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시 민생회복지원금 조례안 부결에 부쳐 

2025년 5월 23일, 거제시의회는 ‘거제시 민생회복지원금 지원 조례안’을 부결시켰습니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경제적 어려움이 계속되는 가운데, 이 조례안은 정치적 논쟁 끝에 좌초되고 말았습니다. 지역경제 회복을 위한 실질적 대책이 시급한 시점에서, 시의회의 이 같은 결정은 매우 유감스럽습니다.

해당 조례안은 지방채 발행 없이 통합재정안정화기금을 활용해 470억 원의 재원을 마련하고, 시민 1인당 20만 원을 지역화폐로 지급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습니다. 이는 침체된 지역 상권을 되살리고 소비를 진작하는 데 실효성 있는 조치입니다. 한국은행과 경남연구원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공공소비 지출과 지역화폐 사용은 높은 승수효과를 통해 지역경제에 유효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실제로 경기도, 울산, 제주 등 여러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유사한 정책을 통해 실질적인 경제 회복 효과를 거둔 사실이 이를 증명하고 있습니다.

국민의힘 거제시의원 8명은 5월 21일 기자회견에서, ‘정치적 도발’이라며 조례안 철회를 요구했습니다. 그동안 몇몇 시의원은 민생회복지원금을 ‘매표행위’, ‘정치적 현금살포’, ‘대선을 겨냥한 선심성 예산’, ‘도덕적 해이를 유발하는 정책’ 등등의 표현으로 비판해 왔습니다. 이러한 접근은 복지 확대에 대한 전형적인 보수 진영의 갇힌 태도를 다시 확인시키는 것입니다.

불과 얼마 전인 4.2 거제시장 재선거 당시, 국민의힘 박환기 후보는 지역경제 활성화와 소상공인 경영 안정을 위해 ‘소상공인 100만 원 바우처 지급’을 공약한 바 있습니다. 당시 발표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거제 지역 소상공업체는 약 2만여 개, 바우처 지급 대상 인원은 10만 명을 넘으며, 필요한 재정은 217억 원에 이른다고 밝혔습니다. 박 후보 선대본은 순세계잉여금, 세출예산 조정, 통합재정안정화기금을 재원으로 조례 개정을 통해 예산 확보가 가능하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박 후보는 거제사랑상품권 할인율을 20%로 확대하겠다고도 공약했습니다. 추가소요비용은 약 160억원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는 당시 시급했던 민생 회복을 위한 정책이 여야를 막론하고 중요한 과제임을 보여준 것입니다. 만약 박 후보가 당선되었더라도, 거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거제경실련)은 동일한 입장에서 공약의 신속한 이행을 강력히 촉구했을 것입니다.

국민의힘 시의원들이 왜 자신들이 지지했던 자당 시장 후보의 주요 공약과 유사한 내용을 담은 이번 조례안을 일제히 반대하거나 기권해서 부결시켰는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는 자가당착적이며, 시민을 향한 책임 있는 정치의 자세와는 거리가 멉니다. 보편지급으로 지원금을 받게 되는 ‘갓 태어난 아이’는 투표권이 없습니다. 식자재, 공산품 등의 외부업체 직접결제는 불가능하고, 환전 후 결제는 가능합니다. 지역 내 외식업이나 도소매업소에서 사용하면 바로 승수효과로 이어집니다. 하루가 급한 마당에, 대선 이후 조례안이 상정되면 모두 동의하실는지 궁금합니다.

거제시장은 끊임없이 거제시의회를 찾아 대화를 나누고 설득해야 합니다. 정책효과를 설명하고, 정치권이 공감대를 형성하는 노력을 적극적으로 기울어야 합니다. 정치 파행으로 지원금이 표류하면, 시장 또한 책임을 비켜갈 수 없습니다.

정책은 누가 제안했는지가 아니라, 그것이 시민의 삶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로 평가받아야 합니다. 공약은 단순한 선거 구호가 아니라, 시민과의 신뢰 위에 선 약속입니다. 거제시의회는 이번 결정이 남긴 책임의 무게를 깊이 자각해야 합니다. 정치가 거친 언사와 조삼모사 행태를 벗어나야, 시민을 위한 위정자 본래의 자리를 찾습니다.

조례안 통과가 어렵다면, 거제경실련은 앞으로 민생회복지원금 지급 운동을 지속적으로 펼쳐나가기 위해 ‘거제시민 민생지원 대책위원회(가칭)’ 구성을 거제시민과 함께 고민하겠습니다.

2025년 5월 23일 거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