다. 특히 반에서 짝을 만들 때 하는 제비뽑기는 할 때마다 희생양이 되곤 했었다. 모두다 원하는 짝을 만나서 앉아도 나는 모두가 꺼려하는 아이들이랑 앉게 되기가 일쑤였다. 그래서 난 항상 운이 없다고 생각하며 살았다.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 난 그 원인이 네 잎 클로버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나에게 주어진 모든 것이 바로 네 잎 클로버를 찾지 못한 내 운수 때문일 거라고 말이다. 친구, 사는 곳, 가족들... 모두다.
  얼마 전 엄마랑 심하게 다투었다. 새로 생긴 남자친구를 숨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하는 모든 짓으로 봐서는 꼬투리 잡힐 일 투성이다. 그래서 늘 조심하려고 하는데도 엄마가 나에게 관심을 가지시니까 하나하나씩 들키게 된다.
  나는 엄마를 할망구라고 부른다. 나만의 애칭이랄까? 하지만 그냥 웃고 넘기기에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하나둘 씩 생겨나는 흰머리, 머지않아 백발의 할망구를 보고 진짜 할머니가 될 그때도 지금처럼 웃을 수 있을까? 예전에는 엄마를 매우 사랑했었다. 그래서 엄마가 잠시라도 없으면 살 수 없을 것만 같았다. 그런데 요즘에는 엄마가 없는 곳에 있고 싶다. 친구가 점점 좋아지고 세상의 흥미로운 것에 빠져든다. 그러다보니 어릴 적부터 당부말씀을 귀에 박히도록 많이 하셨는데 그 말을 어기고 이렇게 세상과 하나가 되어 가는 나를 보실 때마다 한숨을 내쉬고 계시는 것도 몰랐다. 그리고 나는 그게 토끼풀밭에 널려 있는 날 닮은 세 잎 클로버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 녀석을 탓할 만큼 나는 세 잎 클로버랑 닮은꼴이었기에 아직도 네 잎 클로버가 부럽기만 하다.
  오늘은 CA활동이 있어서 학교로 나왔다. 내가 들어 있는 부서는 문예반이다. 글쓰고 조사하러 다니고 가끔씩 영화도 보러 가는 반이다. 수업을 시작하기 전 선생님께서는 네 잎 클로버를 문예반원들에게 나누어 주셨다. 내가 그렇게 애타게 찾을 때는 눈 씻고 찾아봐도 없던 것들이 선생님 손에는 많이 있었다. 나는 그것을 보며 또 내 습관적인 생각을 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선생님은 운이 참 좋으신가봐. 에잇. 나는 뭐야.' 선생님께 받은 네 잎 클로버를 보며 웃고 있는 내 모습이 처량했다. 남에게서 물려받은 행운을 느끼며 기뻐하는 모습이 바보 같았기 때문이다.
  난 내게 주어진 환경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아빠의 직업은 목사님. 일요일이면 모두들 쉬는 시간에 나는 교회에 나가야 하고 지루한 설교를 들어야만 한다. 그것도 하루종일. 어릴 적부터 해온 일이기 때문에 의무적으로 행하고는 있지만 재미있는 프로그램이나 그 시간대에 아이들이 놀러간다는 소리가 들리면 나는 부러움에 몸서리친다. 그리고 목사 월급은 그리 많지 않다. 그래서 엄마가 돈을 벌러 나가시기 전에는 언제나 적자였다. 옷 하나도 살 수 없을 만큼. 2학년 수학여행 때 모두들 옷 사고 신발 살 때 나는 집에 있는 옷을 아무거나 입고 갔다. 엄마한테 졸라보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엄마도 괴로워 하셨기에 그냥 있는 옷을 입고 여행을 다녀왔다. 우리 오빠는 공부를 잘한다. 그렇게 잘하는 건 아니지만 나보다 훨씬 잘한다. 그리고 착해 빠져서 내가 괴롭혀도 군말 하나 안 하고 자기 할 일을 한다. 나는 언제나 그런 오빠와 비교 당하며 살아야 했다. 그러나 내가 어릴 때는 부모님이 나만 예뻐하시고 오빠를 많이 때렸다고 하셨다. 오빠가 손들고 울며 벌 서 있는 사진을 보시고 엄마는 매일 우셨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죄책감에 시달리며 살아야 했다. 경제적인 여유, 학벌, 집안, 외모... 이 모든 것을 하나도 갖추지 못했던 나는 나를 둘러싸고 있는 주변환경에 언제나 불만을 갖고 살아왔고 지금 역시 그렇다. 그런데 신기한 게 한가지 있다. 오빠가 고등학교에 들어갈 때의 일이다. 그때도 역시 우리 집은 적자였고 당장 오빠의 기숙사비가 가장 큰 문제였다. 고등학교가 워낙 멀리 떨어져있어서 100여 만원을 조금 넘는 3달치 기숙사비를 우리가 만들어 낼 리 만무하고 우리 부모님의 성격 상 이집 저집 손벌려가며 돈을 빌리실 리도 없었다. 그런데 교회에 나오시는 집사님 한 분께서 우리를 도와주셨다. 또 외할머니께서도 곗돈을 타셨고 그때 마침 내가 학교에서 장학금도 받았었다. 그래서 그 때는 무사히 넘길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나에게 온 행운이 아닌 오빠에게 닥쳐온 운이었다. 그것은 엄마와 나를 떨어지게 만드는 계기가 되어버렸다. 그 후 엄마께서는 취직자리를 알아 보신다며 집에 잘 계시지 않았다. 결국은 과일장사를 하시게 되었다. 엄마가 일하시는 곳에 종종 가보는데 그때마다 내 신세를 한탄한다.
  TV나 만화 같은 것을 보면 주인공들은 모두다 행운아이다. 그럴싸한 집안에, 모두다 부러워하는 외모에, 평생 백수로 지내도 거뜬할 만큼의 재산. 나는 그게 너무나 부러웠다. 잠자리에 들기 전에 주인공과 같은 배경을 가지게 되는 상상도 해봤고 그런 사람들과 내가 잘되는 꿈도 꿔봤다. 그러나 눈을 뜨면 과일장사 나가시는 어머니, 지루한 설교준비에 여념이 없으신 아버지, 옆에서 책을 읽고 있는 오빠. 좁아터진 방에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있는 나.
모두가 싫었다. 아니, 싫다. 나는 왜 그런 행운이 하나도 없는 것일까? 휴∼ 한숨만 나온다.
  오늘 아침. 수업이 시작되기 전 학교 뒤뜰에 나가 햇살을 받으며 토끼풀을 꺾어보았다. 어쩌다보니 시들하고 못나고 고르지 못한 놈들로만 골라 네 송이를 꺾었다. 모두다 세 잎 클로버. 얄미운 녀석들이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가여운 놈들. 네 잎 클로버에 치여 언제나 찬밥신세가 되어야만 했었던 녀석들. 길다란 꽃가지에 가리어 햇빛도 못 받고 키도 덜 자란 채 이제 져만 가는 내 형편과 너무도 비슷한 녀석들. 내가 앉은 옆에 살짝 놓아 보았다. 하나. 하나. 하나. 그리고 마지막 하나. 넷이서 부대끼며 흔들바람에 내 옆자릴 앞다퉈 차지하려는 것만 같았다. 그 모습을 보며 나 혼자 웃었다. 그 모습을 누가 봤더라면 아마 정신병원을 연상했을 정도였을 것이다.
  그래, 지금 내게 주어진 네 잎 클로버보다도 뜰에 널부러진 세 잎짜리 녀석들이 어쩌면 더 운이 좋을지 몰라. 눈에 잘 띄는 꽃들은 누군가에 의해 꺾여야만 하지만 이 녀석들은 그 장대들을 방패막이 삼아 잘 견뎌왔다. 나도 그럴 수 있을까? 아무 의미 없는 세 잎 클로버들처럼 남들 앞에서 수수하게 피었다가 조용하게 질 수 있을까? 다른 사람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고 그냥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히 살다가...
  나에게 주어진 모든 것이 행운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내 종교를 갖고 믿음으로써 힘들거나 고난이 생길 때 기도하고 사후에 좋은 곳으로 갈 수 있다는 신의. 그리고 엄마가 과일 장사를 함으로써 오는 엄마의 건강. 또 하나. 오빠의 단순함 때문에 드러나는 나의 특별함. 모두가 부러워하던 네 잎 클로버는 이제 더 이상 나에게 요행을 가져다주는 존재가 아니다. 그 요행을 바라게 만드는 하나의 목적이 되는 수단일 뿐. 그리고 세 잎 클로버를 닮은 나도 그리 운이 없지만은 않다는 것을...                  
                                                                                       *    지도교사 신 승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