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주근

하루 중에 변수가 생겼을 때? 누구나 하루는 24시간을 보낸다. 새벽 미명에 잠에서 깨어나 하루 계획을 세운다. 그 중에 어제 못 다한 일도 들어있다. 눈을 뜬다는 것은 살아있다는 증거다. 행복이고 축복이다. 오늘은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자신만의 주어진 시간이다. 나를 중심으로 모든 만물이 생동하는 특권을 누린다.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서 부지런히 움직인다. 지구촌에 살고 있는 모든 것이 먹고 잡히고 또 먹히는 생존 경쟁이 벌어진다.

사람들도 살기위해 일을 한다. 땀 흘려 일하면서 소득을 소유한다. 서로 질서를 지키고 존중하면서 법도를 지킨다. 인간관계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신의와 의리가 있어야 한다. 그리해야 서로 신뢰하고 믿음이 간다. 삶의 근본을 지키지 않으면 서로 불신과 함께 의심을 형성한다.

처음에는 좋은 관계로 출발했지만, 과정과 결과가 좋지 못하면 단호하게 정리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질질 끌려가면 갈수록 마음에 상처만 쌓인다. 상처는 스트레스다. 스트레스는 마음의 병이다. 마음의 병은 본인만 손해를 본다.

어느 정도 관계를 유지하다가 본인의 판단에 마음에 어긋나게 되면 곧장, 깨끗하게 정리해야 한다.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손해를 보더라도 더 큰 손해를 보지 않아야한다. 현명한 사람은 문제가 생겼을 때 빠른 시일 안에 해결하는 사람이다. 아니면 아닌 것이다.

약 24년 전 여름 저녁 일몰이 드리우는 시간에 한 통의 전화가 왔다. 다짜고짜로 "빨리 와서 도와 달라" 했다. 나는 "무슨 일이냐?" 고 물었다. "구조라 선착장 해산물 팔고 있는 곳" 이라고 했다. 상대방은 "사람이 물에 들어가서 안 나온다." 라고 했다. 나는 지세포 소동에 있었기 때문에 거리도 가까워서 구조라까지 차를 몰고 갔다. 전화를 한 사람은 ㅇㅇㅇ대학 7기 기수 동기였다. 자초지종을 들어보니까 개인적으로 잘 알고 있는 사람인데 목돈이 필요하다고 해서 믿고 차용해 주었단다. 차용한 사람은 해녀로 항상 바다에 가서 물질을 한단다. 물질을 한 해산물과 싱싱한 생선을 받아서 난전에서 관광객들에게 팔았단다. 빌려준 돈은 전화를 하면 차일피일 미루고 해서 해녀에게 직접 가서 푼돈이라도 받는 심정으로 조금씩 받고 있다고 한다.

그 날은 돈을 달라고 하니까 해녀는 "죽으러 간다." 라고 하면서 팔던 것을 놓아두고 물속으로 들어갔단다. 다급한 마음에 내가 생각나서 전화를 했단다. 일단, 해양경찰서에 신고를 했다. 나는 해녀이기 때문에 죽지는 않을 것이라고 판단을 했다. 이배 저배 다니면서 밧줄을 타고 올라왔을까? 아니면 배끼리 정박하면 충격을 받지 말라고 부의를 만들어 설치한 것을 잡고 올라왔을까? 아니면 배를 정박하는 가장 자리에 계단이 있었기에 계단을 이용하여 육지로 도망을 갔을까? 오만 가지 생각을 했지만 해녀는 보이지 않았다.

정박한 배 밑에는 어두컴컴하고 바닷물과 배의 높이가 있어 자력으로 올라 올 수가 없게 되어 있었다. 그러면 어디로 갔다는 것인가? 오리무중이다.

궁금증이 발동하면 할수록 신경이 예민해 진다. 곧 밤이 되었다. 나는 동기에게 "해녀라서 죽지는 않을 거라 안심시키고 집으로 왔다." 잠을 청해도 잠이 쉽게 들지 않는다. 그 해녀는 어디로 갔을까? 그리고 장사한 뒷정리는 하지도 않고 순간적인 행동이 의문점이 남는다. 목숨을 쉽게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가족도 있고, 해야 할 일도 마무리하지도 않고? 아니면 유서라도 남겼을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수잠을 잤다. 덕분에 늦잠도 잤다. 궁금하여 동기에게 전화를 했다. 동기는 해양경찰서에 알아보니까 와현 해변 부근에서 찾았단다. 한편으로 다행이지만, 한편으로 야속했다.

구조라에서 와현까지 거리가 꽤나 멀다. 특히 바다는 무섭다. 시퍼런 물이 눈으로 입으로 귀로 들어오기 때문에 헤엄을 치고 간다는 것은 대단한 결단력과 용기가 있어야 한다. 목표의식이 있어야 가능하다. 보통 사람들은 상상을 초월하는 행동이다. 체력도 대단하다.

하루를 살아가면서 생각하지도 않는 변수가 도사리고 있다. 그 변수는 목숨을 걸고 모험하는 행동은 원하지 않는다. 인체의 간을 콩알 만 하게 만들어 놓고 이상한 행동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아니다.

예상하지 못한 변화는 인생을 반전시킨다. 송대관 가수의 노래 중에 "쨍하고 해 뜰 날" 가사가 있다. 누구나 기회는 주어진다. 그러나 그 기회가 누구는 표착하고, 누구는 놓치면서 살아간다. 사람 팔자 시간문제다. 우연하게 오는 기회도 있지만 스스로 체험을 하는 과정에서 반짝반짝 아이디어가 창출되어 응용하는 기회도 있다.

해녀가 채권자와 현재 형편을 설명하고 이해하도록 설득을 하면 될 것을 "나 죽으러 간다." 말을 하고 곧 바로 물속으로 들어가면 채권자는 황당(荒唐)하고 당황(唐慌)하게 된다. 그리고 진짜로 죽었는지 걱정이 된다. 걱정을 해 본 사람의 심정을 서로 바꾸어서 생각해 보자. 순식간에 돌발적인 행동이 해결하는 방법인가? 인생을 살 만큼 살아가는 장년의 나이다.

당시에 가정이란 울타리도 있다. 중학교 다니는 자식들도 있다. 자신만의 생각이 아니라 우리라는 울타리의 공동체이다. 극단적인 행동으로 사회를 좀먹고, 어지럽게 해서는 안 된다.