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금숙

삼월이 가도 계절은 아직 겨울이다. 눈 폭풍에 북극 한파에 경칩이 지났는데도 반도는 꽁꽁 얼어붙어 있다. 움츠린 하늘이 또 비를 뿌릴것만 같은데 그래도 창밖엔 매화꽃이 피어 봄의 온기를 느끼게 한다.

부산에서 항공편이 운항하면서 도고온천으로 유명한 일본 시코쿠 섬의 마쓰야마는 지난해부터 자연과 온천, 자전거 트레킹, 예술문화를 즐기려는 관광객들이 입소문으로 찾고 있는 곳이다.

이번에 지인들과 함께 온천과 봇짱의 소설로 유명한 에히메현 마쓰야마를 찾은 것은 3월 중순경. 일본속의 일본이라 불릴만큼 에도시대 옛 문화와 환경과 삶의 흔적들이 많이 남아 있어 볼거리도 다양한 곳이 시코쿠 섬이다.
 

문학기행팀을 이끌고 나 역시 처음 떠난 이곳의 여정은 여행일정을 보고 현지사정을 조사하기 위한 답사형식이었지만 섬의 온화한 기후와 온천의 매력이 60대 이후 세대들이 즐길 수 있는 딱 맞는 힐링여행 코스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일본에서 가장 오랜 온천문화를 지키고 있는 도고온천의 역사는 3000년이 넘는단다.

부산에서 1시간 10분여의 거리에 위치한 마쓰야마 공항은 에히메현의 국제공항이지만 작은 지방의 소도시 공항답게 아담하다. 교통편은 항공편도 있으나 인근 이마바라와 샛토대교를 건너면 히로시마 오이타 규슈와도 연결되고 샛토내해를 따라 점점히 뿌려진 섬들과 해안선의 절경은 한폭의 풍경화를 연상시킨다.
 

우리가 찾은 일본 전통문화의 색체가 뚜렷한 도고온천은 지난해 5년여의 보수공사를 마치고 재개장하면서 손님들을 맞이하기 사작했다. 입국수속을 마치고 늦은 오후 버스를 타고 도착한 곳은 숲속에 위치한 오쿠도고 이치유노모리 온천호텔이었다. 120년의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호텔의 모습은 일본의 전통을 고스란히 담고 있어 정감이 갔다.

식사도 짱, 온천물도 짱, 분위기도 짱이다. 노천온천을 돌아보는 재미도 쏠쏠하고 온천물의 미친 존재감에 손님들은 연신 환호성이다.

수십번을 다녀 온 일본이지만 이곳의 온천물은 도고라는 이름에 걸맞게 최고라는 생각이 든다. 언제라도 가족들과 함께 다시 한번 오고 싶은 곳이다. 두시간여의 온천탐방을 마치고 방에 올라와 내려다 본 바깥 풍경은 북해도 조잔케이 온천 외부 계곡 모습과 흡사하다. 내일을 위해 맥주 한잔으로 잠을 청한다.
 

이튿날은 다카마스로 이동 미쓰린 정원과 고토히라궁을 돌아보는 코스다. 호텔을 나서자 주변 곳곳이 매화꽃이 만발해 운치를 더해준다. 마쓰야마 시내는 봄빛에 어우러져 축제준비에 여념이 없다. 내일이 춘분절, 도고온천 축제의 시작이란다.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며 도고의 역사를 공부했다. 어디를 가나 유명한 관광지는 사람들이 붐빈다. 두시간 반을 달려 도착한 미슬랭 그린가이드에 별 세 개를 받은 미츠린 정원은 1400여 그루의 소나무와 정각, 물길이 아름다운 곳이다. 에히메현의 가이드북에 정원의 풍경이 소개되는 미츠린 정원의 모습은 일본의 정원을 제대로 표현해 놓은 걸작이다.

정원안에서 점심을 먹고 인근 고토히라 궁을 향했다. 상업의 신 콘비라 신을 모신 이 궁은 아담한 언덕위에 위치해 있지만 계단이 많아 쉽게 오를 수 있는 코스는 아니었다. 고토히라 상점가와 족욕탕, 킨로사케 주조장을 둘러보며 아이스크림 하나 먹어보는 것도 여행의 묘미다.
 

다시 마쓰야마로 되돌아와 루트인 호텔에 여장을 풀고 저녁을 먹기 위해 오카이도 상점가로 향했다. 자유일정을 포함한 탓에 저녁은 개별로 먹고 싶은 것을 골라 먹는 코스다. 우리는 스시를 선택하고 남자들은 도미덮밥을 시켰다. 사케 한잔에 낭만을 더한다. 식사 후 상점가를 기웃거리며 아이쇼핑에 시간을 보내다 호텔로 돌아와 여장을 푼다.

온천을 하고 룸 메이트와 맥주 한 캔으로 하루를 마감한다. 나이 들어서 딱 맞는 힐링여행코스라는 생각이 두고두고 머릿속을 맴돈다.

2박3일의 짧은 여정의 마지막 날. 답사여행으로 온 것도 잊어버리고 마음은 온천욕에 이미 빠져버렸다. 아침 식사를 하고 체크아웃을 한 다음 일행은 춘분축제가 열리는 중심지를 지나 마쓰야마 성으로 향했다. 리프트를 타고 오르는 산정길이 꽃길이다. 목조건물의 마쓰야마성은 일본 최고 오래된 고성중의 하나로 에도시대 축성된 성벽과 천수각의 웅장함이 맑은 파란 하늘과 더불어 300년의 역사를 대변하고 있다.

일본 100대 성 중에서 현존하는 12개 천수각 중의 하나인 마쓰야마 천수각은 지역의 보물로 지정돼 있다. 성채의 분위기에 압도되어 오르다가 내려다 본 마쓰야마 시내와 샛토내해는 한 폭의 그림이다.

다시 시내로 내려와 점심을 먹고 축제가 열리는 도고온천 본관으로 향했다. 도중에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에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배경인 도고온천역, 기찻길과 시계탑, 족욕탕, 상점가를 지나 본관에 이르자 건물의 분위기와 축제장의 모습이 어울려 봄을 부르고 있는듯하다.

별관건물 앞에서는 라디오 방송과 공연이 다채롭게 열리고 있다. 우리는 별관 온천에서 온천을 하고 마지막 일정을 마무리했다. 2박3일의 짧은 여정이지만 모두가 만족한 힐링여행이었다.

일본의 소설 봇짱-도련님은 접하지 못했으나 어디를 가나 관광 상품으로 내놓은 봇짱의 인기가 넘쳐나고 있는 마쓰야마시.

거제와 비슷한 환경임에도 도고온천과 마쓰야마 성 때문에 대도시를 벗어난 한적한 시골 소도시여행에 걸맞는 이 도시의 매력은 무엇일까? 국제공항이 있다는 것, 일본 최고의 온천이 있다는 것, 시코쿠라는 아름다운 마지의 섬이 주는 신비함, 정갈한 음식이 감성 넘치는 존재감으로 다가오는 과거와 현재가 어우러지는 공간의 의미가 마쓰야마를 다시 찾게하는 여행지임을 느끼면서 이번 여정을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