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로수용소 유적공원 시설물 철거는 공청회나 토론회 등 시민 숙의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거제시가 추진하는 거제포로수용소유적공원(이하 유적공원) 시설물 철거 및 시민공원화 계획이 유적박물관을 제외한 모든 시설물을 철거한다고 알려지면서 거제 시민의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유적공원은 한국전쟁 당시 전쟁 포로를 수용하려고 설치한 한반도 최대 규모 집단화 시설의 마지막 흔적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유엔군이 관할하던 거제포로수용소는 1949년 체결된 제네바협약에 따라 엄격히 관리된 역사적 의미가 있고 거제시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추진은 시민의 기대를 오롯이 모으고 있습니다.

휴전협정 직후 폐쇄되어 일부 잔존 건물만 남았지만, 한국전쟁의 참상을 말해주는 역사 교육의 현장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아서 1983년 경상남도 문화재자료(제99호)로 지정되었고 이후 거제시가 유적 공원화 사업을 추진해서 지금의 모습을 갖췄고, 2012년 지방공기업 출범에 앞서 ‘현물 출자’ 방식으로 거제해양관광개발공사에 소유권을 넘겼습니다.

한때 거제 대표 관광지로 주목받기도 했지만 열악한 거제해양관광개발공사 재정으로는 시설 개보수 등 관리에 어려움이 있어 경쟁력이 떨어졌고 때문에 유적공원은 거의 모든 시설의 노후화, 전시 체험 내용 부실, 전시 기법 낙후, 편의시설 열악 등을 지적받아 왔습니다.

거제시는 유적공원의 시설 노후화와 볼거리 부족 등 경쟁력 약화를 철거 이유로 들었고, 유적공원을 소유하고 있는 거제해양관광개발공사는 시설비 명목으로 국•도비 지원 공모에 응모할 수 없어서 유적공원 부지를 거제시로 이전하여 국•도비를 지원받아 시민공원화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으로 알려졌습니다.

거제시의회 행정복지위원회는 지난 22일 '포로수용소 유적공원 공유재산 취득 동의안'을 심의, 가결하고 11월 1일 거제시의회 본회의에서 의결하면 거제해양관광개발공사 이사회 의결 등을 거쳐 소유권이 거제시로 넘어오게 된다고 합니다.

거제시는 지난해 9월 포로수용소 시민공원화 용역을 완료했습니다. 3단계 사업으로, △1단계 시설물 철거 및 녹지 조성 (69억 원) △2단계 유적박물관 조성 (134억~329억 원) •1-1안: 기존 유적박물관 시설 보수 및 리모델링 (134억 원) •1-2안: 유적박물관 철거 후 신규 조성 (189억) •2안: 별도 부지에 신규 조성 (147억 원) •3안: 현 주차장 부지를 지하주차장으로 조성 후 상부에 신규 조성 (329억 원) △3단계 시민공원 조성 (192억 원 이상)으로 2단계 유적박물관 조성 방안 네 경우에 따라서 최소 395억 원에서 최대 632억 원 + 알파라는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입니다.

거제시는 시설물 철거를 지난해 9월 시민 1천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포로수용소 시민공원화’ 용역 설문조사 결과를 근거로 내세우지만, 이런 대규모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을 용역 결과(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 수립)에만 의존해서 추진하는 것은 무모하기 짝이 없는 부실행정이라는 비판을 피해 갈 수 없습니다.

무엇보다 공청회나 토론회 등을 통한 전문가와 거제시민의 숙의 과정 없이 공원화를 추진하면서 한국전쟁의 아픔과 교훈을 담고 있는 포로수용소의 역사적 가치 훼손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거제도포로수용소유적공원은 거제시청 누리집에 ‘전쟁역사의 산 교육장 및 세계적인 관광명소로 조성되었다.’라고 소개하고 있고, 유적공원 누리집에는 ‘국가보훈부에서 지정한 현충시설로서 6·25전쟁 포로들을 통해 전쟁의 참상을 되돌아보며 일상 속 평화의 가치를 깨달을 수 있는 역사문화공간입니다.’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산책로 등 여가시설 중심의 시민공원으로 탈바꿈시키겠다는 취지에 매몰되어 역사 유적지를 훼손하는 공원화 사업은 쇠뿔을 바로잡으려다 소를 죽인다는 교각살우의 우려를 지울 수 없습니다.

공원 조성에 필요한 최소한의 철거와 시설 고도화를 통한 유적공원 경쟁력 확보를 사업의 기본 방향으로 설정하는 것이 온당해 보입니다. 명칭을 시민공원으로 바꾸려는 계획도 납득이 어렵습니다.

양대조선소와 함께 거제포로수용소유적공원은 거제시의 상징과 다름없는 소중한 자산입니다. 특히 유적공원은 과거의 상처를 상기시키는 동시에, 현재와 미래의 평화와 화해를 위한 상징적인 공간입니다.

11월 1일 거제시의회 본회의에서 심도 있는 숙의와 토론을 기대합니다.

2024. 10. 31. 거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