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성갑

"교육은 백년지대계"라는 말은 중국 춘추시대 제나라 재상 관중이 썼다고 알려진 '관자'라는 책에서 유래한다. 이 말은 "곡식을 심는 것은 일년지계, 나무를 심는 것은 십년지계, 사람을 심는 것은 종신지계"라는 구절에서 비롯되었는데 이 말은 교육이 미래 100년을 좌우할 큰일로, 그에 맞게 길고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뜻이며, 교육은 국가와 사회 발전의 근본 초석이기 때문에 100년 앞을 내다보는 큰 계획으로 여기고 그만큼 신중해야 한다는 뜻이다.

경남 마을교육공동체 지원 조례는 지역 교육의 활성화를 목적으로 2021년 7월에 제정된 조례이다. 이 조례는 '평생교육법' 제5조와 '청소년기본법' 제48조에 따라 학교, 마을, 지역 사회가 연대하고 협력하는 교육생태계 조성을 위해 만들어졌는데, 필자가 당시 도의회 교육위원으로 재직 시 이 조례 제정 당시의 상황은 아주 순탄했다. 조례 제정에 반대하는 의원도 없었고 별다른 문제 없이 원안 가결되었던 조례였다.

지역 교육의 활성화와 지역 사회 참여 강화, 교육의 중립성 확보, 지역 교육 기회의 균등 확보 그리고 가장 큰 문제로 꼽히는 지역 소멸 대응을 하기 위한 조례였기 때문에 그 누구도 해당 조례의 필요성에 이의를 논하지 않았을 거라 생각된다.

그런데 얼마 전 이런 말이 무의미할 정도로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경남도의회는 지난달 15일 제418회 도의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경남 마을교육공동체 지원 조례 폐지안을 가결했고 도 교육청의 재의요구가 있었지만, 11월 20일 해당 조례는 폐지되었다.

경남도의회 조례 정비특별위원회는 "100억 원 이상을 투입하는 마을교육공동체 활성화 사업이 마을 강사·배움터 선정 등에 정치적 편향성 문제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며 조례 정비를 밝혔고 조례 폐지안은 마을교육공동체 사업의 운영이 부실하다는 지적 또한 포함하고 있다. 교육청이 뼈를 깎는 고통으로 쇄신하겠다고 쇄신 방안을 제출했지만, 마을 강사의 정치적 중립 문제 등을 특위가 직접 확인한 결과, 이 같은 쇄신 방안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고 하며 폐지 조례안을 채택하였다고 한다. 공교롭게도 국민의힘 소속의 도의원이 절대다수인 상태에서 벌어진 일이라 유감스러울 뿐이다.

시행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이 조례가 의회 구성원이 바뀐 후 정치적 편향성이라는 이유로 폐지라는 돌이킬 수 없는 결정에 이르게 되었는지 답답하다.

조례 폐지로 미래교육지구와 행복학교, 지역 단위 마을학교 운영이 혼란과 차질을 빚을 전망이며 이는 교육 기회와 지역 교육의 기반을 잃을 수 있는 큰 문제로 작용할 수 있다.

그리고 지역 교육이 위축되어 지역 소멸을 가속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는 지역 사회의 참여를 강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마을교육공동체가 사라질 경우 지역 교육의 기반을 잃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학부모와 시민사회단체들은 조례 부활을 위한 도민의 참여를 촉구하고 '경남 마을교육공동체 지원 조례 폐지 반대 비상대책위원회'는 온라인 서명운동과 현장 홍보, 도의회 간담회 개최 등 조례 부활을 위한 활동을 진행하는 등 학부모님의 바람과 도 교육청의 쇄신 방안에도 불구하고 재석의원 62명 중 조례 폐지 찬성 55명 반대 5명 기권 2명으로 조례가 폐지되었다. 도의회 의원 구성을 보면 국민의힘 60명 민주당 4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국민의힘 소속 도의원들은 당론으로 조례를 폐지했다.

조례 폐지의 주된 이유가 마을학교 선생님들의 정치 편향성을 이야기하면서 정작 도의원들이 정치적 편향성으로 아이들의 교육에 개입하는 것은 아닌지 되묻고 싶다.

이 조례의 순기능도 분명히 있을 것이고 지역 사회와 교육 분야에 분명 이바지한 바가 있다.

실례로 필자의 고향에서도 이 사업은 여러 주민과 학부모들로부터 호평 일색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제점이 있다면 협의와 협치를 통해 개선하고 더욱 완성된 조례가 될 수 있도록 보완하고 또 보완해야 할 것인데 무작정 폐지라는 극단의 카드를 꺼낸 의도가 무엇일지 의심스럽다.

폐지가 능사가 아니고 다른 선택지가 분명히 있음에도 폐지라는 극단의 선택을 의회 구성원 다수로 밀어붙이고 있는 도의원들은 정말 지역민의 목소리를 제대로 듣고 지역 교육에 진심을 다하고 있는 것일까? 다수의 그늘에 숨어 묵언하지 말고 본인의 생각과 소신 그리고 지역민들의 의견을 수렴한 올바른 목소리를 내어주시기를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