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금강테마박물관·유경미술관(관장 경명자·유천업)은 2월 1일부터 2월 10일까지 해금강테마박물관 내 유경미술관 3, 4관에서 김경자 작가 초대전을 개최한다.

김경자 작가의 작업은 44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외부의 시선에서 숨겨져 있었다. 1979년, 해남 송지중고 종합고등학교에서 미술 교사로 부임한 이후 작가는 건축 자재로 사용되던 OSB 합판에 작업을 시작했다.

당시 경제적으로 넉넉지 않았던 상황에서 캔버스와 물감을 구하기 어려워 OSB 합판을 대체재로 선택했지만, 이 합판이 가진 독특한 무늬는 그에게 새로운 예술적 영감을 제공했다. 그러나 그 시절에는 전시에 이를 내놓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작가의 발목을 잡았다. 구상계열이 주류를 이루던 조선대 미술대학에서 비구상적 표현을 시도하는 것은 용기를 필요로 했고, 김경자 작가는 그 용기를 얻지 못한 채 작업을 발표하지 못했다.

이제, 44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김경자 작가는 자신의 초기 작업을 세상에 내놓았다.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야 그는 두려움을 극복하고, 자신의 예술적 정체성을 온전히 드러내는 작업을 공개했다.

금보성아트센터의 금보성 관장은 김경자 작가의 작업이 "현대미술에 가장 가깝다"고 평하며, 만약 환경과 주변의 시선에 구애받지 않았더라면 그녀는 이미 최고의 작가로 자리 잡았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OSB 합판은 본래 건축 자재로 주로 사용되었으나, 그 물성이 예술적 표현에 얼마나 적합한지를 보여준 김경자 작가의 사례는 우리가 흔히 간과하는 재료가 새로운 예술적 가능성을 지닐 수 있음을 증명한다. OSB 합판은 얇은 나무 조각을 직각으로 배열해 만든 목재 가공 패널로, 1980년대부터 국내 건축 현장에서 사용되기 시작했다. 이러한 산업적 재료가 예술적 표현의 도구로 변모한 것은, 그 자체로 예술의 확장 가능성을 시사한다.

김경자 작가의 이번 전시는 단순히 오래된 작업을 꺼내는 데 그치지 않았다. 그것은 예술이 시간의 흐름과 무관하게 여전히 생명력을 지니고 있음을, 그리고 어떤 재료든 예술가의 손에 의해 새로운 의미를 얻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시대의 압박과 개인적 두려움을 극복하고 자기만의 목소리를 찾는 과정은 모든 예술가에게 귀감이 된다. 44년이라는 긴 세월을 돌아, 이제야 비로소 자신의 작업을 세상에 내놓은 김경자 작가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예술이란 결국, 자신을 표현하는 데 있어 두려움을 극복하는 과정임을 그녀는 우리에게 가르쳐 주고 있다.

이번 전시는 서울 금보성아트센터 금보성 관장이 거제도 해금강테마박물관과의 협력사업의 일환으로 기획한 것이다. 금보성 관장은 금보성아트센터의 관장으로서 한국예술가협회 이사장을 겸임하며, 코리아아트페어 대표 등 여러 직책을 맡고 있다.

전시문의는 김태균 학예사(055-632-0670) 또는 해금강테마박물관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