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금강테마박물관·유경미술관(관장 경명자·유천업)은 3월 4일부터 3월 13일까지 해금강테마박물관 내 유경미술관 2관에서 유경미술관의 제211회 초대전인 백순길 작가 초대전을 개최한다.

백순길 작가의 작품은 흑백의 대비, 질감의 조율, 그리고 반복적 구조를 통해 돌의 형상을 재구성한다. 그의 흑백 작품에서는 돌이 점진적으로 형성되거나, 마치 픽셀처럼 쌓인 구조로 표현된다. 이는 마치 자연이 만들어낸 거대한 구조물인 동시에 인공적인 감각을 불러일으키며, 자연과 인간의 관계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유도한다.

이에 반해 컬러 작품에서는 돌의 표면이 더욱 환상적인 풍경으로 연출된다. 파란색과 흰색이 섞인 도시의 실루엣이 돌의 내부에서 번져 나오듯 표현되며, 이는 돌이 단순한 물질이 아니라 인간의 흔적과 기억이 새겨진 존재임을 암시한다. 특히, 별이나 십자가 문양이 배경에 배치된 것은 돌을 성스러운 존재로 인식하게 하여 정신적 상징성을 강조한다.

백순길 작가는 돌을 통해 인간 존재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돌이 지닌 영속성과 단단함은 인간의 삶과 대비되는 특성을 가지지만, 그의 작품에서는 돌이 단순히 견고한 물체로 머무르지 않고 공간 속에서 떠다니거나 해체되는 듯한 모습으로 표현된다. 이는 존재의 지속성과 변화 가능성, 그리고 인간이 남기는 흔적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고 있다.

백순길 작가는 뇌졸중으로 오른쪽 신체가 마비되는 극한의 상황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예술에 대한 열정을 포기하지 않고 왼손으로 다시 붓을 들었다. 그의 작품 속 ‘돌’은 이러한 극복의 과정과 의지를 담아내는 중요한 매개체다. 그는 돌을 통해 존재의 본질과 가치를 질문하며, 신체적 불편이 창작의 진정성에 큰 장애가 될 수 없다는 깊은 철학적 사유를 펼친다.

이처럼 백순길 작가의 예술은 인간의 극복에 대한 서사를 담고 있으며, 그의 ‘돌’은 단단한 자기 극복의 의지를 상징하는 친구와도 같은 존재다. 그는 돌의 이미지 속에 절제된 희로애락의 감정을 투사하며, 자신의 고단한 삶을 치유하는 버팀목으로 삼는다. 그의 작품이 주는 깊은 감동과 예술적 가치는, 현대 사회에서 우리가 존재의 본질을 다시금 성찰하도록 이끄는 강력한 메시지가 된다.

이번 전시는 서울 금보성아트센터 금보성 관장이 거제도 해금강테마박물관과의 협력사업의 일환으로 기획한 것이다.

전시문의는 정예빈 학예사(055-632-0670) 또는 해금강테마박물관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