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스쿨링이란 단어가 있다. 아직 우리나라에선 낯설게 들릴 말이지만 설명을 하자면 공교육시설에서 자녀를 교육시키는 것이 아닌 집에서 부모들이 교육을 담당하는 것을 일컫는 말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홈 스쿨링을 직접 하고 있는 가정이 전국적으로 약 450가구 정도가 된다고 한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를 4인 가족 기준으로 나눠 봤을때 0.00001% 정도의 수치로 거의 0%에 가깝다고 봐야 할 것이다.

하지만 기존 제도권 교육의 폐해를 알고 그 영향이 어떤지에 대해 이미 많은 것들을 알고 있는 학부모들, 특히 제도권 교육을 너머 뭔가 대안을 찾고자 하는 학부형들은 한번쯤 귀담아 들어봄직한 단어이기도 하다.

전국적으로 450가구인데 거제도에도 한 가정이 홈스쿨링을 한다는 곳이 있어 찾아가 봤다.
거제도의 경우도 공교육은 물론 사교육의 열풍이 대단한 곳이라 더욱 관심이 가기도 했다.

참교육학부모회 사무실에서 만난 이지연씨. 안경 쓴 얼굴 너머로 보이는 모습이 조금은 앳되어 보이는 모습이었다. 그런데 학교를 다닌다면 초등학교 3학년, 그리고 1학년이었을 아이 둘을 둔 엄마였다. 이런 홈스쿨링을 하게 된 계기를 물었다.

-남편 직장따라 거제도로 오게 되었어요. 고향이 서울인데 서울살땐 고향의 의미를 잘 몰랐는데 지금은 고향이 그리워져요. 애들한텐 고향을 만들어주고 싶어 결혼하고 거제도에 와서 둘 다 낳았어요. 처음에 초등학교에 아이를 보냈는데(강여울(10세, 여), 그 반에 이른바 문제아로 찍힌(?) 아이가 선생님 책상 바로 옆에, 그러니까 아이들과 마주보고 자리를 앉아 있는 걸 봤어요. 너무 충격적이었죠. 그 애가 나중에 자라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겠어요? 그러다 친정 언니가 해남의 한 폐교직전의 초등학교에서 문화프로그램이 있다고 와서 참가하라고 해서 거기 한 달가량 있으려고 갔었죠. 교환학생 격으로요. 거기서 진행되는 수업이 참 재미있었어요. 요가, 목공, 요리, 산행, 찻잎 따기 등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 것들도 많고 시골이라 아침이면 강아지를 데리고 자전거를 타고 동네 한 바퀴를 돌았죠. 한달 있겠다고 간 게 8개월이 넘으면서 “우리 이렇게 한번 살아볼까” 하고 시작한 게 자연스럽게 홈스쿨링을 하게 된 것 같아요. 남편은 적극적 동조자는 아니지만 말리진 않고 지켜보고 있죠.

뭔가 심오하고 거창한 답이 나올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현제 두 아이 중 누나인 강여울 양은 2학년 1학기까지 다니고 홈 스쿨링을 시작했고 둘째인 강산해(8세, 남) 군은 만 6세부터 유치원도 다니지 않고 시작했다고 한다. 두 아이 다  학교를 찾아가 가정학습계획서를 가지고 홈스쿨에 대한 입장을 설명하고 이해시켰다고 한다.  “학교 교육을 부정해서 홈스쿨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선택의 문제로 봐 주세요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는 너무나 다양한 모습으로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제는 부모가 자식의 교육을 선택할 수 있는 것입니다.”며 일목요연하게 설명을 하고나서 사전에 홈스쿨러들의 모임에서 아이의 학교 행정처리를 어떻게 하는가 하고 정보를 나누고 나서 “정원외 관리”를 요청했다고 한다.

지연씨네 집에서 홈스쿨링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물었다.

-아침 6시에 일어나기로 정했지만 겨울엔 7시 정도 일어나기도 하고 또 어떨 땐 7시에서 8시 사이에 자율적으로 일어나고 있어요. 일단 일어나면 오후 2시까진 책보고 공부하죠.
국어는 주로 책을 많이 읽히죠. 애들이 책 읽기를 좋아하고 잘 해요. 책을 손에서 떼지를 않죠. 그리고 인성교육을 위해 같이 천자문과 사자소학을 공부합니다. 저도 배우는 게 많죠.
영어도 원서나 원음 오디오 테입 등으로 공부를 하죠. 그리고 수학도 서점에서 구할 수 있는 단계별 교재로 공부해요. 그리고 어린이 신문 ‘굴렁쇠’보 구독하고 있어요. 2시 이후엔 각자 배우고 싶은 학원에 보내고 있어요. 춤, 운동 등 예체능 관련 학원에 주로 보내고 있어요. 애들은 좋아하는데 돈이 만만찮아서 이제 줄이려구요. 나름대로 바쁘게 생활한답니다.

홈스쿨링을 통해 얻은게 있다면?

-제일 잘 한 것은 우리 애들이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시간과 생각하는 능력을 기르게 됐다는 거죠. 사실 현재의 제도권 교육을 보면 생각할 시간 자체가 없거든요. 그렇게 스스로 사고, 사유할 능력을 배우지 못하면 스스로의 삶을 힘 있게 개척해 나갈 수 있겠어요?  그저 무기력하게 체제에 순응해 살아가는 사람이 아니라 스스로 뭔가 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주고 있다는 점이죠. 우선 애들이 스스로 잘 해 나갈 수 있다는 것을 믿어주고 그럴 수 있는 밑거름을 만들어준다는 점이 중요하죠. 나중에 애들이 커서 서점에서 일을 하든 신문을 돌리는 일을 하든 자기가 선택하고 자신의 선택을 믿고 행복하고 만족하면 되지 않나요?그 이상 뭐가 필요할까요?

현재 이지연씨네 두 아이 여울이와 산해는 아주 건강하게 잘 생활하고 있다. 앞으로 계속 홈스쿨링을 할 건지 물으니

“애들이 어느정도 자기 사고를 할 수 있는 나이가 되면 그들의 의사를 존중할 생각이에요. 그 전까진 홈 스쿨링을 하며 국내외로 배낭여행을 다녀볼까 생각중입니다.”며 여유로운 웃음을 자아냈다.

이지연씨를 만나며 지금의 우리 아이들에겐 영어단어 한 자나 수학공식 한 개 더 아는 것 보다 세상을 살아가는 이치와 여유로운 사고를 할 수 있는 심성을 길러주는게 더 필요하다는 것을 우리 부모들이 먼저 알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