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금강테마박물관·유경미술관(관장 경명자·유천업)은 5월 21일부터 5월 30일까지 해금강테마박물관 내 유경미술관 3, 4관에서 유경미술관의 220회 초대전인 윤문 작가의 개인전을 개최한다.

윤문 작가의 회화 작업은 구상과 추상의 경계를 허물며, 전통적인 장르 구분을 무의미하게 만든다. 그의 작품은 구체적 형상을 담고 있으면서도 해체하거나 초월함으로써, 관람자의 감각 너머를 자극하는 사유의 공간을 창출한다. 이러한 접근은 현대 철학, 특히 가타리(Félix Guattari)의 '탈영토화' 개념과 유사한 궤를 그린다.

가타리는 '천 개의 고원'에서 정체성과 고정된 의미에서 벗어난 유동적 존재 상태를 설명한다. 윤문 작가의 회화는 이 탈영토화의 미학을 구현하며, 자연 형상은 배경과 하나가 되거나 비현실적 색채에 흡수되어 더 이상 구체적 사물로서의 경계를 유지하지 않는다. 그의 화면은 항상 변화를 꾀하고, 관람자는 현실의 경계를 넘어서는 경험을 하게 된다.

작품 앞에 서면, 우리는 흔히 생각하는 풍경이 아닌 자기 내면이 열리는 경험을 하게 된다. 윤문 작가는 우리가 익숙한 ‘자연’과 ‘사물’이라는 개념을 다시금 고민하게 하고, 구체적 형상들이 안개처럼 흩어지며, 색채는 새로운 의미의 언어로 변모한다.

그의 회화는 존재의 정서적 구조를 드러내며, 나목, 하늘, 그릇 등 익숙한 소재들로 관람자의 감각을 자극한다. 이는 자연의 외적인 모습이 아닌, 기억 너머의 심리적 풍경을 표현한다. 윤문의 세계는 고요하면서도 깊은 울림을 주며, 관람자가 자신의 내면과 접속할 기회를 제공한다.

특히 색채는 단순한 미적 장식이 아니다. 윤문의 색은 감각을 통해 존재를 사유하도록 만드는 미학적 기호로 작용한다. 그의 붓질과 색조는 관객이 작품을 통해 다양한 감정을 느끼고 새로운 사유의 경로를 찾도록 유도한다. 윤문 작가는 시각적으로 읽히지 않고, 관객의 피부로 존재를 감각하게 만든다.

윤문의 작업은 정체성의 구분을 거부하며, 장르적으로도 개념적으로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한다. 그는 전통 회화의 구상성과 현대 추상의 원리를 모두 포괄하지만, 특정한 틀에 갇히지 않는다. 이러한 미적 실험은 이미지 언어가 재현의 한계를 넘어 사유의 도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각자의 감정과 기억, 시간성이 연결된 경험을 하게 된다.

결국, 윤문 작가의 회화는 고정된 의미에서 벗어나 존재의 깊이를 탐구한다. 그의 작품은 "무엇이 자연인가?" "무엇이 실재인가?" "우리는 무엇을 본다는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이러한 질문들은 단순한 미적 물음을 넘어 존재론적인 사유로 확장된다. 윤문은 우리의 인식 방식을 도전하고, ‘보다 깊이 존재하는 법’에 대해 숙고하게 만든다.

이번 전시는 그의 다채로운 세계를 통해 ‘보는 예술’을 넘어 ‘사유하는 예술’로 나아가며, 익숙한 풍경 속에 숨겨진 낯선 깊이를 제시한다. 관람자들은 침묵 속 강렬한 울림과 경계 없는 감각의 흐름을 경험하며, 자신의 존재론적 풍경 앞에 서게 될 것이다. 윤문 작가의 작업은 단지 시각적 재현이 아니라, 존재의 정서적 잔향을 불러일으키며 관람자와의 관계적 사건을 만들어낸다.

전시문의는 윤인섭 학예사(055-632-0670) 또는 해금강테마박물관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