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금강테마박물관·유경미술관(관장 경명자·유천업)은 5월 21일부터 5월 30일까지 해금강테마박물관 내 유경미술관 5관에서 유경미술관의 221회 초대전인 김태연 작가의 개인전을 개최한다.

김태연의 회화는 장르적으로 보았을 때, 입체주의(Cubism)와 표현주의(Expressionism), 그리고 한국 민화적 요소가 절묘하게 결합된 하이브리드 회화로 분류할 수 있다.

또한 그 회화적 어법은 단지 조형적 실험을 넘어서, 기억과 정체성, 장소성과 감각을 재현하는 철학적 실천에 가깝다.

먼저 형식적으로 보면 김태연의 회화는 입체주의의 해체적 구도와 병치적 시공간의 전략을 계승하고 있다. 화면 속 대상들은 전통적 원근법이나 사실주의적 묘사를 거부하고, 파편화된 시각 정보를 병렬적으로 배열한다. 이는 브라크가 시도한 시·공간 해체와도 맞닿아 있다.

다만 김태연의 회화가 차별화되는 지점은 여기에 서정적 감성과 전통적 기호를 결합함으로써, 냉철한 분석 대신 따뜻한 기억을 환기시킨다는 데 있다.

또한 김 작가의 작품은 색채와 선, 도형을 통해 감정의 깊이를 전하는 점에서 표현주의적 경향을 보여준다. 작가들이 추구한 내면의 리듬과 심상적 세계의 조형화와 닮아 있다.

특히 색의 사용은 대상의 묘사를 넘어 감정적 공명을 유도하는 미학적 장치로 기능하며, 이는 전통 표현주의의 정서적 강도를 다시 되살리는 현대적 시도라 볼 수 있다.

동시에, 김태연의 작업은 민화(Minhwa)의 계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있다. 비례의 왜곡, 상징의 반복, 공간의 평면화, 그리고 서민적 정서의 구현은 전통 민화의 시각 언어와 긴밀히 연동된다. 그러나 그의 회화는 단순한 민화의 반복이 아닌, 기억과 향수의 시공간적 조합을 통해 민화를 ‘개인적 서사로 환원한 현대적 민화’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양식적 특징은 현대미학, 특히 모리스 메를로퐁티(Maurice Merleau-Ponty)의 철학과도 긴밀한 연결점을 가진다. 이미지의 전통적 재현(representation) 개념을 해체하고, 감각과 감응의 흐름으로서의 이미지, 즉 ‘감성의 표면(surface of sensation)’을 주장했다. 김태연의 화면도 동일한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그의 회화는 단일한 현실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기억과 감각의 다중 층위를 시각적으로 ‘접속’시킨다. 이는 회화가 더 이상 “무엇을 묘사했는가”가 아닌 “무엇을 생성하고 연결하는가”를 묻는 현대미학적 질문과 정확히 맞물린다.

또한 메를로퐁티가 주장한 바와 같이, 인간의 지각은 단순히 대상을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신체와 세계가 얽힌 하나의 ’살(flesh)’의 흐름으로 구성된다. 김태연의 화면은 지각의 이 ‘몸적 경험’을 환기한다. 곡선과 비틀린 구도, 중첩된 시점은 단일한 시각 중심이 아닌 감각적 존재로서 화면을 ‘경험하게끔’ 유도한다. 이미지는 고향이나 경험한 익숙한 이미지를 표현함으로써 바다 배 고래 건물 등 그의 그림은 하나의 시점을 중심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시선이 공간을 따라 움직이면서 화면을 ‘걷고’, ‘거니는’ 구조를 취한다. 이는 메를로퐁티가 말한 살아있는 시각성(visibilité vivante)의 구현이다.

요컨대 김태연의 작업은 입체주의의 공간 해체, 표현주의의 감정 전달, 민화의 민속적 기호, 현대미학의 감각 철학을 모두 포섭해내는 복합적 회화적 언어를 구사한다. 그 결과 그의 작품은 하나의 정체된 장르가 아닌, 문화적 기억과 철학적 감응을 아우르는 감각적 풍경으로 자리잡는다.

오늘날 회화의 존재 이유가 질문되는 시대에, 김태연의 작업은 회화가 여전히 감정과 기억, 문화와 감각의 집합체로서 기능할 수 있음을 증명한다. 그리고 그 집합체는 단지 보는 것이 아니라, 느끼고 살아내는 것이다. 그 점에서 김태연의 회화는 단순히 과거를 소환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기억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전시문의는 윤인섭 학예사(055-632-0670) 또는 해금강테마박물관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