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봉

2019년, 거제시는 국립난대수목원 유치에 나섰다.

지역 사회는 각계단체와 시민을 주축으로 수목원 유치를 위한 범시민 추진협의회를 발족하고, 유치 결의대회와 인구의 60%가 넘는 16만 범시민 서명운동을 벌여 거제시민들은 기대에 부풀었고, 언론은 거제를 유력 후보지로 거론하며 분위기를 띄웠다.

그러나 2020년 10월, 결과는 전남 완도로 기울었고, 거제는 탈락했다. 완도와 마지막 경쟁에서 세부 평가항목 8개 중 7개 항목의 점수는 완도와 거제가 모두 똑같다.

마지막 항목 ‘지역 낙후도’에서 진도 12점, 거제 4점 받아 탈락했다. (AHP 평가항목별 점수 결과 참고).
 

그때, 전라남도 보도자료에서 “전라남도 공직자들의 적극적인 대응과 노력도 한 몫 했다는 평이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우리는 당시 더불어민주당의 '원팀'(변광용 시장, 김경수 도지사, 문재인 대통령)이 만든 결과물이었다.

여기까지였다면, 아쉬운 실패로 남았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 이후이다. 수목원 유치 실패를 덮기 위해, '한-아세안 국가정원'이라는 대체 사업이 추진되었다. 이름은 거창했지만, 실체는 부족했다. 기본계획조차 없는 상태에서 아이디어 차원의 논의만 있었고, 예산 확보도 구두에 그쳤다.

결국 2025년 5월, 한-아세안국가정원은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거제시는 이 허상에 5년을 매달렸다. 그동안 낭비된 행정력, 그리고 헛된 기대에 지친 시민들은 누구에게 위로를 받아야 하나?

이 사업은 사실상 ‘실패를 감추기 위한 더 큰 실패’라고 생각한다.

'국가가 주도하는 첫 국가 정원'이라는 수식어는 현실과 동떨어진 구호에 불과했다. 행정적 절차조차 밟지 못한 채, 실무는 없고 언론홍보만 남았다. 이것이 오늘의 거제시 행정의 민낯이다.

이 과정에서 거제시장의 역할은 무엇이었는가?

결과 없는 사업을 거대한 비전으로 포장했고, 책임은 회피한 채 다음 선거만을 바라보았다. 정책은 없고, 사진만 남은 도시. 이것이 오늘날 시민이 체감하는 거제시 행정의 실상이다.

이제는 감성적 마케팅 정치가 아닌, 실행력 있는 정책 설계자가 필요한 때이다. 선거용 공약이 아니라, 현실을 바꾸는 전략이 절실하다. 거제는 변화의 기로에 서 있다. 그러나 이를 이끌 리더십이 없다면, 어떤 정책도 허공에 흩어질 뿐이다.

이러한 반복은 이제 거제시의 고질적인 문제로 자리 잡고 있다. 계획은 있으나 실행은 없고, 발표는 요란하지만 뒷받침은 미비하다. 이 모든 과정이 거제를 '개발도, 보존도 안 되는 도시'로 만들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금 서민경제의 위기가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이다. 그러나 거제시는 이러한 현실에 대응할 장기적 비전도 없이, 청년의 삶의 질은 계속 추락하고 있다. 인구는 줄어드는데도 좋은 일자리를 유치하기 위한 노력은 미미하며, 기업이 외면하는 비친화적인 기업도시로 전락해가고 있다. 결국 이 실패는 단순한 행정 미숙이 아니라, 시대를 읽지 못한 정치의 책임이다.

시민은 더 이상 ‘다음엔 잘하겠다’는 말로 위로받지 않는다. 그들은 묻고 있다. “왜 거제는 늘 희망만 있고, 결과는 없는가?”

이제는 시민의 눈을 속이는 감성적 포장보다, 냉철한 현실 인식과 책임 있는 행정이 필요하다. 보여주기식 공약이 남긴 상처 위에 또다시 허울뿐인 약속을 덧칠해선 안 된다.

진정한 리더는 결과를 만들어내는 방향을 제시하는 사람이어야 하며, 불확실한 실험으로 시민을 희망 고문에 빠뜨려선 안 된다. 거제의 미래는 더 이상 정치인의 이미지가 아니라 정책의 진정성과 실행력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