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절차 무시 거제시...해수부 사용승인 나지도 않았는데 예산부터 잡는다?
항만부지 특정단체 사용위해 5억원 도와주면서 까지 눈감는 거제시
지번없는 땅, 정상 행정절차도 못하니깐 '파크 골프장' 시는 모르는 일로(?)...
거제시가 지난 4월 29일 '2025년도 제1회 추가 경정 세입.세출 예산안' 심의과정에서 '눈 가리고 아옹'(얕은 수로 남을 속이려 한다는 뜻) 하는 식으로 예산을 달라고 하자 거제시의회가 'OK'하고 승인을 해줬다.

시는 의회에 고현항재개발 사업 부지 내 아직 4단계 사업이 진행되고 있지 않아 방치되고 있는 항만부지 관리를 위해 천연잔디를 식재하고, 기존 휀스 이설 및 정비 등을 한다며 5억원의 예산승인을 요청했다.

▲ '파크 골프장' 조성을 위해 잔디를 깔려고 하는 곳. 라온 체육공원에서 바다쪽으로 펜스가 쳐져 있어 출입금지가 되어 있는 항만시설(여객터미널 부지) 19,778.5㎡ 부지.

사용목적은 인근에 조성돼 있는 '라온 체육공원'과 연계해 주민 편의시설(체육시설 등)으로 활용한다는 게 명분이다.

하지만, 예산심의 과정에서 실질적인 이유가 이 부지에 '파크 골프장'을 조성하겠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공식적으로는 '천연잔디를 심어 시민들의 휴식공간을 만든다'이고 비공식적으로는 '거제시 파크골프협회가 '파크 골프장'을 만들어 사용할 수 있게 해주기 위해 5억원을 들여 잔디를 깔아준다'가 팩트다.

'파크 골프장' 하겠다는 부지는 지번도 없는 해수부 땅
'파크 골프장' 조성을 위해 잔디를 깔려고 하는 곳은 라온 체육공원에서 바다쪽으로 펜스가 쳐져 있어 출입금지가 되어 있는 항만시설(여객터미널 부지) 19,778.5㎡ 부지다. 이곳은 현재 해수부 소유로, 거제시는 이 부지와 함께 공동주택지를 포함한 유보 필지 4필지와 항만마리나 시설 1필지를 포함 총 6필지 72,617.5㎡의 부지를 사용관리 하겠다며 마산지방해양수산청에 협의를 요청한 상태다.

추후, 4단계 사업이 완료되고 모든 정산이 끝나고 나면 항만마리나 관련 필지 2곳은 경남도로 관리이관된다. 하지만 현재 채권단과의 문제, 자금난 등 갖가지 문제로 언제 끝날지 알수가 없는 상태다.

거제시-마산지방해양수산청 협의 중 결과는 아직인데 예산부터 잡고본다?
거제시와 마산지방해양수산청 협의 요청 진행사항은 현재 협의중이나 하직 확정된 회신은 오지 않았다. 시는 회신이 오지 않았는데도, 긍정적으로 진행중이라며 예산부터 신청한 셈이다. 정상적으로라면 수산청의 사용승인 공문을 받고 예산을 신청해야 하지만 거꾸로인 셈이다.

거제시의회 예산심의 회의록에 따르면, 시는 예산심의과정에서 만약 사업을 진행할 수 없는 상황이 된다면 이 예산은 능포동에 추진하고 있는 파크골프장 토지보상비로 돌려 사용하면 되니깐 일단 예산을 삭감하지 말아달라고 밝혔다.

이미 예산 전용계획까지 잡아논 셈이다. 

정상적인 공문이 도착하고 나서 예산을 잡으면 될 것을 굳이 지적을 받아가면서 까지 예산잡기에 혈안이다.  

마산지방해양수산청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경남도를 포함한 빅아일랜드 등 의견은 긍정적으로 도착했다"며 "하지만 현장실사를 나가 확인도 해 봐야 하고, 거제시에 정식 공문 회신은 정확히 언제라고 말하기 그렇다"고 밝혔다. 아직 '승인'을 확정했다고 보기 어려운 대답이다.

▲ '파크 골프장' 조성을 위해 잔디를 깔려고 하는 곳. 라온 체육공원에서 바다쪽으로 펜스가 쳐져 있어 출입금지가 되어 있는 항만시설(여객터미널 부지) 19,778.5㎡ 부지.

협의 공문에 '파크 골프장' 시설 내용 들었어도 해수청 긍정적일까? 
거제시의 마산해수청 협의요청에는 관리를 위해 잔디를 깔겠다는 내용만 있지 '파크 골프장'이란 말은 없다.

해수부나 경남도 입장에서 방치되어 있는 땅을 굳이 거제시가 잔디까지 깔아서 관리를 해 주겠다는 데 긍정적으로 검토할 수 밖에 없다. 지저분하기도 하고 관리문제도 있는데 항만시설부지 외에 유보 토지까지 거제시가 관리해 주겠다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는셈이다.

하지만 경남도의 입장 확인결과 흥미로운 답변을 받았다.

경남도는 "마산 해수청에서 공문을 받았다. 그러나 아직 경남도로 이관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경남도는 협의를 해 줄 수 있는 자격 자체가 없다는 것을 먼저 밝힌다"며 "근데 관리가 되지 않는 부지를 거제시가 잔디까지 심어가며 관리해 주겠다는데 괜찮지 않겠냐. 그래서 긍정적인 회신을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도 관계자는 "근데 만약 협의 내용에 '파크 골프장' 내용이 있었다면 경남도는 의견 자체를 내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잔디만 깔겠다고 했다가 파크골프장이 운영되어진다고 했을 경우 해수부나 도에 상당부분 협의 내용 위반 문제가 되어져 위법적이고 불법적인 요소까지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거제시, 왜 정상적으로 진행 못하나?
거제시가 사용관리하겠다고 하는 6필지 모두 현재 지번이 부여되지 않은 상태다. 때문에 시가 정상적으로 도시관리계획을 변경 등 행정절차를 거쳐 준공 후 체육시설로 등록할 수가 없다.

잔디 외에 파크 골프장 시설물이 생긴다면 모두 불법 시설물이 되는 셈이다. 때문에 거제시도 공식적으로 파크 골프장 운영에 나설 수도 없는 것으로 보인다. 잔디만 깔아주고 나면 나머지는 모두 파크골프협회에서 알아서 한다는 계획이다. 

규모도 "파크골프 회원님들이 줄 긋기 나름이니까 한 36홀까지는 충분히 나오리라고 생각을 합니다"라고 예산심의과정에서 밝혔다.

이 외에도 여러가지 문제점이 제기됐다. 

파크 골프 외에도 거제시에는 시설의 필요에 공감을 가질 수 있는 많은 체육단체가 있다. 형평성 문제도 생길 수 밖에 없다. 

특히, 국유지인 항만시설을 관리하며 주민 편의를 위해 쓰겠다면서 특정 단체가 사용한다면 일반시민의 입장에서는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편의공간이 아닌 특정인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질 수 밖에 없어 시민들간 갈등 유발도 우려된다. 

여기에다 시설 사용과정에서 협회가 시민들을 대상을 돈을 받게 된다면 특혜 논란도 불가피하다. 이미 거제면에서 운용되고 있는 파크 골프장 역시 협회에 가입비 15만원을 내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관계기관에서 관리해야 될 책임이 거제시에 떠넘겨져 사용관리에 따른 재정적 비용 증가와 민원, 안전 등의 책임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

결국 이번 거제시가 신청한 고현항 잔여부지 정비에 대한 예산은 여객터미널 항만부지에 잔디 식재 후 파크골프협회와 협의해 거제시가 직접적으로 참여하지 않는 형식으로 파크골프장을 조성하고 사실상 거제시가 묵인한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으로 어물쩍 대처하는 사업 추진은 행정의 신뢰를 떨어뜨리며 향후 여러 가지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행정절차를 무시하고 파크골프장을 조성할 경우 면동별 봇물처럼 쏟아지는 파크골프장 조성 요구에 법 규정(환경 문제 등), 원칙의 적용과 효과적 대응에 문제의 소지가 될 수 밖에 없다.

문제제기 됐지만 거제시의회는 승인(?)
예산심의 과정에서 일부 시의원들에 의해 이같은 문제들이 제기됐다. 하지만 가부결정과정에서 이 모든 문제점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수의 시의원들이 찬성해 다수결 결정으로 예산안이 본회의로 넘어갔고, 통과됐다.  

이번 사안을 두고 의회 내에서 자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거제시의회 노재하 의원은 "시민의 세금을 이런식으로 사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여러 심각한 문제가 지적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예산을 승인하는 우리 의회도 스스로 되돌아 봐야한다"고 꼬집었다. 

노 의원은 "급격하게 늘어나는 파크골프 인구에 비해 체육시설로 등록된 파크골프장 시설이 전무하고, 현재 운영되고 있는 3곳의 파크골프장으로 턱없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며 "때문에 행정에서 27홀 규모로 2027년 12월 준공예정으로 능포동에사 추진 중인 파크골프장과 9홀 규모로 2025년 준공계획으로 동부면에 파크골프장이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노 의원은 "행정에서는 파크골프협회 임원진에 대한 이해와 설득 노력과 함께 공인 파크골프장 대상지를 선정해서 착공에 이를 수 있도록 속도감 있게 추진하는 것을 우선순위로 둬야 한다"며 "이와 더불어 거제시의 소유의 토지와 권한 범위에서 조성 가능한 파크골프장 대상지를 발굴하기 위한 노력 또한 적극 병행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시민 A씨는 "정치인들이 특정단체를 의식해 선심성 예산을 편성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거제 지역 경기침체와 더불어 연일 재정 부족에 곡소리를 내고 있는 상황에서 거제시는 깊은 고민을 해봐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 거제시가 사용관리를 하겠다고 협의되고 있는 공동주택 부지(유보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